유해화학성분 공포…"모기약은 안전할까?"
모기퇴치제 원료, 농약에 쓰이는 살충성분…주의사항 꼭 살펴야

이한준 기자

모기 퇴치제(사진=환경부 케미스토리 제공)

정부 추산 198명의 사망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원인은 원료로 사용된 독성 유해물질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인 것으로 알려졌다. PHMG를 제조‧판매한 SK케미칼은 '공업용 항균제' 용도로 원료를 판매했으며 거래 상대방에게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보내 먹거나 흡입하지 않도록 경고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화학성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기온이 오르고 국내 지카 바이러스 환자가 발생하는 등 모기퇴치제 사용이 잦아지면서 이에 대한 우려가 늘어나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모기퇴치제가 아이나 동물에게 유해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이용자들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네티즌은 "리퀴드(액체) 전자모기향을 쓰고 있는데 이제는 옥시 사건 때문에 믿고 쓰기도 꺼림칙하다"고 말했다.

전자모기향은 곤충의 신경계를 마비시키는 성분을 훈증하는 방식으로 모기를 죽게 만든다. 특히 액체형 전자모기향은 냄새가 거의 없고 살충효과가 오래 지속돼 인기를 끌고 있다.

액체형 전자모기향의 주성분은 피레스로이드(pyrethroids)계 화합물이다.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는 농약으로도 많이 쓰인다.

피레스로이드는 제충국(除蟲菊)이라는 식물에 포함된 천연 살충물질인 피레스룸(pyrethrum)과 비슷한 구조의 합성물질이다. 피레스룸은 곤충에게는 독성이 강하나 인간 등 포유류에게는 약한 독성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18명의 사망자를 낸 '가습기메이트'를 판매하던 애경은 피해자들이 살균제의 원료인 CMIT·MIT의 유해성이 담긴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제시하자 "액체 모기향의 주성분인 프랄레트린의 MSDS에도 성분의 흡입을 금지한다고 쓰여 있다"고 말했다.

밤새 모기향을 피우고 취침한 다음 날 두통과 어지러움 등 이상증세를 호소하는 소비자도 많다. 한국소비자원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09년 무향 전자리퀴드 모기향을 사용하던 박 모(당시 27세)씨가 구역질과 두통을 호소하던 사례가 보고됐다.

피레스로이드 성분을 흡입할 경우 재채기․비염․천식․혼수․두통․이명․구역 등과 같은 중독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 신시내티 아동병원의 Tanya E. Froehlich 의사의 연구를 통해 '피레스로이드 계열의 살충제에 노출된 아이들은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증상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국내 제품 중에는 지에스켐 '에프킬라리퀴드(성분명 d,d-시스:트란스프랄레트린)', 유한양행 '해피홈리퀴드'(d,d-시스:트란스프랄레트린), 한국DBK '굿나잇리퀴드(d-트란스알레트린)' 등이 피레스로이드계 성분을 원료로 쓰고 있다.

서울의 주택가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한 약사는 가정에 아이나 동물이 있다면 되도록 모기 퇴치제 사용을 자제하라고 조언했다. 모 약사는 "어쨌든 모기를 죽이기 위해서는 독성이 있는 성분을 원료로 할 수 밖에 없다"며 "독성이 아주 소량이라 해도 호흡을 통해 체내로 흡입하는 양은 적으면 적을수록 좋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가정에 아이나 임신부, 몸이 약한 사람, 반려동물이 있다면 사용을 자제하라"며 "조금 불편하더라도 화학제품보다는 모기장과 천연제품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만약 화학제품을 사용해야 한다면 용법과 주의사항 등을 잘 살펴보고 이를 지켜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모기퇴치제를 밀폐된 공간에서 사용하거나 피운 채로 잠들면 유해성분을 흡입할 수 있어 위험하며 사용 후 환기를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전자모기향의 경우 사용하지 않을 때는 꼭 플러그를 뽑아야 한다. 모기향의 스위치를 켜지 않아도 전기가 통하는 중에는 지속적으로 성분이 휘발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