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협 '검진센터' 건립…'의료기기' 사용 본격화 하나?
한의협 "의협 반대 상관없이 진행" VS 의협 "강력한 법적 대응 나설 것"

민정순 시민기자

대한한의사협회가 협회관에 '의료기기 교육·검진센터' 설치를 위한 본격적인 행정 절차에 들어갔다. 한의사협회는 최근 서울시 강서구청에 협회관 1층 일부의 건물 용도를 '제1종근린생활시설'로 변경할 것을 요청했다. 구청 측에서도 법적으로 승인 요청을 거부할 이유가 없어 용도변경을 허가했다.

제1종근린생활시설군에는 의원, 치과의원, 한의원, 침술원, 접골원 등이 포함된다. 한의사협회는 회관 건물 공사 후 의료기기를 설치해 교육·검진센터를 마련할 계획이다. 4일 한의사협회 김지호 홍보이사는 "센터에 엑스레이, 초음파 등 의료기기를 설치한 후 검진과 함께 한의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도 준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협회의 건물 용도변경 신청은 법적으로 아무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과 관련해 한의사협회와 의사협회가 대립해 온 상황으로 볼 때, 한의사협회의 의료기기 센터 건립은 또 다시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에도 대한의사협회는 강서구청을 방문해 한의사협회의 회관 내 의료기기 검진·교육센터 개설 허가 요구를 불허할 것을 적극 건의한 바 있다.

의사협회에 의하면 당시 강서구청 관계자는 "의협과 한의협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이므로 두 입장을 최대한 들어본 후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강서구청이 용도변경을 허가하자 의사협회 관계자는 "한의사가 불법행위를 할 수 있도록 물꼬를 터준 격"이라며 강력히 비난했다.

이어 "한의협이 회관 내 센터 운영을 통해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시도할 경우 의협은 강력한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의사협회의 입장 역시 확고하다.

김지호 홍보이사는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문제는 한의사와 국민, 정부가 조율해야 할 문제"라며 "여론조사를 통해서 국민들의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을 찬성하는 것을 확인했고 이전에 정부 측에서도 한의사들의 기본적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추후 회관 의료기기 검진·교육센터가 본격화되면 반발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센터 진행에 있어서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의사협회와 의사협회의 의료기기 사용 논쟁은 이미 수년 전부터 있어왔다. 두 협회 간 의견이 워낙 대립하다보니 정부 측에서도 마땅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갈등만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한의사협회의 센터 건립은 본격적으로 한의사의 의료기기사용을 실천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어 한방과 양방 간 갈등은 한층 더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