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단상]

황우여 의원 교육부장관 임명, 트라우마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

누군가는 어릴 때 물에 빠진 경험이 있어서 물을 무서워하고 누군가는 충격적인 맛을 경험했던 탓에 특정 음식이나 식재료를 기피하기도 한다. 옛말부터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말이 있다.

이는 누구나에게 트라우마는 있기 마련이라는 뜻이다. 이렇듯 트라우마는 주로 이렇듯 주로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과연 트라우마의 뜻은 무엇이고 그로 인한 증상은 어떻게 나타나는가? 의학 용어로 트라우마의 뜻은 외상(外傷)'을 의미하지만, 심리학에서는 영구적인 정신 장애를 남기는 정신적 충격'을 가리킵니다. 일반적으로 트라우마라고 하면 후자의 경우에 해당된다.

트라우마의 예를 보면 과거에 한 번 또는 반복적으로 겪었던 사건이나 정신적인 충격 사고로 인한 외상 등으로 인해 그때와 유사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지속적으로 그때의 공포와 불안 증상을 나타내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누구나 트라우마에 노출되어 있지만 일상생활을 저해할 정도로 심한 트라우마 증상을 언제까지고 감내하거나 트라우마를 유발하는 자극을 피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상대를 상처 주면서 자신의 우월함을 확인하려는 사람은 되도록 피하고 자신의 잘못으로 발생한 일이 아니라면 절대 내 잘못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그리고 마음의 상처를 받았을 때는 위축되고 사람을 만나기 꺼려지기 마련이지만, 그런 때일수록 더욱 사람들과 어울리면 따뜻한 위로를 받아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오늘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하고, 새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황우여 새누리당 의원을 지명했다. 이는 수 없는 논문표절 의혹과 위증, 사교육업체 주식투자, 편향된 역사의식, 게다가 청문회에서 보여준 교육수장의 능력 등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의 결과이다.

따라서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 철회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필자는 황우여 의원을 새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을 수용할 수 없다. 바로 이 같은 조치가 인사청문회에서 오는 트라우마 때문임을 모르지는 않지만,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 정도에 따라 이해의 관점이 달라지는 것이다.

황우여 의원은 국회 교육상임위 활동을 한 바 있으나 교육계의 당면 과제를 이해하거나 해결에 나선 전력을 보기 어렵다. 학교서열화, 입시경쟁, 교육민주화, 학생인권, 대학의 영리화 등 교육 현안을 해결해 나갈 적임자라 할 수 없다. 특정 정당의 입장을 앞장 서 주장해 온 여당의 권력 핵심부 인사가 당리당략을 떠나서 교육계의 수장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한 황우여 의원은 국회 교육상임위 활동 시절, 비리사학의 족벌식 학교 운영 파행을 바로 잡기 위한 사립학교법 개정 논의 당시 사학의 입장을 옹호하여 시민사회의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최근 정부 관료 인사 청문회에서 보듯 공직자의 도덕성과 청렴성이 국민의 지탄을 받는 시국에 비리사학을 옹호한 인사를 교육부 장관으로 지명하는 것은 교육계 혁신 추진에 걸림돌이 될 것이다.

세월호 참사는 한국사회가 근본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엄중한 과제를 던지고 있다. 그 정점에 입시경쟁과 성적 아래 ‘가만히 있으라’ 며 아이들을 옭아맨 공교육 시스템을 총체적으로 성찰해야 하는 무거운 책임이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의 이 새로운 시대에 맞는 교육의 목표와 비전, 이것을 실천할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 교육부장관으로서 황우여 의원은 적절한 후보자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황우여 의원 교육부장관 내정은 구태와 악습에 빠진 한국 사회의 변화를 갈망하는 국민의 염원과 동떨어진 적폐에 지나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이 진정으로 교육부 수장을 할 만한 인사를 찾은 것인지 정부와 여당을 지지하며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인사를 찾은 것인지 의문이 든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교육부장관 및 모든 개각을 근본적으로 성찰하고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교육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무엇부터 단행해야 하는지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특히 황우여 의원 스스로 국민들의 정서와 교육정책에 대한 미래지향적 콘텐츠를 갖고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더욱이 황우여의원은 의회주의자다. 이에 반하면서까지 장관직에 억매여선 안 된다. 그는 6·4 지방선거 수도권 후보로 중진 의원들을 차출해야 한다는 당내 일각의 요구가 있을 당시 “한 번 국회의원이 됐으면 ‘내가 뼈를 묻는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고 일축했다.

과거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회의원을 시켜줄 때 국민의 원래 뜻을 존중해야 한다는 게 평소 생각”이라며 이같이 반박하기도 했다. 더욱이 황우여의원은 전두환 정권의 대표적 공안사건인 이른바 '학림사건, "이른바 '쪽지재판'의 담당판사였다. 그는 군사정권의 시녀노릇을 했던 인물이 교육부 수장이 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학림사건'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신군부세력이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학생을 반국가단체 조직 범으로 몰아 처벌한 사건으로 당시 이태복 전 보건복지부 장관, 새정치민주연합 민병두 의원, 최경환 김대중평화센터 공보실장, 최규엽 새세상 연구소장, 엄주웅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상임위원 등 26명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고, 황우여의원은 이들 25명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당시 이들은 1981년 민주운동과 노동3권 보장, 최저임금제 도입 등을 외치며 전국민주학생연맹(전민학련)과 전국민주노동자연맹(전민노련)을 결성해 활동하다가 치안본부 대공분실로 끌려가  한 달가량 불법감금 후 고문을 당했고, 거짓자백을 강요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지난 15일 반국가단체를 조직한 혐의 등으로 7년4개월간 복역한 이 전 장관 등 24명에 대해 재심사건 상고심에서 무죄 및 면소 판결을 내렸다. 이를 본 트위터 여론의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우여 우여! 31년 만에 무죄 판결된 '학림'사건에 대해 말해보라.

전두환의 더러운 시대를 대표적인 공안과 정치판사로 전두환의 비위를 맞추던 그 철판 깔린 양심으로 이제는 교육부장관을 하겠다는 건가? 박근혜 대통령이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하고, 새누리당 황우여 (67·인천) 의원을 새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하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는 이 소식을 접하고 처음 든 생각은 '사람이 정말 없구나'라는 안타까움(?)이었고, '박 대통령이야말로 돌려막기의 갑중의 갑'이라는 감탄(?)생각이 들었다.

황우여 의원과 교육부 장관이라? 언뜻 보기에도 전혀 매치가 되지 않는다. '교육분야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그는 또 사학재단의 ‘수호자’다. 때문에 세간의 우려처럼 교육 분야의 '비전문가'는 결코 아닌지도 모른다. 지난 17대 국회에서 교육위원회 상임위원장을 맡았던 황 후보자는 사립학교를 운영하는 비리 재단의 전횡을 방지하기 위해 추진됐던 '사립학교법' 개정 반대에 앞장섰다.

2005년 12월 국회 내의 다수를 점하고 있던 열린우리당의 주도로 사학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박근혜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의 의원과 당원들은 서울광장으로 나와 '촛불'을 들었다. '비리 사학을 위한 촛불', 이때만큼 '촛불'이 초라하게 사용된 적은 없었을 것이다.
 
그에게는 교육의 공공성보다 사학의 재산권이 훨씬 더 중요하고 우선적인 가치였던 셈이다. 이런 확고한 교육 철학을 가지고 있는 전문가가 교육부 장관이 된다면 향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너무도 뻔한 일이다.

문제는 살아 숨쉬는 '현관예우' 때문에 황우여 후보자가 인사 청문회를 통과할 확률이 100%라는 것이다. 4선의 국회의원에 새누리당의 당 대표 지낸 거물급 정치인의 인사 청문회는 동네 마실을 다녀오는 발걸음과 비견될 정도로 가볍고 수월하게 치러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