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단상]

문전성시 말로 문지화 위기
敗者가 勝者를 욕보이는 치사한 피접정치

조대형 국장

문전성시(門前成市)대문 앞이 시장을 이룬다는 뜻으로, 권세가나 부잣집에 방문객이 많아 문 앞이 시장을 이루다시피 한다는 말이다. 멸문지화 ( 滅門之禍 )는 한 집안이 다 죽임을 당하는 끔찍한 재앙을 말한다. 전한(前漢) 말, 애제(哀帝) 때의 일이다.

애제가 즉위하자 조정의 실권은 외척인 부씨(傅氏), 정씨(丁氏) 두 가문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당시 20세인 애제는 동현이라는 사람과 동성연애에 빠져 국정을 돌보지 않았다. 그래서 충신 정숭(鄭崇)은 이러한 애제의 행실을 비판하며 임금의 직분을 다하기를 간언하였다. 그러나 간언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정숭은 간신배들에게 미움만 받게 되었다.
 
그 무렵 조창(趙昌)이라는 간신이 있었는데, 그는 정숭을 시기하여 모함할 기회만 노리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정숭이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거짓 상소문을 올렸다. 이에 애제는 즉시 정숭을 불러 물었다."듣자니, 그대의 집 대문 앞에는 마치 시장터처럼 사람이 들끓는다고 하던데, 그게 사실이오?""예, 전하. 신의 문전에는 아첨 객이 시장이 선 것같이 모여듭니다. 그러나 신의 마음은 물같이 깨끗합니다. 따라서 다시 조사해 주십시오."
 
그러나 애제는 정숭의 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그를 옥에 가두었다. 그러자 사예인 손보(孫寶)가 상소하여 조창의 참언을 공박하고 정승을 변호했으나, 애제는 손보를 서인(庶人)으로 내쫓았다. 그 후 정승은 옥에서 죽고 말았다.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김무성 대표에게 패배한 서청원 최고위원이 7월 17일 강원도로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7·14 전당대회 이후 모든 당무에 불참해 ‘보이콧’ 의혹을 불러일으켰던 그의 행보가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7월 18일 서 최고위원 측 관계자는 “이번 주말은 (서 최고위원이) 가족들과 강원도에서 쉴 것”이라며 “일정을 며칠로 정해 놓고 간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당장 21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 참석을 시작으로 당무에 복귀할 것이라던 관측은 틀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관계자는 “(월요일 회의 참석은) 봐야 알 것 같다”면서도 “회복되면 나오실 것”이라며 ‘태업 의혹’을 일축했다. 서 최고위원은 강원도 모처에서 요양을 하며 당 대표 선거 과정에서 도움을 줬던 인사들에게 감사 전화를 돌리는 한편, 향후 행보를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서 최고위원은 전당대회 다음날인 15일 입원을 이유로 현충원 참배, 청와대 오찬 등 모든 공식일정에 불참했다. 당 안팎에선 ‘2006년 이재오 최고위원의 데자뷰’라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서 최고위원이 패배의 충격으로 불편해진 심기를 표현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았다.

그러나 김무성 대표가 당일 밤 비공개로 서 최고위원을 찾으면서 갈등은 봉합되는 듯했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선배님으로 깍듯이 모시겠다”고 했고 서 최고위원은 “협조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강원도 행을 택한 서 최고위원의 사실상 ‘당무 보이콧’이 2주 연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벌써부터 당내 ‘빅2’의 삐걱거림이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 대표는 이날 “나하고 이미 다 이야기 한 사안이다. 검진이 끝나는 대로 강원도에 가서 일주일 푹 쉬고 온다고 했다”며 애써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서청원의 피접정치는 문전성시를 이루던 서청원정치가 멸문지화를 당할 수도 있는 현실과 상관관계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 문전성시를 이루던 그의 정치가 멸문지화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해서 피접정치로 해법을 찾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단언 하건데 그는 촤고위원직에서 용퇴해야 한다. 그것이 자연스러운 귀결이 아니겠나?

대한민국의 박근혜정부를 다시 일으킨다는 사명감은 나중의 일이고 권력을 찬탈하려다 실패했다면 당연히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는 것이 자연스러운 귀결이기 때문이다.  최소한 구차한 변명은 하지 않아야 한다.

제대로 된 깡패라면 싸움의 正道를 알 것이다. 혼신을 다해 싸우다가 졌다면 깨끗이 승복하고 승자의 처분에 몸을 맡기는 페어플레이가 그것이다. 하물며 정치의 권력을 찬탈하려고 획책했다가 실패했다면, 그 패거리들은 당연히 목숨을 잃을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패자 서청원은 어떤가? 실패한  당권쟁취 기도를 싹 감추고 교활하게도 “피접”이라는 가면 속으로 숨어들어가 버렸다. 물론 불안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상당히 철학적이고 그럴듯한 말이다. 하지만 솔직히 정확한 의미는 모르겠다. 나름대로 가늠할 뿐이다. 특히 불안은 사람을 비굴하게 만든다는 것이 필자의 해석이다.

세계 12-13위 경제대국이 된 대한민국의 정부여당  대표가 된다면 대단한 출세와 영광이다. 후보가 된다는 것만도 극소수의 엘리트만이 누릴 수 있는 영광이다.  그 대단한 자리에 설 자격이 있다고 인정받는 것이니 성공적이고 존경받는 삶을 살아왔다고 자부해도 될 것이다.

그런데 그들의 지난 과거 행적과 부정과 실수는 눈감아줘도 좋다. 다만 그들의 얼굴과 태도를 보라. 남자 같은 남자들이 몇이나 있던가? 한결같이 비굴하고 눈치보고 고개 숙이는 인간들이 태반이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높은 자리에 있는 그들은 세상을 호령할 기개도 윗사람에게 대들 배짱도 자신만의 신념도 없는 그저 자리를 놓칠까봐 불안에 떨고 있는 얼굴들이었다. 돈과 지위와 출세도 당당함을 가져다주지 못한다는 가혹한 현실을 소시민에게 안겨주는 아주 나쁜 사람들이다.  백미는 서청원의 강원도로의 피접 정치다.

원로 정치인의 꼬장꼬장함은 찾아볼 수도 없는 비굴한 모습이었다. 스스로 잘못이 있다 느낀다면 당권도전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 자리에서 패배했다면 당당히 자기를 변호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줬어야 했다. 도대체 거긴 왜 나가서 망신을 자초하고 있나.

"더 이상의 피접정치는 안 된다. 서청원의원은 더 이상 몽니를 부리지 말고 새누리당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든지  당무에 적극 협조하기를 기대한다. 경선을 끝내고 새누리당의 정식 대표가 김무성 의원으로 결정된 지금 승자와 패자의 도리로 모든 경선후보들과 그 지지자들은 아름다운 승부의 마무리 세레모니를 보여주어야 한다.

경쟁이 끝나고서도 갖은 네거티브와 흑색선전 물어뜯기를 계속하는 주자들이나 그 지지자들이 있다면 이는 승자와 패자의 도리를 모르는 반민주 반보수 반국가적인 세력이나 조무래기로 취급할 수밖에 없다.

그런 몰상식한 행태를 보일 후보나 그 지자들은 없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지만……. “뭉치면 일어서고, 나눠지면 쓰러진다.=United we stand, divided we fall."이란 말의 의미를 되새겨보고, 사마중달과 제갈량, 링컨과 리장군, 맥아더와 박근혜대통령이 보여준 아름다운 쌍방 또는 일방의 승자와 패자의 도리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7월 20일 3시가 가까운 새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