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빨리 공화국'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
앞만 보고 달려온 경제성장의 그늘에 구멍 뚫려

조경렬 편집장

1960년대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인권이 무시되고, 자유를 억눌러 왔던 한국이 이를 바탕으로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뤄 무역규모 세계 8위, 국내총생산(GDP) 규모 세계 14위로 유럽 선진국 유수의 국가들을 물리치고 명실상부한 세계경제 강국으로 부상한 한국. 이 한국이 무너지고 있다.

경제 성장 위주의 정책과 분배를 등한시하면서 ‘빈익빈부익부’의 전형적인 자본주의 병폐가 사회의 계층 간 갈등을 심화시키는가 하면 신흥 부동산 부호들에 의해 새로운 졸부 계층이 형성되고, 기존의 중산층이 무너지는 사회병리 현상이 깊어지면서 사회 갈등은 더욱 늘어만 가는 현상이 노정되고 있다.

경제 발전에 따른 거점 단위의 개발정책에 따라 황무지로 팽개쳐져 있던 강남의 개발이 시작되면서 신흥 부동산 부호들이 등장했고, 그 거점 개발은 서울을 떠나 경기도 분당과 일산 등 그 지역의 범위가 확산되면서 부의 축적이 부동산(아파트) 투자에 온 국민이 혈안이 되어 경제 성장의 ‘부실한 과실’을 따먹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런 경제 성장에 걸맞은 분배 정책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독재정권이 이어지면서 성장주의 경제정책의 신봉자 이승윤 경제팀의 주도로 지속적인 성장 위주의 경제정책을 밀고 나갔다. 군사 독재정권 아래서 서로 필요에 의해 소위 협조체제를 굳건히 하면서 몇몇 대기업 위주의 성장 풍토는 한국의 경제적 체질을 매우 빈약하게 만들었고, 지나친 친미주의 경제 정책은 미국의 영향력에 민감한 체질로 길들여졌다.

상호 경쟁체제에서 기술이 개발되고 신기술이 확산되는 게 아니라 미국이나 일본을 흉내 내면서 성장한 한국 경제는 소수의 대기업은 성장을 할 수 있었을지 몰라도 탄탄한 강소기업은 뿌리를 내리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이런 한국 경제의 한계가 바로 재벌가업 한계이다. 몇몇 재벌 기업의 수출과 생산이 80% 이상을 차지하는 경제구조 아래서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가 어떻게 경쟁력을 갖고 성장을 할 수 있겠는가.

이처럼 성장 위주의 경제발전은 ‘빨리빨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쓰면서 안전과 인간중심의 휴머니티가 무시되어 오면서 오늘날 대형 사고가 줄지어 일어나고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도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바로 차근차근한 매뉴얼과 시스템의 구축이 안 되어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는 당연한 결과이다.

아직도 적당히 인맥과 지연으로 불법을 합법으로, 탈법을 편법으로 묵인하고 협조하여 상호 주거 받는 거래에 의해 일을 풀어 가려는 부류가 이 사회에 있는 한 사회의 이노베이션이 이뤄질 수 없다. 말로만 관피아니, 해피아니 하면서 떠들지 정작 이를 해소하고 정화하려는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가 난지 오늘로(7월 23일) 100일을 맞고 있지만 아직도 정치권은 서로 잇속에 눈멀어 특별법을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다. 경찰이나 검찰도 정치적 사건에는 그렇게 재빠르게 밝혀내더니만 정작 국민들이 슬픔에 빠진 세월호 사건의 수사는 느림보 수사에 ‘헛발진’ 수사까지 수사기관으로서 기본자세도 보이지 않는 국민의 ‘애물단지’가 되고 말았다.

가장 청렴해야할 경찰이 선박에 오르지도 않고 전화로 보고 받고 출항을 승인하는 해경. 근무를 하지 않고도 마치 근무한 것처럼 근무일지를 꾸미는 해경. 근무 태만이 들통날까봐 CCTV를 삭제해버리는 해경. 뇌물검사가 늘어나는 검찰. 내부정보를 돈 받고 팔아넘기는 경찰.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경제가 장기간 불황에 빠진 것도, 대형 참사가 계속되는 것도, 검・경이 금품의 노예가 되어가는 경향도, 대기업 위주의 경제정책을 펴가는 정부도 모두 대한민국이 무너져가는 원인이 되고 있다.

사회란 어느 특정 계층을 위한 조직체가 아니다. 모든 구성원이 모두 행복을 추구해야 하는 게 바로 사회이고 국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