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백령도기행]

우리나라 서해의 최북단 섬, 백령도 기행 
"서해 백령도, 천혜의 자연생태 보고"

조경렬 기자

백령도 두무진의 웅장한 바위 모습(사진=김종환)

'마음대로 갈 수 없고, 마음대로 올 수 없는 섬' 백령도. 독도처럼 누구나 한 번은 꼭 가보고 싶은 섬 백령도. 이 백령도를 지난해 7월 3일 민주평통자문회의 서울 구로구협의회의 안보 현장방문으로 찾게 되었다. 이 백령도는 남북 대치 상황에서 가장 지정학적 의미를 갖는 매우 중요한 군사적 요충지이다.

백령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북한 도발에 의한 천안함 폭침 사건이다. 2010년 3월 26일 서해 백령도 근처 해상에서 해군 초계함인 천안함이 침몰했다. 26일 밤 9시 22분께 키리졸브-독수리 한미 합동군사 훈련이 한창인 백령도에서 남서쪽으로 1.8㎞ 지점을 순찰하던 천안함의 선미에서 갑자기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이 일어났다.

사건 발생 직후 해안경비정이 출동해 천안함에 탑승하고 있던 승조원 104명 중 58명을 구조됐지만 40명은 사망했고, 6명은 실종됐다. 이로 인해 3월 30일에는 UDT 대원인 한주호 해군준위가 수색 작업 중 순직했다. 4월 2일에는 어선 '금양98호'가 천안함 실종자 수색을 마치고 복귀하던 중 서해 대청도 서쪽 55km 해상에서 침몰해 탑승 선원 9명 중 2명이 숨지고 7명이 실종돼 인명피해가 잇따랐다.

백령도의 유일한 선착장 용기포항으로 이 곳에서 뭍으로 배가 드나든다

이런 과거의 아픔 속에서도 백령도의 자연은 아름다움을 지닌 채 이데올로기의 비련도 잊고 세월의 한 언저리를 넘고 있었다. 백령도(白翎島)는 인천 서북쪽 옹진반도 앞바다에 있는 우리나라 서해 최북단의 아름다운 섬이다. 북녘 땅과 매우 가까워 최단거리인 황해도 장연과는 불과 해상 10km 이내에 접하고 있다.

백령도는 예부터 중국 산둥 반도와의 교통 중계지로 중요했으며, 현재 국토방위의 군사 요충지이기도 하다. 행정구역은 인천광역시 옹진군 백령면에 속한다. 인구의 절반이 군인들로 구성된 섬으로 반농반어로 생계를 이어가는 주민들은 이곳 고향을 지키며 꿋꿋이 살아가고 있다.

안개가 자욱하게 낀 인천 연안부두에서 쾌속 여객선에 몸을 싣고 잠시 명상에 잠긴다. 환상의 섬 여행의 감상에 젖기 전에 뱃멀미 걱정 때문이다. 쾌속선은 중형 급에 속하는 400톤 급이었다. 그러나 걱정했던 뱃멀미는 하지 않았다. 파도가 비교적 잔잔해서다. 배는 어느덧 4시간 만에 소청도에 닿아 승객을 내려놓고 다시 대청도를 거쳐 뱃길 30분을 더 가서야 백령도 용기포 부두에 닿았다.

해안선 총둘레 57㎞에 이르는 백령도는 지리적 여건과 안보상의 문제 덕분에 태고의 신비를 그대로 간직한 천혜의 비경을 자랑하는 생태자원의 보고이다. 이 천혜의 섬 백령도의 자연 경관을 탐사하며 우리 국토의 한 부분임을 다시 한 번 각인해 본다.

해무가 자욱하게 끼여 있는 두무진의 절경

두무진 해상에 솟아 있는 바위들로 갈매기의 천국이다

해무가 짙어 어렴풋이 보이는 코끼리 바위로 근접하지는 못한다

연화리 두무진 '선대암' 장관

먼저 호텔에 짐을 풀고 늦은 점심을 먹었다. 섬 지방의 해물 음식이 맛갈스럽다. 백령도에서 가장 유명하면서도 마음대로 볼 수 없는 곳 두무진으로 행했다. 서해의 해금강으로 불리는 두무진의 기암절벽은 가히 금강산의 총석정을 연상케 한다. 이 두무진은 백령면 연화3리의 해인지대로 연중 안개에 덮여 좀처럼 그 절경의 모습을 온전히 보여주지를 않는다. 필자의 여행단이 가던 날도 해무가 가득해 그 절경을 다 보지 못하고 중간에 돌아와야 했기 때문에 아쉬움이 컸다.

두무진은 신선대, 형제바위, 장군바위, 코끼리바위 등이 연이어 해안 절벽과 함께 바다 가운데 우뚝 서서 그 모습을 자랑한다. 층층 암벽은 서해의 푸른 바다와 어울려 천혜의 비경을 이루고 있다. 장군들이 모여 회의를 하고 있는 모습처럼 보인다 하여 붙여진 이름 '두무진' 일대의 비경은 가히 절경이다. 정말이지 신이 조각하더라도 이처럼 위대한 절경을 빚지는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두무진은 반대편으로 북녘 땅의 장산곶과 몽금포 해변이 가까운 거리에 있어 실향민들의 고향에 대한 향수를 느낄 수 있는 백령도의 대표 관광지로 명승 제8호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다. 운이 좋아 날씨가 맑은 날에는 물개바위 위에서 휴식을 취하는 천연기념물인 물범을 볼 수 있다. 또한 이 곳에는 여러 종류의 갈매기와 가마우지들이 서식하고 있어 자연경관과 잘 어우러진다. 필자가 가던 날도 가마우지들이 무리 지어 바다를 드나들며 먹이 사냥을 하고 있었다.

사곶해수욕장의 모래사장 모습으로 바닷물이 잔잔하게 밀려왔다 밀려간다

사곶해수욕장의 필자

천연비행장인 사곶해수욕장

관광버스가 내륙에서 벗아나 해변가를 돌아가다 안개 자욱한 해변으로 달렸다. 백령도에서 십수 년 동안 관광버스를 운전하며 관광 가이드를 겸하고 있는 기사의 섬 자랑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백령도산 고구마가 그렇게 명품이란다.

버스는 사곶으로 향하고 있었다. 사곶은 백령도 선착장에서 얼마 안 떨어진 곳에 위치한 모래사장으로 천연비행장이자 해수욕장으로 아름다운 곳이다. 이 사곶은 이탈리아 나폴리 사변과 함께 세계에서 단 두 곳뿐인데 이 백령도 사곶이 훨씬 더 길고 넓다고 한다. 그러나 나폴리는 지금도 천연비행장으로 이용되고 있지만 백령도 사곶은 6·25 전쟁 이후 비행장으로는 이용하지 않고 보존하고 있다.

이 사곶은 천연기념물 제391호로 지정되어 보호하고 있는데, 폭 100~300m에 길이 3km의 광활한 모래사장으로 거의 수평을 이루고 있어 물이 빠지면 현재도 비행기 이착륙이 가능하다. 필자가 직접 거닐어 본 해변은 아주 가는 입자의 모래가 촘촘히 구성돼 마치 시멘트로 마무리한 활주로 같은 느낌이다.

현지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이 사곶해수욕장의 모래는 밀물로 물이 들어오면 더 단단해 지는 특성을 갖고 있단다. 이유를 물으니 물이 가는 입자의 모래를 더 단단하게 응집시키는 효과를 낸다고 했다. 보통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지만 현장에서 직접 체험하고 확인한 사실이다.

또 여름철에는 해수욕장으로 물놀이하기에 그만이다. 수심이 낮고 넓은 모래사장이 아주 시원하게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뭍에서 일정한 절차에 의해 방문이 가능하도록 한정된 인원만 출입하여 인파도 적어 한산한 휴양지나 다름없다. 이 사곶의 바다는 해무 속에서 잔잔한 파도에 몸을 싣고 태고의 추억을 자르륵자르륵 이야기 하고 있었다. 말없이 들려오는 조개들의 옛 이야기가 들리는듯 잔잔한 파도소리가 밀려왔다 밀려간다.

그러나 이곳 사곶해수욕장의 해변이 간척사업 방파제 설치 이후 바다물의 흐름이 바뀌면서 훼손이 심해지고 있어 시급한 대책이 필요한 곳 이기도하다. 농지를 개발하면서 담수호를 만들어 대령대교가 물길을 바꿔 사곶 해변이 침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콩돌해안의 모습

콩돌해안은 천연기념물 제392호로 지정되어 있다

해안에 쌓인 콩돌들은 파도가 치면 파도함께 밀려왔다 밀려가며 사르륵사르륵 소리를 냈다

자갈이 콩돌처럼 작게 몽실몽실 다듬어져 다양한 모양을 연출한다

아름다운 해변 천연기념물 콩돌해안

백령도 또 하나의 명물인 작은 조약돌로 이루어진 해변 '콩돌해안'은 사곶에 이어 천연기념물 제392호다. 남포리 오군포 남쪽 해안을 따라 약 1km 쯤 해변에 작은 도약돌이 모여 해변을 이루고 있다하여 콩돌해안이다. 백령도의 자연 지형에 의해 천연으로 만들어진 해변의 조약돌은 규암이 해안의 파식작용에 의해 연마를 거듭하여 형성된 자갈로 콩과 같이 작은 모양을 지니고 있어 콩돌이라 불린다. 이 콩돌은 색상도 다양하여 흰색, 갈색, 적갈색, 청회색 등 형형색색으로 아름다운 해변을 이루며 해안 경관을 뽐내고 있다.

특히 파도에 밀려왔다 밀려가는 사이 콩돌끼리 부딪치며 내는 소리는 파도소리와 함께 아름다운 자연의 하모니를 연출하고 있다. 필자는 그 콩돌들의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현장에서 녹취하여 가끔 그 바다의 숨소리를 듣는다. 안개가 끼여 모든 부분을 다 보여주지 않아 전체의 해안을 촬영하지는 못해 아쉬웠다. 주의할 것은 이 해안의 콩돌은 천연기념물로 외부 반출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으며, 위반 시에는 법령에 따라 처벌을 받는다.

심청각과 인당수가 백령도에 있다

백령도에는 또 효녀 심청이의 심청각이 있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판소리 심청전에서 심청이 아버지 심봉사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공양미 삼백 석에 몸이 팔려 몸을 던진 인당수가 바로 백령도 앞 바다다. 그 곳 연봉바위와 인당수가 바로 내려다보이는 곳에 심청각을 세워 한국 전통의 '효' 사상을 고취하고 있다.

이 인당수는 북녘 땅의 장산곶과 백령도 사이의 해협으로 해류가 매우 빨라 예부터 함선과 고기잡이배의 사고가 잦았던 곳이다. 그런 이유로 고기잡이를 하던 어부들은 바다의 용왕이 대노하여 거친 파도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고 해마다 고기잡이를 떠나기 전에 처녀를 사서 이 인당수에 던져 용왕께 바쳤다는 전설이 심청전의 배경이다.

가깝게는 이 인근 해역이 바로 지난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사건이 일어났던 곳으로 사건 직후 구조를 바로 하지 못해 애를 태웠던 이유였다. 해저 해류가 무척 빠르기 때문에 아무리 잠수 전문가라 하더라도 자연의 힘 앞에서는 그저 미물에 불과할 뿐이다.

당시 사건으로 순직한 우리 장병들은 물론이거니와 후배들을 물속에 두고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며 그 인당수의 거센 해류와 맞서 구조 활동을 펴다 순직한 한주호 준위를 잊을 수가 없다. 그가 바로 현대판 애국지사임을 이곳 백령도에 와서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중화동교회 입구의 천연기념물 제521호 무궁화나무(사진=김종환)

한국 교회의 역사 '중화동교회'

또 다른 면에서 한국 교회의 선교 역사에 있어 백령도를 빼 놓을 수 없다. 그래서 많은 기독교인들이 이곳 중화동교회를 찾아 성지순례를 한다. 중화동교회는 백령도의 작은 마을 언덕 위에 있다. 돌계단을 20여 개 오르니 100년 이상 된 무궁화나무가 우뚝 서 있고, 그 뒤로 교회 본당이 있는데, 지금은 현대식 건물로 선교 당시의 건물은 아니었다. 1896년 세워진 중화동교회는 한국 솔내교회와 새문안교회 다음으로 세워진 백년이 넘는 교회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 중화동 교회 입구에 서 있는 향나무와 무궁화나무는 교회의 역사와 함께 산증인으로 강릉시 방동리 강릉박씨 제실에 있는 무궁화나무와 함께 천연기념물(제521호)로 보호되고 있다.

또 이 곳 백령도 진촌마을의 인근 약 4km에 이르는 녹황색의 감람암포획 현무암분포지(橄欖岩捕獲 玄武岩分布地) 암편들은 감람암과 현무암 분포지로 천연기념물 제393호로 보호되고 있다. 이 지역은 지구의 내부 연구와 화산활동 연구에 귀중한 자료이다. 또 진촌리 일대에는 길이 20m, 두께 2m 정도의 패총이 있어 학술조사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 밖에도 백령도에는 많은 관광지가 있지만 군사시설로 인해 일반인의 출입이 허가 되지 않는 곳이 많다. 사자바위, 코끼리바위, 형제바위 등이 그 곳이다. 다만 맑은 날 멀리서 관찰이 가능하다. 이곳 백령도 특산물로는 백령도의 약쑥, 다시마 등이 있으며 해산물로 놀래미, 가리비, 삐뚤이, 까나리액젓 등이 유명하다.

특이한 것은 백령도 용기포에 내리면 우리나라 땅인데도 마치 외국의 어느 항구에 와 있는 느낌이 든다. 그것은 아마도 한 번 들어오면 마음대로 나가지 못한다는 생각이 앞서기 때문일 것이다. 기상 악화로 연중 평균 90여 일 이상 배가 뜨지 못한다. 필자의 여행단도 거센 풍랑으로 배가 뜨지 않아 출발 일정을 하루 연기해야 했다. 하지만 풍랑이 계속 되면 배는 기약없이 뜨지 않는다.

마음대로 갈 수 없고 마음대로 올 수 없는 섬 백령도.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어 오염 시키느니보다 지금처럼 누구나 갈 수 없는 섬이었으면 한다. 환경 보존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는 필자의 욕심일까?

* 이 기사는 지난 2012년 백령도 방문 때 취재한 내용으로 사진 파일이 파손되는 바람에 일부 사진은 동행한 '김종환 평통자문위원'의 사진을 제공 받아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