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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함께한 선조들의 피서법 '濯足'"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그 속으로"
조경렬 기자  |  herald@herald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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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7.23  16:2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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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족 이야기…선조에게 배우는 '자연피서법'
자연과 함께한 선조들의 피서법 '濯足'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그 속으로"
 
글 조경렬 기자

   
여름철 심산유곡에서의 탁족은 우리 선조들의 자연 피서법이다(사진=헤럴드저널)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소서(7월 7일)가 지나면서 30도가 넘는 찜통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낮 더위뿐만 아니라 잠 못 이루는 열대야까지 겹치면서 몸이 축축 늘어져 손에 일이 잡히지 않기 십상이다. 지금은 각 가정마다 선풍기나 에어컨을 끼고 살다시피 하고 언제든지 냉장고에 보관된 차가운 음식과 음료수를 마실 수 있지만 이도저도 없었던 옛날에는 과연 어떻게 여름을 보냈을까.

요즘 사람들이 갖가지 문명의 이기를 이용해 무더위를 이겨내듯이 옛 사람들도 더위를 쫓는 슬기로운 피서법이 있었다. 옛 사람들은 초여름에 해당하는 단오 무렵(음력 5월 5일)에는 더위를 피하기 위해 아이들은 멱을 감고 어른들은 등목을 했다. 또 폭포가 있는 지방에서는 '폭포 물 맞기'를 하고 해안 지방에서는 백사장에서 모래찜질을 하면서 더위를 이겨냈다.

점잖은 처지의 양반들은 가까운 벗들과 시원한 계곡을 찾아가 계곡물이나 쏟아지는 폭포를 바라보며 더위를 잊었다. 이인상(171O~176O) 윤두서(1668~1715) 등 조선 후기의 이름난 문인화가들이 즐겨 그린 <송하관폭도>에는 폭포수 아래서 더위를 식히고 있는 선비의 모습이 잘 묘사돼 있다. 그러나 찜통더위에는 옛 선비들도 직접 물에 들어가고픈 유혹을 떨치기 힘들었던 듯하다.

신분과 체면 때문에 맨몸을 드러낼 수는 없는 노릇이니 흐르는 차가운 물에 발만 담가 그 시린 기운을 즐기며 더위를 피했다. 바로 탁족(濯足)이다. 발을 흐르는 계류에 담그는 탁족은 당시 선비들의 최고 피서 법이었다.

"나물 먹고 배불러서 손으로 배를 문지르고 얇은 오사모를 뒤로 젖혀 쓰고, 용죽장 손에 집고 돌 위에 앉아서 두 다리 드러내어 발을 담근다. 그 시원한 물을 입에 머금고 쭉 뿜어내면 불같은 더위가 저만치 도망을 가고 먼지 묻은 갓끈도 씻어낸다. 휘파람 불며 돌아와 시냇바람 설렁설렁하면 여덟자 대자리에 나무베개를 베고 눕는다.……"

-이인로의 <탁족부> 중에서

   
탁족도: 이경윤 비단에 수묵, 31cm*34cm(국립중앙박물관)

"서울 풍속에 남산과 북악의 계곡에서 탁족 놀이를 한다"는 <동국세시기>의 기록도 당시 양반 선비들의 탁족 피서 법을 보여주고 있다. 고려대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조선 중기의 문인 이경윤(1545~1611)은 얼마나 무더운지 선비 체면에도 불구하고 저고리를 풀어 헤친 채 시리도록 차가운 물에 두 다리를 담그고 발가락을 꼼지락거리고 있는 선비의 모습을 <고사탁족도>라는 작품으로 남겼다.

실제로 한방에선 발이 온도에 민감해 찬물에 담그면 온몸이 시원해질 뿐더러, 흐르는 물이 간장 신장 방광 위장 등의 기(氣)가 흐르는 길을 자극해 건강에도 좋은 것으로 치고 있다. 또 요즘처럼 바람 한 점 없는 열대야 때문에 잠을 설칠 때에 옛 사람들은 바람 잘 통하는 뜰이나 마당에 두어자쯤 높이의 평상을 내어다 댓자리나 돗자리를 깔고 모기불을 놓고 잠을 청했다.

지체 높은 선비들은 사랑방에서 체온이 뜨거운 마나님 대신 대줄기를 엮어 긴 원통형으로 짜 만든 '죽부인'을 껴안고 잤는데 허전함을 덜 뿐 아니라 대나무의 서늘한 기운과 통풍이 잘돼 쉽게 잠에 빠지곤 했다.

또 죽부인은 모기나 감기 때문에 홑이불을 덮고 자더라도 홑이불이 몸에 직접 밀착하지 않게 해 쾌적한 온도를 유지시킬 뿐 아니라 대나무 고유의 탄력을 빌어서 안고 자면서 다리까지 걸칠 수 있는 잇점도 있다.

   
설악산 천불동 계곡의 폭포

한편 복날같이 무더운 날에는 삼계탕이나 보신탕 등 뜨거운 보신 음식으로 무더위를 이겨내는 이열치열(이열치열)의 방법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었다. 무더위 때문에 땀을 많이 흘리다보면 갈증을 채우기 위해 찬 것을 많이 먹게 되고 입맛이 떨어져서 쉽게 기운이 빠지기 쉽다.

이처럼 '더위를 먹었을 때'는 자양분이 풍부한 뜨거운 음식으로 기운과 입맛을 돋워 건강을 지켰던 것이 옛 사람들의 여름나기 지혜였던 것이다.

특히 1년 중에 가장 더위가 심하다는 초·중·말의 '삼복'에는 햇병아리를 잡아 삼계탕을 해먹거나 개를 잡아 큰 가마솥에 파를 숭숭 썰어 넣고 삶아서 보신했다. 애견가에게는 듣기 싫은 소리겠으나 옛 사람들은 복날에 구(狗)탕을 먹으면 허약해진 몸을 보신하고 영양을 보충하며 잔병을 물리치고 잡귀도 물리칠 수 있다고 믿었다.

<동국세시기>의 기록에도 "상고하면 <사기>에 이르기를 진덕공 2년에 처음으로 삼복 제사를 지냈는데 4대문 안에서는 개를 잡아 충재를 방지했다"는 내용이 있다.

또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개고기는 오장을 편안하게 하며 혈맥을 조절하고, 장과 위를 튼튼하게 하며, 골수를 충족시켜, 허리와 무릎을 따뜻하게 하고, 양도를 일으켜 기력을 증진시킨다"라고 그 효능을 설명했다.

여름철이면 이름난 곳이 아니더라도 계곡과 바다 등 피서지에는 인파와 자동차 행렬로 넘쳐나 열을 피하려다 오히려 열 받는 것이 요즘 피서 세태다. 또 에어컨이나 냉장고가 널리 보급돼 손쉽게 시원한 음식과 음료수를 즐길 수 있게 되었으나 이런 문명의 이기의 지나친 사용으로 몸을 해칠 수도 있다.

이럴 때 호들갑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더위를 다스렸던 옛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빌어보는 것도 건강하게 여름을 나는 피서법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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