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신임 당 대표에 첫 호남출신 이정현 의원
"심야·조찬·주말회의 수 없이 열어 민생 챙길 것"
내년 대선 준비 상시 공천제 도입하겠다

조경렬 기자

9일 새누리당의 전당대회를 통해 당표에 당선된 이정현 의원

우리나라 70년 여당 역사상 첫 호남출신 대표가 탄생했다. 9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친박계 이정현(58ㆍ3선ㆍ전남 순천) 의원이 당 대표에 선출됐다.

"저는 거위의 꿈이라는 노래를 좋아합니다. 그 노랫말처럼 모두가 등 뒤에서 비웃었지만 저는 그 꿈을 키워왔습니다. 그리고 오늘 이 자리에 섰습니다. 우리 사회를 거대한 벽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사람들, 분노하고 있는 사람들, 꿈을 잃고 좌절하는 사람들, 제 심정은 이 분들을 태우고 거위처럼 날개를 활짝 펴서 벽을 넘겨드리고 싶습니다. 이 꿈이 현실이 되도록 오늘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새누리당 신임 당 대표에 선출된 이정현 의원의 대표 수락연설은 이렇게 시작됐다. 누구도 이 의원이 대표가 될 것으로 믿지 않았지만 그는 오뚝이처럼 대표 자리에 서게 됐다. 전남 곡성 출신에 순천이 지역구인 이 의원은 호남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새누리당 대표로 선출되는 돌풍을 일으켰다.

그의 정치 역정은 그야말로 오뚝이 정치인의 표본이다. 여당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호남에서 잇따라 패배를 거듭했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호남의 중요성을 역설해 박근혜 당시 대포로부터 깊은 인상을 남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정현 신임 대표는 2004년 17대 총선 과정에서 당시 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은 광주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그 에게 "어려운 곳에서 얼마나 고생이 많으시냐"고 격려했다. 이 때 이 신임 대표는 "한나라당의 '호남 포기 전략'을 포기해 달라"고 박 대통령에게 열변을 토해 그를 당 수석부대변인으로 발탁하는 계기가 됐다.

9일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후보로 나선 이정현, 이주영, 주호영, 한선교 의원(사진=JTBC 뉴스화면)

이 신임 대표는 2004년 17대 총선에서 광주 서구 을에 출마했지만 720표(0.7%)의 참담한 성적표를 거뒀고,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치러진 18대 총선에서야 비례대표로 원내 입성했다. 이 의원은 19대 총선 때 다시 광주 서구에서 출마해 40% 가까운 득표율을 얻었지만 역시 당선에는 실패했다.

그러던 것이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치러진 2014년 7·30 재보선에선 첫 지역구(순천·곡성) 당선에 성공했고 20대 총선에서도 순천 단일지역구에서 당선돼 당권 도전을 넘볼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이 의원이 당 대표 선거에 뛰어들었을 초기에는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보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호남 출신이라는 지역적 한계 외에도 명문대 출신 엘리트 중심의 보수정당에선 여러 모로 비주류였고 다른 후보들에 비해 선수(3선)에서도 뒤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1958년생인 그는 동국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85년 전남도지사를 지낸 당시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총선캠프에 합류하면서 정치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3선 의원 경력을 제외하면 당에선 한나라당 수석 부대변인과 새누리당 최고위원을 지냈다. 박근혜 정부 초기에 청와대 정무수석과 홍보수석을 지냈다.

이 의원은 한때 '박근혜의 복심'으로 불리며 참모형 정치인의 틀에 갇혀 있었지만, 이제 새누리당 당권을 손에 쥠으로써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게 됐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새누리당은 오늘부터 친박이니 비박이니 하는 계파는 없다"고 선언했다. 그의 일성으로 새누리당의 고질적인 계파 청산과 함께 낡은 정치의 기틀이 마련될 지가 주목된다.

한편 이 신임 대표는 정당대회 후 기자회견을 갖고 "당의 최우선 과제는 복잡하게 많지만,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국회 개혁을 새누리가 주도할 것"이라며 "상시 공천제도 도입을 바로 검토하겠다. 내년 대선을 대비해 대선후보를 외부에서도 모셔오고, 내부에서도 찾을 수 있도록 영입의 문을 개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심야회의·조찬회의·주말회의를 수 없이 열어 갈 것"이라며 "민생 현안을 하나하나 챙길 것이다. 현장에 의원들은 물론 원외 인사도 같이 투입해 현장 목소리를 듣게 하고 바로 정책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