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 덕혜옹주지묘" 표지석이 옹주 지키고 있어
한가위 연휴에 개방한 덕혜옹주묘를 찾다

조경렬 편집장

덕혜옹주의 묘(홍유릉 일원 소재)

덕혜옹주의 묘는 소박한 모습으로 능원의 묘역에 있다

지난 8월 개봉한 영화 '덕혜옹주'로 인하여 세간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비련의 공주에 대한 애석함을 달래는 이가 늘자 문화재청이 9월 13일 부터 11월까지 덕혜옹주묘를 개방하기에 이르렀다.

덕혜옹주의 묘를 답사하러 필자가 길을 나선 것은 개방 다음날인 14일 오전 이었다. 추석 명절로 2천500만 명의 대이동이 시작되는 시점에 경기 남양주시의 홍·유릉을 찾은 것이다. 명절이 겹쳐서인지 세간의 관심만큼 탐방객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어린이들을 동반한 가족단위 탐방객과 일부 남녀 젊은층의 탐방객이 홍유릉을 찾고 있었다.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대중교통으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수도권 전철을 이용한다면 경춘선 금곡역에서 내려 약 500미터를 걸으면 금곡4거리다. 조금 더 직진하면 금곡동주민센터로 그 뒤편 울창한 숲이 홍·유릉이다.

홍·유릉은 본래 고종황제와 순종황제의 능침이 봉안된 능원이다. 그런데 덕혜옹주가 이곳 홍·유릉 인근으로 온 까닭은 아버지 고종황제의 능침 옆으로 가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홍·유릉을 자세히 이해하려면 대한제국 제1대 황제인 고종황제의 가계 보(譜)를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덕혜옹주의 가계 위치가 뚜렷해진다. 우리는 고종황제가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2남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을 터이다.

고종의 본명은 이희(李熙)로 본관은 전주(全州)이다. 선대인 철종이 1863년(철종14) 12월 8일에 후사를 남기지 못하고 승하하자 신정왕후 조씨(조대비, 익종의 비)에 의해 후계자로 지목되어 왕위에 올랐다. 이때 고종의 나이는 12세에 불과했다. 그래서 근 10년을 대원군이 수렴청정 했다.

'대한 덕혜옹주지묘'라고 쓰인 표지석

고종은 명성황후 민비 사이에서 4남 1녀가 태어났으나 대한제국 제2대 황제 순종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일찍 죽었다. 이 밖에 고종은 7명의 후궁에게서 3남 1녀를 두었다.

고종의 후궁 중에서 자녀가 있는 귀인 이 씨는 완친왕을 낳았고, 귀인 장씨는 의친왕, 순헌황귀비 엄씨는 영친왕을 낳았다. 그리고 마지막 귀인 양씨가 덕혜옹주를 낳았으며 고종은 말년에 옹주를 보는 재미로 나날을 보냈다.

여기에서 영친왕 이은(李垠)은 고종의 일곱째 아들로 순종과는 이복형제이다. 1920년 일제의 흡수정책에 따라 일본 왕족 나시모토노미야[梨本宮]의 딸 마사코[李方子]와 정략결혼을 했다. 그의 아들이 이진과 이구로 마지막 황세손이었다.

이렇게 구분해 보니 오늘 찾아갈 덕혜옹주는 고종의 마지막 후궁 귀인 양씨 사이에 태어난 공주이다. 일본에서 조우하고 한국으로 귀국하여 옹주의 병간호를 극진하게 했던 이방자 여사는 11살 위의 올케 언니인 셈이다.

일본 유학길 경성역에서의 덕혜옹주(1925년)

덕혜옹주 소학교 때의 작품

일본유학을 앞둔 기념사진(1925년)으로 표정이 애처로워 보여 더 안쓰럽다

일본 귀족 가문과 강제 정략결혼 사진(1932년)

홍·유릉을 들어서니 오른쪽으로 홍릉으로 가는 길과 왼쪽 유릉으로 가는 길이 갈린다. 여기에서 덕혜옹주 묘를 가려면 홍릉 왼쪽으로 난 쪽문을 지나서 영친왕 묘인 영원을 옆으로 끼고 5분 쯤 걸으면 지극히 소탈하고 아담한 덕혜옹주 묘가 나온다. 영원에서 덕혜옹주 묘로 가는 길에는 이번 덕혜옹주 묘 개방을 위해 옹주의 삶과 의친왕의 생애에 대하여 사진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덕혜옹주의 묘는 왕가의 묘라고 하기에는 초라했다. 묘지 입구에 큰 소나무가 옹주를 지키는 무인석처럼 덩그러니 서 있어 다소나마 위안이다. 단출한 상석에 석등 그리고 '대한 덕혜옹주지묘'라는 표지석만이 그를 애처로이 지켜보고 서 있다. 옹주의 삶이 얼마나 불우한 나날이었는가를 아는 사람이라면 느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덕혜옹주 묘에서 오른쪽으로 50여 미터를 더 들어가면 옹주의 이복 오빠 의친왕과 의친왕비가 합장된 의친왕묘가 있다. 표지석도 없이 소박하게 작은 능침만이 놓인 의친왕 이강은 독립운동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