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내일부터 시행…정부·언론·법조계 "비상"
법원·검찰, '실무적용 가이드라인 놓고 고심'

조경렬 기자

소위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각급 기관이나 기업들이 법시행 교육을 실시했다(사진=YTN뉴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이른바 '김영란법'의 시행을 하루 앞둔 27일 정부기관과 자치단체, 언론·법조계가 모두 분주한 모습이다. 정치권도 정당별로 김영란법의 시행을 앞두고 세미나 등을 통해 사례 중심으로 교육을 마쳤다.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부정청탁과 금품 수수, 향응문화 등의 악습을 근절하겠다는 김영란법은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 10만원으로 상한을 두는 이른바 '3·5·10 규정법' 혹은 '더치 페이법'으로 불린다.

하지만 김영란법은 법과 시행령을 통해 적용대상과 사례를 명확히 알 수 있는 대부분 법과 달리 '부정청탁의 기준'이 워낙 광범위해 '합법'과 '불법'의 구분에 모호한 부분이 많다.

그렇다 보이 정부와 지자체 등 각 기관에서는 위반 사례가 나오지 않도록 단속에 들어간 것은 물론, 특히 법 위반 사건에 과태료를 부과하게 될 검찰과 법원은 수사와 재판 준비에 고심하고 있다.

특히 최근 법무부는 최근 부정 청탁금지법 관련 주요 내용이 담긴 8페이지짜리 리플릿을 제작해 직원에게 배포했다. 시행을 앞둔 청탁금지법의 이해를 위한 주요 내용 설명과 함께 이 법이 공무원 행동강령 등과 함께 시행되는 만큼 기존 규정 준수에도 유의해야 한다는 안내 등도 담겼다.

법무부는 지난달 말부터 내부 통신망에 청탁금지법 관련 항목을 개설해 관련 자료를 전파하고, 법 적용 대상자인 각종 위원회 위원 등 소관기구에 위촉돼 '공무 수행'을 하는 민간인에게도 법령 안내문을 발송했다.

대검찰청은 감찰 담당인 감찰과 청렴팀 소속 연구관들이 내부 지침 마련을 연구하고 있다. 김영란법 전담검사를 두는 방안 등도 논의 중이다. 지난 2일 전국 지방검찰청 부장검사들이 모인 김영란법 관련 회의에서 전담검사 도입 여부, 처벌 절차나 세부기준 도입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청탁금지법이 시행되면 위반 정도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형사처분도 할 수 있는데, 과태료 액수는 법원의 재판을 통해 결정된다. 이 때문에 법원은 수도권의 과태료 재판 전담판사를 중심으로 '과태료 재판 연구반'을 구성해 매뉴얼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 내부에선 청탁금지법 위반의 경우 일반 과태료 사안보다 사회적으로 훨씬 무겁게 인식되고 처벌 대상이 공직자 등인 점에서 혐의 입증을 엄격히 요구해 신중하게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법원은 전담 연구반을 통해 세미나를 여는 등 사례 중심으로 준비를 했지만 여전히 법 해석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법 시행과 함께 다양한 양상의 다툼이 실제로 발생하면 더 큰 혼란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 매뉴얼 준비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앞서 대법원은 이달 초 각급 법원 기획법관 38명을 상대로 '청탁금지법 쟁점 간담회'를 열어 부정청탁의 유형과 신고 및 처리요령, 직무 관련성, 직무관련자와의 관계 등을 논의했다.

한편 기업이나 민원인과의 만남이 잦을 수밖에 없는 기획재정부는 아예 김영란법을 주제로 한 휴대전화 통화연결음(컬러링)을 제작해 직원들에게 배포했다. 소속 직원들과 민원인들이 서로 불편한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미리 조심하자는 취지에서다.

일반 사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국내 주요 대기업 그룹과 경제단체들은 최근 한두 달간 잇따라 김영란법 설명회를 열거나, 사내 온·오프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법 시행 초기부터 탈법 사례 발생을 막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