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문학상 대중가수 밥 딜런, 전 세계 의견 분분
노벨문학상 자격 충분 vs 작가 아닌 가수다…훌륭한 작가 많다

조경렬 기자

201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밥 딜런

올해 노벨문학상은 미국의 유명 싱어송라이터 겸 시인 '밥 딜런'(75)이 차지했다. 스웨덴 한림원 노벨상위원회는 10월 13일(현지시간) "훌륭한 미국 음악 전통 안에서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해낸 딜런에게 노벨 문학상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노벨상위원회는 밥 딜런은 반전(anti-war)과 인종차별에 저항하는 등 반세기에 걸쳐 사회와 시대를 반영해 온 수 많은 가사로 미국 음악의 위대한 전통 속에서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번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해 '기대를 뛰어 넘는 파격 수상'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는 측과 지금까지 쌓아온 '노벨문학상의 권위와 명성을 훼손시키는 일'이라며 우려를 나타내는 측도 있다.

사실 밥 딜런은 이미 1990년대 중반부터 4년 연속 노벨 문학상 후보로 추천되어 왔다. 그는 1941년 5월 미국 미네소타 주 덜루스의 러시아계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어렸을 때부터 문학을 좋아하며 시를 쓴 그는 1959년 미네소타대학에 입학해 가수 활동을 시작했으나 1961년 학교를 중퇴하고 뉴욕으로 활동 무대를 옮겼다. 데뷔 앨범은 1962년 컬럼비아레코드에서 나온 '밥 딜런'이다. 딜런은 미국 포크음악의 대부인 동시에 영국 시인 '딜런 토머스'에서 '딜런'이라는 이름을 따 예명으로 삼을 만큼 시적인 가사로 유명하다.

딜런의 시대정신은 1960년대부터 시작됐다. 그는 인종차별 반대, 반전 반핵 등 사회성 짙은 음악을 내놓았으며 이는 70년대까지 이어지면서 '시대의 양심'으로 떠올랐다. 그는 철학적 가사와 진솔한 메시지로 시대와 세대를 뛰어넘어 현재까지도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딜런은 '노킹 온 헤븐스 도어'(Knockin' On Heaven's Door) 등 수많은 명곡들을 통해 아름다운 가사와 선율로 미국인은 물론 전 세계인의 가슴을 울렸다. 특히 잭 케루악, 앨런 긴즈버그 등 비트닉 작가들의 영향을 받은 그의 시적인 가사는 대중음악에서의 가사의 수준을 문학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10여 년 전부터 딜런은 노벨 문학상 유력 후보로 거론돼왔던 만큼 음악적으로나 문학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온 것이 사실이지만, 노벨 문학상 역사상 대중가수가 상을 수상하기는 이번이 처음으로 의외라는 반응이 만만치 않다.

이에 탁월한 예술성으로 오랜 세월동안 전 세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찬성 입장과, 노벨 문학상의 권위가 우려된다며 딜런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걸맞지 않다는 반대 입장이 상반되고 있다.

노벨상 유력 후보 중 한 명이었던 미국 소설가 조이스 캐럴 오츠 역시 트위터를 통해 "딜런의 음악은 아주 깊은 의미에서 '문학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SNS 메시지에서 "내가 사랑하는 시인들 중 한명인 밥 딜런에게 축하를. 노벨상을 받을만하다"고 축하했다.

반면 부정적인 입장도 많이 보이고 있다. 스코틀랜드의 소설가 어빈 웰쉬는 밥 딜런의 노벨 문학상 수상에 대해 "음악 팬이라면 사전을 펴놓고 '음악'과 '문학'을 찾아서 비교하고 대조해 봐라"며 비난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CNN도 딜런이 세계 문학계에서 확실하게 인정을 받는 작가가 아니라는 이유로 그의 수상 자격을 따지는 이들도 있다고 보도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대체적으로 음악계는 매우 흥분된 분위기로 환영하는 반면 문학계는 '노래 가사를 문학으로 볼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회의적인 분위기가 역력하다.

특히 정호승 시인은 "시와 노래가 원래 한 몸이긴 하지만 멜로디를 위해 쓴 글을 시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가수가 노래를 위해 시적인 가사를 썼다고 해도 그것을 시라고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