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말레이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피살
김정남 피살…5년 만에 수행된 '스탠딩 오더'

[이한준 기자] 북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아들이며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 형인 김정남이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피살됐다.

지난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피살된 김정남

피살된 김정남은 북한 당국이 수년간 반드시 처리해야 할 대상인 이른바 '스탠딩 오더'(standing order)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직접 이복형 김정남 제거를 명령했고, 북한 정찰총국 등은 이를 수년간 기회를 노렸다는 것이다.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은 지난 15일 국회 정보위원회 간담회에서 "김정남 암살은 김 위원장 집권 이후 스탠딩 오더였다"며 "암살 시도는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시도됐다"고 밝혔다. 암살 시점에 대해서는 "오랜 노력의 결과 실행된 것일 뿐 특별한 의미는 없다"며 "오랜 명령이 집행된 것이다"고 덧붙였다.

'스탠딩 오더'란 명령권자가 어떤 명령을 내리고 난 이후 본인이 직접 명령을 취소하지 않는 이상 효력이 지속되며 반드시 수행돼야 하는 명령을 의미한다.

일각에서는 김정남이 2012년 한국 대통령 선거 전 유럽이나 미국, 한국으로 망명을 원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 원장은 "유럽이나 미국은 정보가치가 별로 없어 생활 보장이 불가능했고 한국의 경우 피살 가능성이 있어 포기했을 것"이라며 "김정남은 특별한 망명 시도가 없었다"고 말했다.

김정남은 김정일과 성혜림 사이에서 1971년 5월 10일 태어났으며, 김정은은 김정일의 셋째 부인인 재일교포 출신 무용수 고용희에게서 태어났다.
김정남은 1981년 스위스 베른 국제학교에서 유학한 뒤 1980년대 제네바종합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