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세네갈의 천재작가 '두츠'의 그림. 사진=갤러리 통큰

아프리카 미술의 새로운 출발 '두츠'
"100-1 = 0" 두츠展

[헤럴드저널 조경렬 기자]

두츠의 작품

늦가을 서울 인사동에 색다른 전시회가 열린다. 아직까지는 다소 생소한 아프리카미술전이다. 아프리카 미술과 문화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는 정해광 아프리카미술관장의 기획으로 세네갈의 이타적인 작가 <두츠 전>이 '갤러리 통큰'에서 열린다.

이 전시는 두츠의 예전 전시인 "100=1" 즉 '100'과 '1'이 서로 다르지 않다(no difference)는 '='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100-1=0"에서는 '-1' 즉, 정체성(identity)이 주요 이슈로 다루어졌다. 국적이 세네갈에서 프랑스로 바뀐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 현란한 색체하며 유난히 큰 자동차와 하늘 높이 치솟은 빌딩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정신을 못 차리게 할 정도로 아주 복잡해졌다.

작가에게 많은 변화가 생기고 있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는 대목이다. 패턴에서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어쩌면 두츠는 굳이 가지 않아도 될 길은 조금 먼저 출발했다고 한다. 동적 심성이 자신의 정체성이라는 부연 설명도 곁들였다.

지금의 그림이 다소 생소하겠지만, 재능만큼이나 진지성이 돋보이기에 의외로 그림을 보는 즐거움이 있을 것이다. 더불어 두츠의 내면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 "100-1=0" 전시는 11월 19일 부터 오는 12월 16일 까지 서울 종로 갤러리 통큰이다.

세네갈의 두츠는 아직 젊은 작가지만 유럽을 시작으로 미국에서 더 인정을 받고 있다.

두츠…아프리카를 넘어 세계로

현대 아프리카의 대표 화가 두츠(N. Douts)는 1973년 세네갈에서 태어나 다카르 국립예슬학교에서 "서민 지역의 무질서 건축연구"라는 논문으로 수석으로 졸업하는 천재성을 보였다. 2000년 아프리카 비엔날레 '젊은 작가 모음전'에 참여하면서 갤러리 기획자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2001년에는 모래 위에 집을 짓는 설치미술 "TRAIN-TRAIN MEDINA(Medina의 지루한 일상)"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켜 프랑스 TV5와 벨기에 RTBF 방송에 소개되기도 했다.

2004년에는 오랫동안 구상해 온 작품 "100=1, 1=100"을 발표하면서 서구 미술계에 이름을 각인시켰다. 서민지역의 무질서한 모습을 원색적으로 표현한 100개의 작은 그림들은 설치 미술적 효과를 통하여 하나의 그림으로 보이게 했다. 그리고 하나의 그림을 기하학적으로 분할하여 다시 100개의 그림으로 보이게 했다. 조합과 분산의 관정에서 관객들은 카멜레온을 연상했고, 그것은 이내 두츠의 애칭이 되었다.

2006년에는 다카르비엔날레에서 유럽연합 예술가위원회가 주는 대상을 받으면서 프랑스, 벨기에, 이태리, 스페인, 미국 등 유서 깊은 미술관 및 갤러리에서 초대전을 가졌다. 그의 작품은 주로 은행과 기업이 많이 소장하고 있으며, 워싱턴의 Worlk Bank는 "100=1, 1=100"이라는 주제의 작품을 모두 사 들이기도 했다.
 
두츠 미술의 미학적 여정

두츠는 아프리카를 넘어 세계를 향한다. 사진=갤러리 통큰

두츠의 그림을 보면, 어느 새 동화의 마을에 다다르게 된다. 가난한 곳일지라도 누추함이 크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넓게 벌린 팔은 어느 누구와도 손을 잡을 것 같고, 길가에 즐비한 동차는 주인이 따로 없는 것처럼 보이고, 높이 치솟은 안테나는 신과의 거리마저도 짧게 만드는 것 같다. 그리고 아크릴 물감은 파스텔과 함께 어우러져 만화적 팝아트가 마을을 더욱 더 명량하게 만든다.

그림 곳곳에 써 놓은 "100=1,1=100"이라는 숫자와 흑백으로 이루어진 화폭은 아예 수묵화의 경계를 넘어 동양의 우주론도 보이는 듯하다. 두츠의 미학적 여정의 깊이와 폭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세계미술계가 두츠를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 여기에 있다.

오는 19일 부터 한 달 동안 열리는 아프리카 미술의 백미, 두츠 전에서 늦가을의 정취를 느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