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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꽃 배롱나무천연기념물 부산 양정동 배롱나무
최철희  |  choi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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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8.30  09:5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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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광역시 양정동 배롱나무로 800년의 세월을 간직한 천연기념물이다.(사진=최철희 사진가)

[이 달의 시]

 배롱나무

                 도종환 시

 

 배롱나무를 알기 전까지는
 많은 나무들 중에 배롱나무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가장 뜨거울 때 가장 화사한 꽃을 피워 놓고는
 가녀린 자태로 소리 없이 물러서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남모르게 배롱나무를 좋아하게 되었는데
 그 뒤론 길 떠나면 어디서든 배롱나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지루하고 먼 길을 갈 때면 으레 거기 서 있었고
 지치도록 걸어오고도 한 고개를 더 넘어야 할 때
 고갯마루에 꽃그늘을 만들어 놓고 기다리기도 하고

 갈림길에서 길을 잘못 들어 다른 길로 접어들면
 건너편에 말없이 진분홍 꽃숭어리를 떨구며
 서 있기도 했습니다

 이제 그만 하던 일을 포기하고 싶어
 혼자 외딴 섬을 찾아가던 날은
 보아 주는 이도 없는 곳에서 바닷바람 맞으며
 혼자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꽃은 누구를 위해 피우는 게 아니라고 말하듯

 늘 다니던 길에 오래 전부터 피어 있어도
 보이지 않다가 늦게사 배롱나무를 알게 된 뒤부터
 배롱나무에게 다시 배웁니다

 사랑하면 보인다고
 사랑하면 어디에 가 있어도
 늘 거기 함께 있는 게 눈에 보인다고

   
배롱나무는 예로부터 복을 가져오는 나무라 하여 사원이나 향교, 릉 등에 많이 심어졌다.
   
부산 양정동의 배롱나무는 800년의 역사 속에서 오늘 날까지 그 생명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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