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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의 주역으로 우뚝 선 고려인의 삶舊 제정러시아 고려인 강제 이주 80주년
안젤리나 강 박사  |  annjl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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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03  21: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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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리포트-중앙아시아 고려인의 삶

중앙아시아의 주역으로 우뚝 선 고려인의 삶
舊 제정러시아 고려인 강제 이주 80주년

[헤럴드저널] 안젤리나 강 박사=올해로 또 하나의 한국인으로 알려진 고려인들이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 된 지 80주년이 된다. 지난 1937년 9월부터 시작된 러시아의 고려인 강제이주로 18만 명이 추위와 배고픔으로 갖은 고통을 당해야 했다.

   
러시아 연해주의 고려인-순얏센 고향마을 사람들(사진=바리의꿈)

제72주년 광복절을 맞아 이번 8월호에 중앙아시아 일원에 흩어져 살고 있는 고려인들의 삶을 살펴보고 이들의 성공과 발전을 알아본다.(편집자 주)

연해주에서 6천키로 떨어진 중앙아시아에 도착

1930년대 태평양전쟁 당시 구소련의 스탈린이 한인 지식인 2500여명을 일본의 스파이라는 억울한 누명을 씌워 대규모 학살을 자행한다. 이렇게 한인들을 공포와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지게 한 다음 계획된 강제 이주를 강행한다. 이것은 마치 짐승 취급을 하며 길들이기에 다름 아니었다.

그래서 강제이주가 억울하게 느껴지기 보다는 어떻게 보면 살았다는 안도감이 더 들 수 있도록 처참한 상황을 조장했다. 스탈린은 당근과 채찍을 양손에 들고 고려인들에게 선택을 강요했다. 학살은 채찍이고 이주는 마치 당근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그 정도로 당시의 상황은 공포와 두려움이 교차하는 비참한 상황이었다.

당시 영문도 모르고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고려인들은 화물열차에 짐짝처럼 실려 끌려갔다. 연해주에서 100여 년 동안 피 땀 흘려 일군 삶의 터전과 농작물 등을 모두 그대로 두고 공포에 질린 눈으로 블라디보스토크 역과 우스리스크의 작은 마을 라즈돌로예 역에 모여 1937년 9월 말부터 두 달 동안 총 124대의 수송 열차에 171,781명의 고려인(한인)들은 극동지방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를 당한다.

블라디보스토크 기차역과 라즈돌로예 역에 모인 겁에 질린 고려인들은 지붕 없는 가축용 화물칸에 실려 영하의 추위와 싸우며 시베리아 횡단 열차 속에서 일부는 죽어 갔다. 낮에 하염없이 달리던 기차는 캄캄한 밤이 되면 잠시 정차를 할 때가 있었다고 한다.

무엇 때문에 섰을까? 이들을 쉬게 하려는 게 아니라 죽은 사람을 시베리아 벌판에 그냥 버리기 위해서였다. 기록과 생존한 고려인의 증언에 의하면 달리는 기차 안에서 부모나 자식이 죽으면 달리는 기차 밖으로 던지고는 그냥 소리 죽여 한없이 울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 얼마나 비참한 일인가. 100여 년 동안 황무지를 개간하여 옥토로 바꿔 놓으니 밤새 강제 이주를 당한 고려인들은 얼마나 원통하고 한이 맺혔을까?
 

   
집단농장의 김만삼 초상화

혹독한 추위 견디며 몰래 숨겨온 씨앗으로 기적 일궈

여기 171,781명이라는 숫자는 예조프(강제이주 집행책임자인 스탈린의 살인기계)가 스탈린에게 제출한 최종 완료 보고서에 나오는 숫자이다. 카자흐스탄에 20,170가구 총 95,256명과 우즈베키스탄 16,272가구 총 76,525명이었다.

키르기스스탄이나 인근 국가에도 알 수 없는 수많은 고려인이 추방되었고 40여 일간 6000㎞를 달리는 동안 굶주림과 추위를 견디지 못해 절반이 사망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으니 얼마나 많은 사람이 추방을 당하였던 것일까.

그렇게 겨우 추위와 배고픔을 이기고 살아남은 사람들이 기차에서 내린 곳이 연해주에서 약 6000Km 떨어진 중앙아시아의 메마른 황무지였다. 집도 없고 먹을 것도 없는 사막에서 살려고 땅을 파고 들어가 추위를 피해야만 했다.

하지만 오랜 기간 강제 이주로 인해 먹지도 못하고 병이 들어 생존자 중 5분의 1이 죽어나갔다고 한다. 중앙아시아 사막 땅에 버려진 고려인들의 삶은 그야말로 비참했다. 거주 이전의 자유도 없었고 배움의 길도 없었다고 한다. 고려인역사관 안내책자에 의하면 이주 다음해에 7000여명이 사망했고, 그 다음해에 4800여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KBS다큐 '한국인의 밥상'에서 고려인들이 모여 잔치를 벌렸다(사진=KBS1TV 자료화면)

강제 이주된 그곳에 내린 이들이 처음으로 하는 말이 “어떻게 사나?”가 아니라 “이제 살았다!”라는 긍정의 말이었다고 하니 한민족은 참으로 긍정적인 민족임에는 틀림없다. 혹독한 겨울만 견디면 된다는 희망을 품고 추운 겨울 땅을 파고 토굴 속에서 겨울을 보냈고 봄이 되면 땅을 개간하고 가슴에 몰래 품어 숨겨간 생명과도 같은 곡식 씨앗들을 가지고 다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적처럼 몇 해만에 고려인들은 집을 짓고 농사를 하며 농업의 기적을 일구어 낸다. 곧 죽을 것으로 생각했던 이들이 다시 살아나 땅을 일구고 농사를 짓고 집을 세우고 길을 내는 모습을 보고 소련인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고려인들은 민들레 홀씨처럼 다시 살아났다.

집단농장을 만들어 위기를 함께 극복하고 소련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걸출한 노동 영웅 김병화[김병화 농장 경영]를 비롯하여 김만삼[노동영웅 칭호 받음], 황만금[폴리타젤 집단농장 지도자, 우즈베키스탄공화국 최고회의 의원] 등을 배출하는 기적을 일구었다. 이 사실을 직접 눈으로 본 소련인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고려인들의 위대함을 칭찬했다.

   
'한국인의 밥상'에 등장한 고려인들의 음식(사진=KBS 1TV)

사회 각계각층에서 활약 중인 카자흐스탄 고려인들

드넓은 초원과 풍부한 지하자원을 가진 나라 카자흐스탄은 흔히 축복받은 땅으로 불린다. 국토 면적이 세계에서 9번째로 넓지만(남한의 27배) 인구수는 1700만 명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몇몇 대도시 주변을 제외하고 어디에서나 광활한 초원을 만날 수 있다. 이곳 카자흐스탄에 고려인과 그 2~3세들은 대략 10만 명이다.

대부분 농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지만 높은 향학열로 인해 성공한 고려인도 많다. 오늘날 카자흐스탄에 약 10만 명의 고려인이 살아가고 있는데, 비록 소수민족으로 살고 있지만 일부는 정치·사회·경제·교육 등 다방면에서 지도자로서 카자흐스탄 사회를 이끌고 있다.

고려인 기업가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카작무스’라는 구리광산업체의 대주주인 고려인 ‘블라드미르 킴’은 카자흐스탄에서 가장 성공한 기업가 중 한 사람이다. 또 정치계의 대표적인 인물로는 ‘故 김 유리 알렉세이(1940~2000)’ 전 법무부 차관을 들 수 있다.

그는 헌법 제정에 참여했으며, 헌법위원회의 위원장을 역임했다. 그는 카자흐스탄 최대의 도시 알마티에는 그의 이름을 딴 거리가 있을 정도로 국민들로부터 존경 받는 정치인이었다. 이렇게 카자흐스탄 사회를 이끌고 있는 고려인들에게 한국은 어떤 의미일까? 그들의 정체성은 분명 카자흐스탄 사람이다.

하지만 많은 고려인들이 그들과 역사가 같은 나라인 한국을 잊지는 못하고 살고 있다. 세계적으로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부강한 나라가 된 한국을 ‘할아버지의 나라[祖國]’으로 생각하고 있다.

또 최근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문화와 한국어를 배우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제 조국인 한국이 이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법적인 혜택을 줄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가 되었다는 요구가 흘러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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