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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島), 이제 선유도 섬은 섬이 아니다선유도,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혹사당하고 있더라
조경렬 기자  |  herald@herald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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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07  18:3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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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여행] 고군산군도의 선유도

섬(島), 이제 선유도 섬은 섬이 아니다
선유도,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혹사당하고 있더라

[헤럴드저널 11월호] 글·사진 조경렬=이제 섬은 섬이 아니었다. 그대로 육지가 되었다. 최근 조금 유명세를 타면 섬으로 다리를 건설하여 많은 자동차가 드나들면서 더 이상 섬이 아닌 셈이다.

   
대장도 대장봉에서 내려다 본 선유도 일원 풍경(사진=조경렬)

추석 명절 연휴를 이용해 필자가 찾은 곳은 고군산군도의 선유도와 주변 섬이었다. 고군산군도는 유인도 16개와 무인도 47, 총 63개의 도서로 구성된 천혜의 관광지이다. 거리는 군산에서 45km 지점에 있다.

선유도를 중심으로 선유8경, 해수욕장 등 천혜의 비경과 갯벌을 간직하고 있다. 서해바다 한가운데 점점이 떠 있는 조그만 섬과 섬 사이의 수평선으로 해가질 때 선유도의 하늘과 바다는 온통 불바다를 이루어 황홀한 광경을 연출한다.

여름철 해수욕장에서 바라보는 낙조의 아름다움이 가슴에 파고들어 오래오래 기억될 그런 섬이다. 해변에서 바라보는 선유도의 일몰, 섬과 섬 사이의 수평선으로 떨어지는 낙조가 장관이다. 서쪽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낙조의 감동은 오래도록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안겨준다.

서울을 떠나 미끄러지듯 빠르게 달려 도착한 곳은 새만금방조제길이다. 새만금을 지나야 선유도로 연결되는 연육교를 만날 수 있다. 방조제 끝머리에서 신시도를 지나면 무녀도로 연결되는 고군산대교가 나타난다.

이제 선유도가 섬이 아니게 만든 대교이다. 인간의 욕심은 여기에 만족하지 못하고 무녀도에서 다시 선유도를 연결하는 선유대교를 건설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고군산군도라고 부르기 어려울 지경이다.

   
무녀도에서 정박한 소형 어선들이 낚시터로 떠나기 위한 채비를 하고 있다. 

아름다운 명사십리 선유도해수욕장

필자는 무녀도의 귀퉁이 해안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긴 연휴로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 길은 인파로 만원이다. 트레킹에 나선 길이라 자전거나 전동차에 의지하지 않고 걷기로 했다. 바다에 넘실대는 하얀 파도의 포말을 보면서 말이다.

바람이 잠잠한지라 큰 파도는 아니어도 철썩거리는 파도소리가 나그네의 친구가 되어주었다. 길모퉁이에 쌓여 있는 어구들과 그물에서 비릿한 갯냄새가 피어났다. 짭조름한 바다향기가 파도를 타고 넘실댄다. 어부들은 연휴도 잊고 부두에서 고기잡이 준비를 하느라 부산했다.

길은 해안선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고 전망이 좋은 곳에는 어김없이 커피점이 자리를 잡았다. 무녀도와 선유도를 잇는 신도로를 건설 중이라 주변은 먼지로 뒤범벅이다. 그 사이로 전통 차와 소형 전기차가 수없이 오고가는 길이 트레킹길이다.

서울에서 생각했던 아름다운 섬의 낭만적인 분위기는 아니었다. 모두가 물질을 탐한 시대의 변화라지만 좀 씁쓸한 느낌이다. 무녀도를 반 바퀴 돌아 선유도로 연결된 인도교에 닿았다. 그 위로는 선유대교가 건설 중이다. 선유도 여객선터미널을 지나고 면 소재지에 도착하니 학교와 관공서가 여기저기 보인다.

그리고 사진으로 보던 선유도해수욕장이 눈앞에 나타났다. ‘명사십리’ 선유도해수욕장의 백사장이 멀리 펼쳐져 있다. 그 끄트머리에 바위봉인 망주봉이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다.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점심 식사를 하고 백사장에서는 청춘남녀들의 추억 만들기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선유도해수욕장의 한가로운 풍경

해수욕장은 유리알처럼 하얀 고운 모래가 십리에 걸쳐 펼쳐지고 지난여름 그늘이 되었을 갈대 비치파라솔이 줄지어 서 있다. 저 하얀 모래밭에 한가위 보름달이 내리비춘다면 파도와 함께 금빛으로 물들어 망주봉과 함께 그윽한 산수화가 될 것이다.

바로 평사낙안(平沙落雁)이 된다. 망주봉은 바위로만 이루어진 두 개의 봉우리가 마주보고 북쪽을 향하고 있다. 옛날 젊은 부부가 임금님을 기다리다 그만 굳어져 바위산이 되고 말았다는 전설이 내려오는데, 해발 152m의 이 봉우리에서 여름철에 큰 비가 오면 큰 망주봉에서 7~8개의 불줄기가 폭포처럼 쏟아져 장관을 이룬다.

선유도는 역사적으로도 유서가 깊다. 고려시대에는 여송 무역로의 기항지였을 뿐만 아니라, 왜구와의 전투에서 승리를 한 최무선(崔茂宣)의 진포(鎭浦) 해전기지였다. 또한 조선시대 수군의 본부로서 기지역할을 했던 선유도는 수군절제사가 통제하기도 했던 섬이다.

이순신장군이 명량해전 승리 후 선유도에서 열하루동안 머물며 전열을 재정비하는 등 임진왜란 때는 함선의 정박기지로 기능을 수행했던 해상요지였다. 무녀도로 이어지는 신시도에는 월영봉이 있다. 해발 199m에 불과한 작은 산봉우리는 가을 단풍이 매우 아름답다.

가을철 신시도 앞바다를 지날 때면 월영봉의 단풍이 마치 한국화 병풍을 보는 듯 하다하여 월영단풍으로 부른다. 특히 이곳 월영봉은 신라시대의 대학자 최치원 선생이 절경에 반하여 일부러 바다를 건너와 이곳에 머물며 글을 읽고 잠시 살았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대장봉으로 오르는 중턱 전망대에서 바라다 본 어촌 풍경

대장도의 대장봉에 오르다

선유도해수욕장에서 점심 후 장자도로 향했다. 선유도에서 장자도로 가기 위해 길을 재촉했다. 그 길 위에서 초분을 만났다. 풀숲 사이로 관이 들여다보이는 섬뜩한 장면이다. 그 섬에는 최근까지도 초분(草墳)의 풍습이 이어져 왔다.

여기 선유도에도 남도 섬지방의 장례 풍습인 초분(草墳)이 남아 있다. 초분은 섬이나 해안지방에서 내려오는 전통의 장례 풍습으로 상(喪)이 났을 때 조상이 묻혀 있는 곳에 생 송장을 묻을 수 없다는 사상과 정월에는 사람이 죽어도 땅을 파지 않는다는 전례의 유습 때문에 2~3년간 야산에 나무 시렁을 만들어 풀로 덮는 분을 했다가 육탈이 된 뒤에 땅에 묻는 이중 장례의 형태를 말한다.

   
할매바위 모습

이런 초분의 관습은 부족국가 시대부터 널리 행해져 왔으며, 최근까지도 이어지던 장례 풍습이다. 초분지대를 지나 대장도로 향하는 길은 또 인도교인 장자대교를 지나야 한다. 대장도는 고군산군도의 맨 끝에 위치한다. 트레킹의 마지막 섬이다. 그 섬에는 참 아름다운 대장봉이 있다.

우거진 숲 사이로 난 오솔길을 따라 오르니 142m 대장봉 정상에 도착했다. 멀리 점점이 작은 섬들을 모두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와 같은 곳이다. 동으로 선유도, 남으로 장자도, 북으로는 방축도와 횡경도, 서쪽으로 관리도가 한 눈에 보이는 전망 좋은 봉우리이다.

대장도에서 기념사진도 촬영하고 내려오는 길에 할매바위를 만났다. 여기 장자 할매바위는 슬픈 전설이 전해진다. 대장봉 중턱에 약 8m의 할매바위는 절벽 옆에 우뚝 솟아있다. 고군산군도의 11개 섬 중에 사람이 살고 있는 장재미섬과 사람이 살지 않는 빗겡이섬이 있는데, 장재미에 있는 바위를 장자할매라 하고 빗겡이에 있는 바위를 장자할배라 했다.

장자 할매바위는 마치 여인이 애기를 업고 상을 차려 나오는 형상이고, 장자 할배바위는 감투를 쓴 남정네의 형상을 하고 있다. 여기에 얽힌 이야기는 옛날 이 섬의 한 부인이 남편이 글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 뒷바라지를 했다.

부인은 오직 남편의 급제를 위해 천일기도를 하며 살았는데,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간 남편은 계속하여 낙방하니 오갈 데가 없었다. 그래서 남편은 한양의 어느 사대부가 외동딸 글 선생으로 들어가서 글을 가르치게 되었다.

   
대장봉에 올라 드론으로 섬 주변 풍경 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산행대장과 대원들 모습

그리고는 그 외동딸과 눈이 맞아 데릴사위가 되었다. 그 후 과거에 급제하여 본가로 내려오게 되었다. 이때 남편의 급제 소식을 듣고 아내가 술상을 차려 마중을 나갔는데, 소실 부인을 데리고 오는 모습을 본 부인이 서운한 마음에 돌아 앉아 술상을 든 채로 그 대로 굳어져 바위가 되고 말았다.

그리고 그 남편도 건너 횡경도에서 바위로 변해 서로 바라만 보게 되었다는 전설이다. 그 바위가 바로 장자도의 할매바위와 횡경도의 할배바위라는 설화이다. 대장봉의 숲은 매우 건강했다. 섬잔대가 보라색의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있다.

이제 다시 무녀도로 되돌아가야 한다. 장자도에서 선유도까지는 서틀버스를 탔다. 시간이 여유가 있어 선유도해수욕장에서 좀 쉬기로 했다. 또 전동차 흙먼지를 피하고 싶기도 해서이다. 관광객이 밀려든다고 지나친 상술에 치우치면 더 큰 것을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주민들이 깨달았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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