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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승계 청탁 증거없고…馬 삼성 소유, 뇌물 아니다"2심재판부, 삼성 측 주장 받아들여 1심 판결 뒤집어
양병수 기자  |  mf007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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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2.26  16: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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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이슈-삼성 이재용 재판

"경영권 승계 청탁 증거없고…馬 삼성 소유, 뇌물 아니다"
2심재판부, 삼성 측 주장 받아들여 1심 판결 뒤집어

[헤럴드저널] 글 양병수

박근혜정부 정경유착의 전형으로 수사를 해 온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이 2심에서 뒤집혀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0)에게 지난 2월 5일 집행유예를 선고한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정형식 부장판사)는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진동 부장판사) 판단을 완전히 뒤집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66)에게 청탁하고 편의를 받을 만한 ‘경영권 승계작업’ 자체가 없었다는 삼성 측 주장을 전면 받아들였다.

박 전 대통령도 이 부회장의 승계 작업을 알지 못해 편의를 봐줄 만한 정황이 없었고, 최순실씨(62)가 삼성 말(馬)을 자기 말처럼 썼을지언정 소유권 자체는 삼성전자로 돼 있어 뇌물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 또한 삼성 측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1996년 에버랜드 전환사채 인수 때부터 시작된 승계작업은 정부, 전문가, 다른 재판도 인정하고 있는데도 유독 이번 항소심 재판부만 부인했다는 지적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승계작업’을 “피고인 이재용이 최소한의 개인 자금을 사용해 삼성그룹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에 대해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으로 정의했다. 이에 맞서 이 부회장 측 변호인들은 “승계작업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재판부도 “증거가 없다”며 이 부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이런 재판부의 판단은 삼성 경영권 승계의 존재를 인정하고 주목한 박근혜 정부 당시 금융감독원과 공정거래위원회,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 등 정부기관뿐 아니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 같은 민간기관 보고서 등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2014년 금융감독원과 공정거래위원회가 각각 작성한 보고서에는 이 부회장의 지배권 확보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 내용이 담겨 있다. 같은 해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도 ‘이건희 유고의 장기화와 경영권 승계가 가시화 되는 상황에서 삼성의 당면과제는 이재용 체제의 안착이고, 정부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를 바탕으로 1심 재판부는 “금융·감독기관의 전문가들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피고인 이재용의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 확보와 관련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며 승계작업의 존재를 인정했다.

특히 이 부회장의 승계작업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더 분명히 드러난다. 합병이 진행되던 2015년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합병 목적이 경영권 승계 차원에서 이루어졌다”며 국민연금공단에 불리한 합병비율에 반대를 권고했다.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의 1·2심 판결문도 일관되게 ‘삼성 경영권 승계’를 인정했다.

특히 2심 재판부는 “제일모직 주식의 합병가액에 대한 삼성물산 주식의 합병가액 비율이 낮게 산정될수록 삼성그룹 대주주 일가의 합병 후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이 강화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실제 합병비율은 제일모직 1 대 삼성물산 0.35로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결정됐고, 이 때문에 문 전 장관과 함께 기소된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은 “업무상 임무를 위배해 이재용 등 삼성그룹 대주주에게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했다”며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그럼에도 유독 항소심 재판부가 면죄부 석방을 한 법 논리에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경영권 승계작업 인정 안 된다

1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에게 승계작업이 중요한 이슈였고,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도 승계작업을 주요 목표로 운영됐다고 봤다.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이 독대에서 최씨 딸 정유라씨 승마 훈련비용 등을 논의할 때도 국민연금공단을 압박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표를 던져달라는 등 구체적인 요구가 오간 건 아니지만 승계작업에 대해선 상호 인식했다고 봤다. ‘포괄적 현안에 대한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이 이 부회장 승계작업을 위한 게 아니어서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잘 봐달라고 청탁할 대상이 없다고 판단했다. 또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 등에 대해 “(이 부회장의) 지배력 확보에 유리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인정된다”면서도 “결과를 놓고 평가할 때 확인되는 것일 뿐, 목표였다고는 할 수 없다”는 소피스트적 논리를 폈다.

재판부는 이어 박 전 대통령도 승계작업을 알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캐비닛에서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현안을 검토한 문건들이 발견돼 재판에 증거로 제출됐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보고서 작성자들이 추론해 작성한 의견서에 불과할 뿐”이라고 증거능력을 일축했다.

최순실 씨에게 말 소유권 없어

다만 항소심 재판부는 삼성전자가 최씨 회사인 코어스포츠와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36억3484만원을 계좌로 송금해준 것은 뇌물이 맞다고 인정했다. 승마 훈련비용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에게 직접 귀속된 데다가, 대통령은 삼성의 기업활동과 관련해 편의를 봐줄 수 있는 광범위한 직무권한을 갖고 있어 대가관계가 인정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씨가 탄 말 자체는 소유권이 최씨에게 실제로 넘어가지 않아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1심에서는 2015년 11월 최씨가 “이 부회장이 VIP(박 전 대통령)를 만났을 때 말 사준다고 했지, 언제 빌려준다고 했느냐”고 화를 냈고, 이에 삼성 측이 “원하시는 대로 해드리겠다”고 답한 것을 근거로 말의 소유권이 최씨에게 넘어갔다고 판단했다. 심지어 정씨도 지난해 7월 이 부회장 1심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최씨로부터) 말을 ‘내 것’처럼 타면 된다. 굳이 돈 주고 살 필요 없다고 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최씨는 말 소유권이 형식적으로만 삼성전자에 있고 실질적으로는 자신에게 있다고 인식하고 있었는데 삼성전자가 말 위탁관리계약서 작성을 요구하자 무리한 요구를 한다고 봐 화를 낸 것으로 보인다”며 정씨 증언에 대해서도 “말 소유권을 넘겨줬다는 근거는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재판부가 정유라 씨의 증언도 받아들이지 않고 삼성 측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李부회장 재산국외도피 의도 아니다

해외로 돈을 보낼 때는 허위로 지급신청을 하면 불법인데도 삼성전자가 정유라 씨 금전 지원을 숨기기 위해 최씨 측과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삼성전자 승마단 훈련비용인 것처럼 속인 혐의(재산국외도피)도 1심에서는 일부 유죄가 인정됐지만 항소심에서 전부 무죄로 바뀌었다.

뇌물로 최씨에게 보낸 것일 뿐 해외로 돈을 은밀히 빼돌린다는 인식은 이 부회장에게 없었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삼성이 송금한 돈을) 최씨가 해외에서 자신의 필요에 따라 임의로 소비하고 축적, 은닉했을 뿐 뇌물공여자인 이 부회장이 지배하거나 관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단지 공여의 장소가 국외일 뿐 재산국외도피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재판부가 36억여 원을 뇌물로 인정하면서도 “박 전 대통령이 삼성그룹 경영진을 겁박한 요구형 뇌물 사건”이라는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한 양형기준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용 항소심 ‘재벌 봐주기’ 논란 지속

재판부는 이번 사건의 본질을 "최고 권력자의 겁박으로 이뤄진 수동적 뇌물공여"라고 규정하고 삼성은 권력에 의해 수동적으로 응했다고 본 것이다.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전형적인 정경유착"으로 규정해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양측에 비슷한 책임을 지운 1심의 판단을 완전히 뒤집은 셈이다.

항소심 재판부도 삼성이 코어스포츠에 준 36억여 원과 마필은 뇌물로 인정했지만,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의 겁박에 못 이겨 거액의 뇌물을 준 거라고 판단했다. 결국 사건의 본질이 바뀌면서 박 전 대통령 측은 책임이 무겁게, 겁박당한 이 전 부회장은 상대적으로 죄가 가벼워진 결과를 가져왔다.

재판부의 이런 판단은 정부 요구로 불법자금을 준 다른 기업들에도 대부분 적용될 수 있어 '재벌 봐주기'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아무리 요구형 뇌물사건이라 해도 뇌물 액수가 적지 않은데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은 봐주기 판결이라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 항소심 판결은 현직 부장판사도 '판결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고 양형을 두고서도 법조계 안팎에서 이견이 표출되는 등 법리적으로 뜨거운 논쟁에 휩싸여 있다. 또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해당 부장판사의 파면과 감사를 요구하는 청원이 무려 수  백 개나 제기되는가 하면, 세 명 중 두 명이 이 부회장 항소심 재판 결과에 공감하지 않는다는 여론이 있을 만큼 판결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승계 작업과 관련한 명시적·묵시적 청탁을 인정하지 않는 등 삼성 봐주기 판결이 재연됐다는 일부 비판에도 불구하고, 최씨 1심 재판부는 '안종범 수첩'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뇌물 액수'를 50억 이상으로 유지시켰다. 지난 2월 5일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법원을 나섰던 이 부회장을 바짝 긴장하게 만드는 내용이다. 이제 세간의 이목은 대법원 판결로 집중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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