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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80년대 공단 도시에서 다문화의 도시로지구촌 다문화 가족의 천국이 된 경기 안산
김정남 기자  |  epic103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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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2.26  21:5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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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시대-다문화의 도시 안산

안산, 80년대 공단 도시에서 다문화의 도시로
지구촌 다문화 가족의 천국이 된 경기 안산  

글 김정남 | 자료 안산시청 문화콘텐츠

한국 경제가 한창 개발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을 즈음인 1980년대 안산은 ‘공단’ 도시로 발전했다. 당시 정부는 수도권 지역의 인구 과밀 해소와 산업 분산을 위해 1977년 반월공업단지를, 그리고 1986년에는 시화공업단지를 조성했다.

   
경기도 안산시의 다문화거리 모습(사진=경기도다문화인권지원센터)

자연스레 전국에서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이 안산으로 모여들면서 신도시 안산은 ‘공단’ 배후도시로서 급격히 성장했다. 그렇게 경기 안산은 급격한 인구증가와 아파트 건설 등으로 도시 곳곳이 계획된 신도시로 변해갔다.

공단 도시에서 다문화 공동체 도시로

1980년대 안산 지역에서 공단으로 출퇴근 하는 노동자들의 주거지는 공단 맞은편에 있는 단원구 원곡동과 선부동, 초지동 등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었다. 이 지역은 지하철 4호선 안산역과 가까워 교통이 편리할 뿐 아니라 저렴한 비용으로 집을 얻을 수 있는 다세대 주택들이 늘어서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원곡동 일대의 주택단지는 인근 반월공업단지와 시화공업단지가 가까울 뿐 아니라 대부분이 맞벌이로 일하는 젊은 부부들을 위한 각종 시설들이 자리 잡고 있어 인기가 좋았다. 최소한의 경비만을 들여서 자녀의 연령대 별로 마음 놓고 맡길 수 있는 비영리 탁아소라든가 노동상담소 등은 안산 지역 거주민들의 생활 편의를 위해 자생적으로 발전·운영된 대표적인 민간 복지 시설이었다.

여기서 지역 주민들은 당시 노동 활동가들과 사회 활동가들을 매개로 하여 서로 돕고 의지하면서 생활을 꾸려나갈 수 있었다. 삭막한 도시 생활에서 맛보기 어려운 공동체적 나눔과 도움의 문화가 신도시 안산의 밑거름이 된 것이다.

신도시 안산에 거주하고 있는 지역 주민의 절반 이상이 외지인이다 보니 지방 행정도 자연스럽게 지역 주민이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안산에 대한 애착과 소속감을 높이는 쪽으로 관심이 기울었다. 관공서와 행정기관들은 지역 주민에 대한 통합과 정체성 부여를 위해서라면 민간단체나 시민사회와 손을 잡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1990년대 들어 공단지역이 발전하면서 사회도 성장을 거듭해 이제 공단에서 일하는 것을 기피하는 현상이 시작됐다. 외부의 인력 수혈없이는 공단이 가동을 멈춰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안산으로 몰려들었다. 중국 동포들을 비롯하여 동남아시아 노동자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60년대 부산 광복동 국제시장이 외국인거리라면 이제 안산시 단원구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됐다. 다문화시대를 활짝 연 것이다. 그래서 1980년대 안산이 공단과 노동자의 도시였다면, 1990년대 이후의 안산은 시민들이 만들어가는 참여형 도시라 할 수 있다.

전국 여느 곳보다도 많은 수를 자랑하는 시민단체, 그리고 이들이 진보와 보수를 넘어서 지역 발전을 위해 서로 연대하고 협력을 아끼지 않는 곳. 안산시가 가진 생명력은 바로 여기에 있다.

   
경기도 안산시 원곡동 다문화지원센터(사진=경기도다문화인권지원센터)

지구촌 축소판이 된 다문화 공동체

사전적 의미의 공동체(community)란 ‘같은 환경을 공유하고 있는 유기적 집단’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래서 공동체라는 말은 그 속에 시간적으로, 또 공간적으로 ‘같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런 면에서 작은 ‘마을’을 지칭할 때에도,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를 말할 때에도, 또 세계화가 확산되고 있는 ‘지구촌 사회’에도 공동체라는 표현을 쓸 수 있다.

이 ‘지구촌’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안산이다. 전국 각지의 이주민들로 주민의 대부분을 채웠던 안산시는 이제 지구 환경의 변화와 함께 세계 각지에서 온 외국인 이주민들을 주민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들은 보다 나은 삶을 위해서 일자리를 찾아 고국을 떠난 사람들이다. 안산이 보유한 공단이 이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해 주고 있다.

2018년 1월 현재 안산시에 등록된 외국인이 102개국의 국적에 8만명에 이른다. 10년 전의 약 2만명에서 4배가 늘어난 80,965명(안산시청 외국인 통계자료)이 되었다. 미등록 체류 외국인을 포함하면 1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우리나라 외국인 체류인구 수가 218만명으로 전체 인구 대비 4.2%를 차지하는 것에 비하면 엄청나게 높은 비율이다.

외국인이 많아지면서 거리의 모습도 많이 달라졌다. 안산역과 주변 주거 지역을 사이에 두고 형성된 상점가 또한 한국인이 떠난 자리를 채운 이주민들을 대상으로 변신하게 된 것이다. 각종 식당, 술집, 노래방 등의 유흥 시설은 세계 각국의 언어로 쓰인 간판으로 바뀌었다. 중국어, 영어는 기본이고 일본어와 아랍어까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국제상점의 수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이중 45000명 정도로 56%를 차자히는 중국계 재외동포로 인해 중국식당이 주를 이루지만 인도네시아·파키스탄·스리랑카·네팔·이란·베트남·러시아 등의 음식점 및 식품점들이 점차 늘고 있다. 그리고 다양해지고 있다. 국제상점 이외에도 이주민들을 주 소비자로 하는 휴대폰 대리점, 전화방, PC게임방 등도 증가하고 있다. 2009년 5월에는 정부가 ‘국경없는 마을’로 불리는 일대 지역을 다문화마을특구로 지정하기도 했다.

국경없는 마을이 바로 다문화 공동체(multicultural community)이다. 하나의 국적이나 민족, 인종에 국한되지 않고 세계 각지에서 온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이주민과 원주민들이 ‘함께 살기’를 도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다양성은 인천의 ‘화교촌’, 부산의 ‘상해마을’, 서울 방배동의 ‘프랑스인마을’과 동부이촌동의 ‘일본인촌’, 가리봉동의 ‘조선족 마을’과 구분되는 안산시만의 특성이다.

외국인, 아니 ‘주민등록증이 없는 거주민’들에게 안산은 모국어를 쓰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곳, 모국어로 된 신문과 TV를 접할 수 있는 곳, 모국 음식을 먹을 수 있고 필요하다면 식자재까지도 구입할 수 있는 곳, 그리고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다. 그들에게는 고달픈 타향살이의 외로움을 잠시나마 풀어주는 제2의 고향과도 같은 곳이 안산이다.

한편, 내국인에게 안산은 아시아 각국의 문화와 음식을 접할 수 있는 곳이다. 해외여행 가서 먹었던 음식이 생각날 때, 한국 속에 자리 잡고 있는 다양한 지구촌 사람들의 생활양식을 통해 ‘또 하나의 문화’를 체험하고 싶을 때 안산을 찾는다. 마지막으로 도시의 변화와 관계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지역 토박이 주민들에게는 자신이 나고 자란 삶의 터전이 다양한 자극에 반응하며 변화하는 모습을 보며 생동감을 느끼는 곳이기도 하다.

갈등을 넘어 소통과 협력의 도시로

국경없는 마을에서는 해마다 지역 주민들이 참여하는 거리 청소 및 환경 정비 사업, 다문화축제, 체육행사 등 외국인과 한국인, 이주민과 원주민 등 지역 주민 모두가 다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문화 교류 프로그램 등이 연중무휴로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 모든 것이 원활하게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원곡동의 원주민들도 처음에는 이러한 변화에 많은 불만과 어려움을 토해 내기도 했던 것이 사실이다. 말이 통하지 않는 낯선 사람들, 종량제가 무색하게 아무 데나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 외국인 범죄로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아진 것을 실감함과 동시에 불편함을 느꼈던 것이다.

그러나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곧 이주민들이 점점 ‘나’와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며, 소비자이자 세입자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나아가 ‘나’와 같은 인간, ‘나’와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 즉 ‘우리’라는 점을 인식하게 되었다. 국경없는 마을에서는 시민단체, 관공서 관계자, 그리고 이주민 공동체, 원주민협의회 등이 한자리에 모이는 정기모임을 갖고 있다.

마을의 치안과 복지를 위해서, 더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자리이다. 국경없는 마을의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서는 지역 주민들 간의 이해와 소통, 그리고 자발적인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문화공동체 도시로 성장하는 경기 안산시의 다문화 여성들

다문화의 그늘을 넘어서 공동체로

한국의 다문화적 상황은 서구 사회처럼 수십, 수백 년에 걸쳐 지속된 것이 아니라 20세기 말에 갑작스레 등장하였다. 인간은 누구나 낯선 상황에 대해서 호기심과 동시에 적개심을 갖기 마련이다. 적지 않은 한국인들이 이주민에 대해 성숙하지 못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특히 안산시에 거주하고 있는 대부분의 이주민이 소규모 사업장에 근무하는 저숙련·저임금 노동자이다 보니 적은 일자리를 놓고 경쟁해야 하는 상대로 보고 차별하거나 무시를 하는 것이다. 또 경제적으로 저개발 국가에서 왔다고 해서 ‘가난한 나라에서 온 미개인’이라는 편견도 쉽게 드러낸다.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저성장의 그늘이 한국 사회까지 덮치면서 그 어려움은 점점 커지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어느 지역보다 앞서 이주민과 ‘함께 살기’를 모색해 온 안산 지역은 하나의 모범 사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또 다문화 도시 안산의 특별함이 오히려 새로운 국경을 만들어 한국 사회 안에 존재하는 고립된 ‘섬’이 되지는 않을까? 이러한 질문에 대해 안산시는 긍정적인 답변을 이미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짧지 않은 역사 속에서 구축해 온 안산만의 노하우는 민과 관이 함께 노력하는 법을 안다는 것이다. 또한 국경없는 마을의 경험을 통해 지역 주민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함께 살기의 공감대를 형성해 왔다는 점도 성공적인 도시형 공동체로 성장할 수 있는 장점이다. 따라서 안산시의 다문화공동체는 지역 사회의 현실적인 필요에서 출발한 ‘함께 하기’가 지구촌 시대의 도시형 ‘공동체’로 태어난 것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이 공동체의 싹을 어떤 나무로 자라나게 하느냐에 있다. 과실이 풍부한 열매를 맺는 나무로 키우기 위해서는 안산 지역 주민 전체가 힘을 합쳐 외부로부터의 위험에서 지켜내는 것은 물론 소통과 이해라는 토양이 오염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구촌 시대의 공동체형 도시, 안산

21세기를 일컬어 지구촌시대라고도 한다. UN에 가입한 국가만 따져도 200여 개 나라가 있고, 2016년 1월 현재 세계인구는 74억 명이 넘는 엄청난 인구를 가진 지구에다 하나의 마을 또는 촌락을 의미하는 ‘촌(village)’이라는 작은 단어를 하나 덧붙였다.

해외여행과 유학, 이주가 활발해지고, 인터넷을 통해 과거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많은 사람이 서로 만나고 관계를 맺으며 교류하고 있는 현실에서 탄생한 말이다. 전 세계적으로 1년에 1억 이상의 인구가 모국을 떠나 국경을 넘는다고 하니, 사람들의 생활의 거리는 이미 물리적인 거리를 초월하여 이루어지고 있다.

공동체는 위대한 지도자 한 사람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원래부터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가게 되어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공동체에 속하게 되는 존재인 것이다. 이러한 인간 개개인이 내가 누구인지, 남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공동체는 이미 구성된다. 요컨대 공동체란 함께 모여서 사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삶 전체를 관통하는 단어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양한 구성원을 전제로 하는 다문화 공동체는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 있는 사람들 그 자체이다. 다문화 공동체의 구성원들을 이어주는 느슨한 고리는 ‘참여하기와 끌어안기’라는 실천을 통해서 견고해진다.

내가 사는 이곳이 다른 곳보다 깨끗하고 살기 좋은 곳이 되기를 바라는 한, 내가 사는 이곳이 보다 안전하고 평화로운 곳이기를 바라는 한 자발적인 노력이 계속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공동체는 구성원들 간의 상호의존, 그리고 다른 공동체들과의 상호교류를 통해 성장한다.

국적을 가릴 것 없는 이주민의 도시로서 안산은 현재 다문화 공동체의 잠재력과 가능성이란 실험대에 서 있다. 신도시 형성 과정에서 자라난 지역 주민 간의 연대의식, 그리고 ‘국경없는 마을’ 경험을 통해 풍부해진 다양성과 자발성, 협력과 소통의 경험은 이 실험대에 충분한 양분을 제공할 것이다. 그래서 다문화 공동체 도시 안산은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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