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방산은 오대산국립공원권역의 홍천과 평창에 걸쳐있는 산이다.

오대산국립공원의 계방산 심설산행
이승복 어린이로 더 유명한 운두령

겨울 산행은 눈과 바람과 추위와 친숙해야만 산행을 즐길 수 있습니다. 어차피 떠난 산행길이라면 즐기며 눈(目)과 귀와 마음의 호사를 누려야겠지요. 산행 후 그 지역 토속음식으로 하루를 마무리 한다면 맛으로 느끼는 보너스 호사입니다.

지난 1월 중순 주말 시간을 내서 강원도 홍천과 평창에 걸쳐 있는 계방산을 찾았습니다. 계방산은 겨울철 심설 산행지로 유명합니다. 상고대와 설화(雪花)를 보기 위해 주말이면 전국 각지에서 산행인파가 몰려들어 산행 초입 운두령은 장사진을 이룹니다.

이 계방산은 중심부가 오대산국립공원으로 편입되어 있어 오대산권역에 속합니다. 그러니까 오대산국립공원은 서쪽의 계방산권과 동쪽의 노인봉까지 포함한 꾀나 넓은 면적을 보유한 셈입니다. 날씨가 영하 3~4도에 머무는 관계로 바람이 매서울 뿐 그렇게 춥다고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추운 날씨에도 산으로 들면 온화하다는 것은 산행을 해본 사람만 아는 비밀이지요. 산행 팀은 운두령 고개에서 하차를 했습니다. 가장 많이 오르는 코스가 운두령에서 출발하는 터라 이곳을 기점으로 출발하기로 했습니다. 해발 1,089m인 운두령雲頭嶺.

이 운두령은 계방산(桂芳山) 자락에 있는 고개로 강원도 홍천군 내면과 평창군 용평면의 경계를 이룹니다. 해발 1,089m로 남한에서 자동차로 넘나드는 고개 중 태백 함백산의 만항재(해발 1,330m) 다음으로 높습니다. 이 고개가 높아 언제나 운무(雲霧)가 넘나든다는 뜻에서 ‘운두령(雲頭嶺)’이란 지명이 유래되었습니다.

계방산을 오르는 기점의 하나로 해발고도가 높은 운두령에서 산행을 시작하면 1,577m의 계방산을 쉽게 오를 수 있습니다. 이 고개는 31번국도가 지나며, 이승복기념관을 지나 노동계곡 입구부터 홍천 방면으로 경사와 굴곡이 심한 굽이굽이 운두령이 이어집니다.

설화가 온 산을 덮고 있는 계방산

항상 구름이 넘나든다는 운두령

심설산행이라서 스패츠와 아이젠을 착용하고 산행준비를 마친 산행 팀은 오전 10시 30분쯤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운두령에서 가파른 계단을 오르니 수북이 쌓인 눈길이 나옵니다. 서울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눈길을 걸어가는 기분이란 가보지 않은 사람은 느낄 수 없는 장쾌함이 느껴집니다. 심설深雪, 눈에 덮인 나무들의 밑동은 마치 하얀 이불을 덮은 듯 뽀얗습니다. 목화를 타서 깔아 놓은 듯…….

간밤에 동풍이 거세게 몰아쳤는지 나무들의 동쪽 허리에 온통 눈이 붙어 눈꽃을 피워내고 있습니다. 해발고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그 눈꽃의 아름다움이 더해지고 있었습니다. 날씨가 구름이 오락가락하여 잠깐씩 햇빛이 나면 온통 은빛으로 은세계가 펼쳐지며 더욱 아름다운 설경을 연출합니다.

낙엽이 진 수목의 나뭇가지 사이로 멀리 정상부의 설화가 희끗희끗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어서 오라는 듯 하얀 솜이불의 자태는 선녀가 사는 신계인 듯 신비롭게 느껴집니다.

이렇게 한 시간 남짓 오르니 안부의 쉼터가 나오고 여기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배낭을 풀었습니다. 요즘에는 단체 산행객이 많아 눈 위에 비닐로 만든 바람막이의 둥근 하우스처럼 안에 들어가 배낭을 빙 둘러놓고 앉아 점심을 먹는 풍경이 여기저기에 연출됩니다. 겨울철 칼바람을 효율적으로 피할 수 있는 방법인 듯합니다.

점심 후 쉼터에서 다시 20여 분을 오르니 1492봉이었습니다. 주변에는 상고대가 장관을 이루고 눈꽃이 온 산을 뒤덮고 있습니다. 산길이 있어 망정이지 조금만 옆으로 비켜나가면 무릎까지 빠지는 심설이 온 산을 덮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계방산 정상까지는 20여 분이면 족합니다.

운두령 1,089m에서 출발한 산행이니 약 500m 정도 올라온 셈입니다. 그렇게 어려운 산행은 아닙니다. 운두령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지요.

정상에는 수많은 산행 인파가 전국 각지 산악회에서 몰려 장사진을 이뤄 정상석 앞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이 참 아이러니컬하게도 ‘인파를 피해 산으로 왔더니 정상에서 줄을 서서 사진을 찍는 풍경은 또 뭘까?’하는 생각을 합니다.

시계가 좋지 않아 멀리까지 굽어보지 못했지만 맑은 날에는 오대산 비로봉과 방태산, 가칠봉을 조망할 수 있습니다. 잠시 머무르며 인파 사이로 정상석만 한 컷 찍고는 주목 군락을 보기 위해서 노동계곡 쪽으로 하산을 했습니다.

고도가 높을수록 눈꽃은 더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1300m 안부에 주목군락 장관 이뤄…생태계보호지역

구름이 넘나드는 하늘 높은 고개 운두령에서 출발하는 계방산은 산세가 설악산 대청봉과 비슷하며, 최근 들어 이 일대가 생태계보호지역으로 지정될 만큼 환경이 잘 보호되어 있습니다. 수계는 북쪽 골짜기에서 계방천이 시작하여 내린천(內麟川)으로 흘러들고, 남쪽 골짜기에서는 남한강의 지류인 평창강(平昌江)이 발원합니다.

이 산은 얼마 전 학술조사 결과 희귀한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생태보호구역이 되었습니다. 산약초·야생화 등이 많이 서식하고, 희귀수목인 주목·철쭉나무 등이 군락을 이루고 있으며 원시림이 잘 보존되어 자연생태계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이유입니다.

계방산의 초입부에는 양지꽃, 향유, 이고들빼기, 고추나무, 노린재나무 등이 서식하고 있고, 계방산 정상에는 신갈나무가 우점하며 사스레나무군락, 철쭉군락, 분비나무군락, 쉬땅나무군락, 생열귀나무 등이 분포되어 있습니다. 특히 1300m 안부 지역에는 ‘살아서 천 년 죽어서 천년 간다’는 수 백년생의 주목군락이 장관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승복 생가 터 그리고 방아다리약수

주목군락지에서 하산 길은 연밭골이 시작되는 지점부터 급경사를 이루며 주목과 낙엽송 등 침엽수가 주류를 이루며 식생하고 있습니다. 이 계곡은 여름이면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빽빽한 숲으로 덮인다고 합니다. 골이 깊고 물이 맑아 천연보호종 동식물이 많이 자생하고 있습니다.

이 골 저 골을 구경하며 쉬엄쉬엄 하산을 하니 개울은 점점 넓어지고 나무도 더 울창해집니다. 이골 초입이 바로 이승복 어린이의 생가가 있는 곳입니다.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의 소년 이승복(李承福)은 1968년에 발생한 울진·삼척 무장공비 침투 사건의 희생자입니다. 
 

탐사 취재한 조경렬 기자

이승복은 강원도 평창군 진부에서 태어나 1967년 3월 2일에 속사국민학교 계방분교(현 속사초등학교 계방분교)에 입학합니다.

1968년 11월 2일 울진-삼척 무장공비 침투 사건 때 삼척의 바닷가를 통해서 남한으로 무단 침투한 북한의 무장간첩에 의해서 12월 9일 밤 어머니와 남동생, 여동생과 함께 네 가족이 살상 당했고, 그의 형과 아버지는 크게 다쳤습니다.
 
불과 초등학교 2학년의 어린이가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외치며 죽어간 그를 기리는 추도 물결이 전국을 강타했습니다.

이후 이 사건이 당시 국민학교 도덕 교과서에 실리고, 학교 마다 이승복의 동상이 세워지는 등 반공정신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이 내용은 1995년 제6차 교육 과정에서부터 빠지게 됩니다. 그래서 아마 6차 교육과정 이후 교육을 받은 세대는 이 내용을 자세히 알지 못하겠지요.

정상에서 약 1시간 30분 정도 천천히 하산을 하니 제1야영장이 나왔습니다. 야영장이 끝나는 지점에 작은 다리가 하나 나오고 그 건너가 바로 이승복의 생가가 한 채 있습니다. 강원도식 귀틀집으로 지붕은 초가지붕입니다. 방 두 칸에 부엌과 헛간이 연결된 산골집으로 복원되어 역사를 증언하고 있었습니다.

한편 산림청이 선정한 100대 명산의 하나인 계방산은 또 방아다리약수로도 유명합니다. 몸에 좋은 화학성분이 많아 위장병, 피부병에 특효라고 알려져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약수터 입니다. 산행이 끝나는 노동리 삼거리에서 속사리로 조금 내려가면 또 삼거리가 나옵니다. 이 삼거리에서 해발고도를 높이며 자동차로 5분여를 달리면 방어다리약수터가 나옵니다.

계방산의 산행코스는 계방산의 한 줄기인 운두령 고개에서 시작하여 1166봉·1492봉·정상·안부·이승복생가터·노동리마을·삼거리교 코스가 가장 많이 찾는 코스로 약 5시간 정도 소요되어 보통 산행 수준이면 누구나 가능한 코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