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주 화가의 <숲속 여행>

화가 강은주의 '숲속 여행' 화평

글 조경렬 편집장

'신은 죽었다'고 외쳐 20세기 유럽 지식인들의 화두가 되었던 독일의 철학자 니체(Friedrich Nietzsche).

그는 '니체의 숲속으로 가다'에서 "철학哲學이란, 스스로 얼음 구덩이와 높은 산을 찾아 헤매는 것을 말한다. 생존에 포함된 모든 의문을 탐구하는 것, 도덕이라는 이름으로 구속된 모든 영역을 살펴보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즉 의문을 탐구하는 것이 철학으로 압축된다.

그는 또 "등산에 걸리는 시간이 산의 높이를 재는 척도는 아니다. 누구든 자유롭고 싶다면, 먼저 자기 자신부터 자유롭게 내버려둬야 한다. 얼굴에 아름다운 미소가 떠오르듯, 언어에 간결함이 전해지듯, 성격에 선량함과 견고함이 존재하려면 그림자가 있어야 한다.

빛과 그림자는 적이 아니다. 빛과 그림자는 늘 정답게 손을 잡고 있다. 빛이 사라질 때 슬며시 그림자도 어디론가 사라지는 것은 빛을 따라간 것이다."라며 빛과 그림자의 일체성을 강조한다. 빛과 그림자의 이면에는 '존재存在'(subsistence)라는 이데아가 숨어 있다.

하지만 화가 강은주는 '숲속으로의 여행'이란 화두를 들고 화폭으로의 심미적 여행을 떠난다. 그 끄트머리에는 추억(recollection)이란 소실점(vanishing point)으로 귀결된다. 니체가 탐구(research)로 숲속을 거닐었다면 화가 강은주는 동심과 추억을 찾아 떠나는 숲속 여행이다. 그는 자유롭게 숲속을 거닐며 숲과의 대화를 시도한다.

작은 새와의 대화, 나무와 대화, 작은 돌멩이와 대화. 이런 숲 속의 대화를 통해 자기 관조와 창조를 일군다. 숲은 시시때때로 변한다. 그러나 인간의 눈으로는 변화를 읽을 수 없다. 하지만 심미적 어프로치를 통해 변화의 심상을 그려내는데 열중한다.

특히 강은주는 추운 겨울을 잘 포착한다. 삼라만상의 심장이 멈춘 듯 성장을 중단하고 추위와 싸우는 눈 오는 겨울의 숲을 잘 그려낸다. 흰 눈이 쌓인 겨울 숲은 고요하고 엄숙하여 숭엄한 분위기를 자아내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한 마리의 작은 겨울새와 대화를 시도한다. 그러면서 혼자가 아닌, 어떤 땐 가족이, 어떤 땐 친구가 등장한다. 거기에는 혼자가 아닌 '동행同行'이란 서술적 담론이 상존한다. 그의 따뜻한 심미적 정서의 반영이다. 바로 여기에 화가 강은주 그림의 맥(脈)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