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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잃어버린 20년'과 닮은 韓…"분배·성장 균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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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9.13  07: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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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마트에서 시민들이 채소를 고르고 있다. 2019.9.3/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민정혜 기자 = 지난 8월 소비자물가가 사상 처음으로 전년동월대비 마이너스(-) 0%를 기록하자 저성장 우려와 맞물리며 우리나라도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같은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일본 무역보복, 반도체 경기 반등 지연 등으로 경기 활력이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물가까지 '마이너스'를 보이자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우려가 커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특징을 빼닮진 않았지만, 일본형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미 사상 첫 마이너스 물가로 디플레이션 경고등이 켜진 만큼 분배 중심에서 분배와 성장이 균형을 갖춘 경제정책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는 제언이다.

◇가까이서 지켜본 日 경기 침체…저성장·저물가 닮아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965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개월 연속 0%대를 기록했다. 지난 2015년 2~11월 10개월간 0%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나타낸 이후 가장 길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월에 이어 연속적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할 확률도 배제할 수 없다. 2018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월에 1.4%, 9월 2.1%, 10월 2.0%, 11월 2.0%, 12월 1.3%였다.

경제성장률 전망은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금융 위기(2009년 0.8%) 이후 최저 수준의 성장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8일 한국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기존보다 0.3%p 낮춘 1.9%로 전망했다. 국내 주요 연구기관으로는 처음으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잡은 것이다. 한국은행이 전망한 올해 경제성장률은 2.2%다.

해외 기관의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진작부터 1%대였다. BoA메릴린치(1.9%), 노무라증권(1.8%), 모건스탠리(1.8%), IHS마켓(1.4%), ING그룹(1.4%) 등 외국계 기관에서는 올해 한국 경제가 2.0%를 넘어설 수 있느냐에 주목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부진한 경기에 저물가까지 겹치자 디플레이션 공포가 고개를 들었다. 우리는 주변국 일본이 겪은 최악의 디플레이션을 1990년대 초부터 지켜봤기 때문에 그 공포가 더욱 크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부동산(자산) 시장의 버블 붕괴로 시작했다. 그 여파로 대규모 부실 대출을 떠안은 은행이 흔들리며 민간대출을 축소, 기업·가계가 부도를 맞아 실물경제도 침체했다.

내수가 부진해지며 1999년부터 소비자물가가 하락했다. 소비자는 물가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해 소비를 미뤘고, 기업은 매출이 줄며 시설과 인력에 투자를 못했다. 일자리가 줄고 소비 심리가 얼어붙으며 다시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이 장기화 됐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이때부터 시작된 일본의 저성장은 지금까지 이어져 30년간 1% 경제 성장에 그쳤고, 1인당 국민총생산(GDP)도 3만달러에 정체돼 있다. 1993년 17.7%에 달했던 일본의 세계 GDP 비중은 최근 5%대로 떨어져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자리를 내놨다. 6% 수준을 유지했던 세계 수출 시장 점유율도 1990년대 후반부터 하락해 최근 3% 중반을 기록했다.

◇"경기 침체 경로 다를 수 있어…우려 큰 상황"

전문가들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지금 우리 경제 상황이 꼭 같지는 않지만, 우리나라 역시 일본과 같은 장기 저성장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급격한 자산 붕괴, 마이너스 물가, 명목소득 감소를 특징으로 하는데, 우리는 자산 붕괴가 없어 일본과 같은 깊은 상처가 없고 명목소득 감소도 거의 경험해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 교수는 "다만 2017년 9월 우리 경제가 저점을 찍었다고 하는데 반등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며 "낮은 물가가 심상치 않고 과거 경험해보지 못한 1%대 성장이 예상돼 일본형 불황에 준하는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산업협력실 이사 역시 "자산 붕괴 등 일본과 같은 큰 충격은 없지만 저성장과 저물가가 장기화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 우리나라는 가마솥 안 개구리처럼 서서히 활력을 잃고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분배에 초점이 맞춰진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 편향적이라고 지적하며, 지금은 성장 정책을 통해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윤 교수는 "분배보단 성장으로, 명분보단 실리로의 경제정책 유턴이 필요한 시기"라며 "투자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노동 유연성을 높이며, 수출 중심의 경제인 것을 고려해 외교적 문제가 통상정책에 불필요한 마찰을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개편돼야 한다"고 짚었다.

이 이사 역시 "소득재분배 등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건 맞지만 이는 성장이 어느 정도 뒷받침이 돼 구조개혁에 따른 고통을 감내할 수 있을 때 얘기"라고 설명했다.

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가계에 재정지출을 통한 공적이전소득뿐만 아니라 민간시장소득도 늘어야 하는데 후자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의미다. 그는 "성장과 분배란 이분법적 사고를 버리고 두 가지가 균형을 이루는 국가경제운영 방향의 재설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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