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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하게 도봉산 탐방을 하려거든 도봉옛길로 가라현기증 나게 겁먹었던 자운봉 정상 등정의 추억
조경렬 기자  |  herald@herald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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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3.16  15: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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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4일 오후 날씨가 흐린 가운데 도봉산 신선대 정상에서 동남쪽으로 서울 동북부 시내가 조망된다(사진:헤럴드저널)

[헤럴드저널] 조경렬기자= 꽃 피는 춘삼월 주말을 맞아 일찍 집을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세상을 온통 흔들어 혼란에 빠지게 하고 있다. 전 세계 사망자가 3500명이 넘었고, 우리나라도 70명을 넘고 있다. 그야말로 공포 사회가 이어지고 있다.

모든 시민들이 마스크 사기 전쟁을 치르고 있고,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외계인 취급을 당하기 일쑤다. 이런 공포의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기에는 자연, 산으로 드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심리치유법이다. 그래서 도봉산으로 향했다.

   
 
   
 

북한산국립공원 도봉산지구는 서울 도봉구와 경기도 의정부시, 양주시에 걸쳐 펼쳐져 있는 수도 서울의 허파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필자처럼 심리적 치유와 마음의 안정을 찾아 떠나는 산행은 한적한 탐방 길을 택하는 게 좋다. 그것도 인적 드문 길에서 여유 있는 트레킹을 즐긴다면 한층 향기 있는 주말이 될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코스를 비교적 한적한 다락능선-포대능선-신선대로 잡았다. 도봉산역-가로공원에서 오른쪽 방향-안골마을 도봉산양고기집에서 둘레길 가는 길-도봉옛길 표지판(다락원 입구)-다락능선-은석암-포대능선 정상-Y계곡-자운봉-신선대-마당바위-성도원-도봉서원-도봉산탐방지원센터로 도상거리 약 11Km 정도이다.

   
 
   
 
   
도봉 안골에서 다락원으로 오르는 오솔길이 한적하다

도봉산역에서 안골마을로 출발했다. 안골마을은 도봉산의 첫 동네로 알려지고 있다. 도봉동에는 지금도 옛 지명을 그대로 사용하는 곳이 몇 군데 있는데 서원말, 무수골, 안골 등이 그것이다. 물론 현재 사용하는 행정동 명칭하고는 거리가 있지만 북한산 둘레길을 개발하면서 재조명된 곳이기도 하다. 안골은 '다락원'과 '웃다락원'으로부터 안쪽 낮은 곳에 조성된 마을이기에 자연스럽게 '안골'이란 이름으로 정착이 된 듯 하다.

다락원은 본래 조선시대 나랏일로 출장을 다니던 관리들이 묵던 공공 여관이었다. 그 원집에는 주변 풍광을 즐길 수 있도록 높다랗게 세운 누각인 다락이 있었다. '다락원'이란 지명의 유래는 누원을 우리말로 쓴 것으로, 다락[樓]으로 된 원집[院宇]이 있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누원의 설치시기에 대해서는 정확한 기록이 없다. 『선조실록』에 정유재란(丁酉再亂) 이후 많은 다른 나라에서 귀화한 향화인들이 누원에 모여 살았다는 기록이 있다. 또한 누원 주변에는 한양 동북부의 교통 요지로서 상업이 번성한 곳으로 기록되고 있다. 북한산둘레길 17구간의 명칭을 '다락원길'이라 이름 지은 것도 여기에서 기인한다.

   
 
   
 
   
 

오래전부터 다락원 안골마을에는 현재도 대감제와 도당제가 행해지고 있다는 표지석이 둘레길 입구에 있다. 현재 안골대감제의 제당은 안골마을 입구의 은행나무 앞이며 그 은행나무는 시내버스 공영주차장내에 있다. 원래 안골대감제의 터는 안골 초입의 수령 600년이 된 느티나무에서 행해졌다. 하지만 이 느티나무가 고사한 후 뜻 있는 마을주민들이 대체 목으로 그 옆에 수십 년생 느티나무를 식수했다고 한다.

안골마을에서 공동으로 제사를 지내는 것이 대감제 인데 대감제의 제의대상은 이 대감님으로 축문에는 식이대감(食以大監)으로 표기하고 있다. 매년 음력 정월 20일 제를 지내며, 제관은 옛날에는 생기복덕을 따져서 정했는데 요즘에는 나이 지긋한 사람 가운데 부정이 없는 이가 돌아가며 맡는다고 한다.

안골에서 행해지는 또 다른 제는 도당제 인데 제당은 광륜사 뒤 다락능선길 오르는 넓은 공터 이다. 이곳에는 도당바위가 있었다. 안골을 비롯하여 인근의 몇 개의 마을이 함께 격년제로 음력 7월에 날짜를 택일하여 무속의 도당굿 형식으로 진행 되었다고 한다. 도당제는 1970년 5월부터 새마을운동 바람으로 미신이라는 이유로 굿이 중단되었다 한다.

   
 
   
 
   
 
   
다락능선에서 건너다 보이는 포대능선 아래의 망월사 풍광

아직 초봄의 까실까실한 바람이 안골을 녹여내지는 못하고 있었다. 나무의 움도 새싹도 숲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안골마을을 지나면 도봉옛길 푯말이 나온다. 이 이정표를 따라 오르면 다락능선으로 이어진다.

이 길이 한적한 도봉산 트레킹 코스의 하나이다. 도봉산을 찾는 대부분의 산행객들은 도봉산 탐방지원센터를 경유하는 주능선코스나 우이암 코스를 택한다. 안골 길은 그래서 인적이 드물다. 의혜공주묘를 오른쪽 계곡에 끼고 오르면 자운봉의 거대한 석화성이 머리 위를 맴돌고 있다.

간간이 오가는 인적을 뒤로하고 호젓한 산길에 매료되어 걷는다. 길섶에는 진달래가 꽃망울을 한껏 부풀리고 있다. 아마도 다음 주말에는 꽃망울이 화들짝 터질 것 같다. 다락원 갈림길을 지나 이제 다락능선으로 향한다. 이렇게 걷다보면 왼쪽으로 녹야원 암자가 나타난다.

   
 
   
 

이 능선을 따라 은석암으로 향한다. 은석암은 2004년 3월 암자 뒤편 산불로 사찰 전체가 소실되어 현재까지 복원이 안 되고 있다. 이 구간은 암릉구간으로 제법 가파른 경사면을 이루고 있다. 암릉길을 싫어하는 트레커는 옆으로 난 우회로를 이용한다.

이 암릉길 끄트머리가 다락능선과 만나는 지점이다. 다락능선의 초입은 망월사역에서 출발하여 심원사에서 시작된다. 다락능선은 산행객에게 많은 선물을 선사한다. 다락능 중간지점에 도달하면 코앞에는 망월사가 건너다보이고 산정 위로는 포대능선이 조망된다.

그리고 20여분을 더 오르면 백 수십 미터의 장대한 석화성 자운봉과 만장봉 대 슬래브가 눈앞에 나타난다. 주말이면 클라이밍을 즐기는 산악인들이 슬래브 곳곳에 딱정벌레처럼 붙어 있다. 북한산 인수봉과 도봉산 만장봉 슬래브는 동양에서도 이름난 클라이밍 등반코스이다.

   
 
   
 

허나 웬걸 오늘도 산악사고 나고 말았다. 오른쪽으로 자운봉이 올려다 보이는 지점에서 사고가 나서 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산악구조대가 도착하여 사고자의 신원을 확보해 보호하고 있었다. 산행 길 최대의 적이 산악사고이다. 스스로 조심하는 수밖에.

포대능선을 바로 머리 위에 둔 200m 지점에 이르니 헬기가 도착하여 구조장비를 낙하하고 선회하기 시작한다. 휩싸이는 헬기 바람에 아름드리 소나무가 심하게 흔들린다. 헬기는 고공의 잠자리처럼 멀어졌다가 다시 나타나기를 수차례, 환자를 구조하여 떠난다.

이제 포대능선에 도착하니 오후 1시가 넘었다. 쉬엄쉬엄 홀로 오르다보니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이제 포대능선의 끝에서 Y계곡으로 접어든다. 그 초입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그런데 멧새 한 마리가 오더니 가지를 않는다. 앞서 식사를 하고 간 산행객이 남긴 과일 부스러기를 먹느라 정신이 없다. 배낭을 내리고 앉아도 눈치 보지 않고 저 먹을 것만 먹고 있다.

   
 
   
 

Y계곡은 아마도 도봉산의 공룡능선이라고 해야 할 정도로 난코스에 속한다. 허나 요즘 공룡능선이야 쉽게 다니도록 계단을 설치해 놓아서 누구나 갈 수 있다. 필자가 볼 때는 그 보다 남도의 명산 해남 두륜산 옆 주작·덕룡산이 오히려 작은 석화성의 난코스로 평가된다.

도봉산 Y협곡 코스는 주말 일방통행로를 시행한다. 암튼 초보자는 우회로 돌아가야 할 구간으로 분류한다. 필자는 수차례 통과한 경험이 있고 해서 이날은 우회로 돌아갔다. 그리고 만나는 그리운 자운봉과 신선대. 자운봉 정상은 금지 코스이고 신선대는 안전 펜스를 설치하여 누구나 오를 수 있다.

오래 전 필자가 산행을 시작하던 시절에는 자운봉 정상에도 오를 수 있었다. 아마도 30여 년 전일 것이다. 오른 쪽으로 돌아 오르는 길이 있다. 대학 동아리에서 자운봉을 가던 날 중간부에서 암벽 산악팀 누군가 자일을 걸어 내렸다. 필자는 당시에 겁도 없이 그 자일을 타고 정상에 올랐다. 정상에는 약 20~30명이 앉을 수 있는 평평한 공간이 있다. 그래서 사방을 조망하며 구경하고 있는 사이 자일을 내렸던 팀들이 내려가 버렸다.

   
 
   
 
   
도봉산 정상인 자운봉 뒤에 위치한 신선대 정상에 선 필자. 자운봉 정상은 암벽을 타야 오를 수 있지만 금지구역이다(사진:헤럴드저널)

순간 아찔했다. 도저히 맨손으로는 내려갈 길이 막막했다. 그런데 그 순간에도 정신을 차리고 그 코스를 오르내린 경험자가 있었다. 그 경험자가 먼저 슬래브를 타고 내려가면서 다음 사람의 발 위치를 지정해 주며 차례로 한사람씩 내려가게 리드했다. 그 코스는 자일로 올라왔던 서쪽 슬래브가 아니라 반대편 북동쪽 슬래브로 아래로는 천 길의 90도 직벽이다.

만약 발이나 손을 놓치면 그대로 추락하여 아마도 사망에 이를 것이다. 지금이야 헬기를 부르거나 구조 요청을 하면 되겠지만 그 당시에는 헬기 구조가 없던 시절이다. 필자도 그 겁 없던 20대의 청춘이었다.

신선대에 오르니 북서풍이 세차게 몰아쳤다. 모자가 벗겨질 정도로 심한 봄바람이 회오리바람처럼 불어온다. 일단 모자를 벗었다. 그리고 사진 촬영모드로 자운봉과 신선대 정상 표지 목을 촬영하고 마지막 화룡정점 인증 샷으로 마무리하고 서둘러 하산. 쾌청하던 날씨가 갑자기 검은 구름에 덥히며 손이 시릴 정도로 봄바람이 세차게 몰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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