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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봉산의 문사동을 아십니까!"
조경렬 기자  |  herald@herald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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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5.06  18: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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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도봉산 도봉계곡에는 옛 선비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각자 서체를 볼 수 있다. 사진=조경렬 기자

"서울 도봉산의 문사동을 아십니까!"


서울 도봉산의 도봉계곡을 따라 오르면 선조들의 학문 탐구의 흔적을 찾을 수 있습니다. 조선시대 선비들은 무더운 여름에 아무리 더워도 옷을 벗는 일이 없이 선비의 격식을 지켰습니다. 더위를 참지 못하면 맑게 흐르는 계곡에서 탁족(濁足: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다)을 즐기는 것으로 만족했습니다. 탁족이 최고의 피서요, 운치 있는 선비의 풍류놀이였습니다.

그런 흔적이 도봉계곡에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문사동(問師洞)이라는 마애각자가 바로 그것이지요. 계곡을 압도하는 운치 있는 마애각자 문사동은 '스승을 찾는 계곡'으로 풀이됩니다. 북한산국립공원 도봉산탐방안내소 입구에서 도봉서원 계곡을 따라 오르다 너럭바위가 수직으로 급경사를 이루는 끄트머리에 문사동이 서각 되어 있습니다.

군자(君子)의 도(道) 실현을 가장 중시했던 조선시대 학자들은 군자의 도를 가르치는 스승이 있다면, 그 스승이 아무리 깊은 계곡에 숨어 있어도 찾아가서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이 서각 역시 도봉서원이 가까워 서원과 관련된 조선시대의 선비가 새겨 놓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선비는 굽이굽이 흐르는 도봉계곡을 따라 오르며 선비의 길을 생각했을 것입니다. 이 각자를 보면서 이 시대의 선비정신이 무엇이며, 지식인의 양심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합니다.


고산앙지(高山仰止)

이 보다 앞서 도봉서원 앞에는 도봉계곡의 흐르는 바위에 또 다른 전각자 고산앙지(高山仰止)가 새겨져 있습니다. 이 서체는 1700년(숙종26) 7월에 곡운 김수증(金壽增, 1624~1701)이 쓴 글씨로 알려져 있지요.

고산앙지란 『시경(詩經)』 소아(小雅) 차할 편(車舝篇)에 나오는 '고산앙지경행행지(高山仰止景行行止)[높은 산은 우러러보고 큰길은 많은 사람이 다닌다]'라는 글귀를 인용한 것입니다.

여기에서는 "높은 산처럼 우러러 사모하다"라는 의미입니다. 이는 김수증이 정암 조광조 선생과 송시열 선생의 학식과 덕망을 우러러 사모한다는 의미에서 새긴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 근거로 도봉서원은 조선 전ㆍ후기의 가장 대표적인 성리학자인 조광조와 송시열을 배향(配享: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지냄)한 사액서원(賜額書院)으로 백사 이항복 등 저명한 시인ㆍ묵객들이 시문을 남긴 오늘날 서울 지역 내 가장 대표적인 서원이기 때문입니다.

정암(1482~1519) 선생은 조선 중기 당대 최고의 사상가이자 성리 학자였습니다. 중종 때 도학정치를 주창하며 급진적인 개혁정책을 시행했으나, 훈구 세력의 반발을 사서 결국 죽음을 당했지요. 20세 때 김종직의 학통을 이은 김굉필의 문하에서 가장 촉망받는 청년학자로서 사림파의 영수가 되었습니다.

성균관에서 수학했으며, 정치관은 유교를 정치와 교화의 근본으로 삼아 왕도정치를 실현하려 했습니다. 이 왕도정치의 구체적 실현방법으로 왕이나 관직에 있는 자들이 몸소 도학을 실천궁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것을 지치주의·도학정치입니다.

이 왕도정치를 내세워 중종의 개혁정치 선봉에 섰습니다. 과감한 정치개혁과 도학국가 건설을 주도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훈구파의 반발을 샀고, 모략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후대 역사가들은 이 왕도정치가 성공했더라면 조선의 역사가 바뀌었을 것이라는 평가를 합니다.

아는 만큼 느낀다는 말이 있듯이 알고 계곡을 산책하면 더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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