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5대강 사업을 다시 추진하는 보고서가 공개돼 문제가 되고 있다. 자료사진은 섬진강 상류인 전북 임실 덕치면 일대의 수려한 자연경관.(자료사진)

정부 '5대강 사업' 극비 추진…4대강 사업은 약과
"5대강 사업 추진은 국토 실신시키는 짓"  
박근혜 정부 '관광활성화' 명목 난개발 부추긴 셈

헤럴드저널 조준기 기자

지난 5월 25일 이미경 국회의원에 의해 공개된 국토교통부의 '국가하천 하천구역 지구 기정 기준 및 이용보전계획 수립' 최종보고서에서 박근혜 정부도 전국 5대강에 대형 개발사업 계획이 드러났다.

경향신문 26일자 보도에 따르면 섬진강이 추가된 5대강의 친수구역(하천 주변을 주거지나 상업지 등으로 조화롭게 개발할 수 있도록 지정된 구역)을 8585만6309㎡(24.25%)에서 1억2749만3584㎡(49.14%)로 24.89%포인트 늘리고, 허용되는 시설의 빗장도 대거 푸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4대강 곳곳에 항구를 만들고 그 주변에 상업시설을 지으려던 '대운하 구상' 때의 천변 개발 모델에 육박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국토부의 용역으로 작성해 지난해 12월 보고한 최종보고서의 골자는 기존에 전체 천변 면적의 40.04%에 달했던 복원지구를 나눠 보전지구·친수지구에 각각 편입시킨다는 것이다.

전체 보전지구가 35.72%에서 50.86%로 늘어나지만, 전문가들은 보전지구와 복원지구를 합한 수치를 주목하고 있다. 보전지구·복원지구를 합해 개발행위를 허용하지 않던 지역이 전체 천변의 75.76%에서 앞으로는 50.86%로 줄고, 현재 24.25%인 친수구역이 49.14%로 확대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친수구역이 늘어나면 그만큼 개발공간이 넓어져 각종 오염물질의 배출과 환경파괴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전문가와 환경단체들은 국토부 보고서가 국내 주요 하천의 천변 전역에서 난개발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친수지구에 도입·설치할 수 있는 시설에 건설 후 수십 년 이상 지속되는 형태의 고정시설물을 대거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현재는 천변에 고정시설물을 지으려면 환경영향평가를 거쳐야 하고 국토부 조차 가급적 고정시설물은 짓지 못하도록 해왔다. 그러나 지구 지정 기준이 달라질 경우 지자체나 민간기업의 천변 개발을 막았던 족쇄가 풀리게 된다.

섬진강 상류의 모습으로 만약 5대강 사업이 추진된다면 저 수려한 경관이 보존될 지 의문이다.

실제 보고서를 보면 친수지구에는 간이체육시설과 산책로, 선착장·요트장 등 레저시설, 경량항공기 이착륙장과 자동차 경주장 같은 대규모 시설, 골프장·미술관·박물관·공연장 등 꼭 천변에 지을 필요가 없거나 수질오염을 유발할 수 있는 시설까지 지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보고서에는 4대강 사업에 포함되지 않고, 하굿둑이 없어 자연적 모습이 비교적 많이 남아 있는 섬진강의 친수지구 면적도 1.44%에서 63.25%로 대폭 늘리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 유일하게 대부분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섬진강은 전북 임실의 덕치에서 출발하여 곡성과 구례를 거쳐 하동에서 남해안과 만난다.

가장 자연의 모습이 잘 보존되어 있는 섬진강마저 개발의 미명 이래 친수지구를 늘린다면 섬진강의 파괴는 시간문제라는 게 환경전문가와 환경단체의 일관된 지적이다.

이미경 의원은 "국토부 보고서는 4대강 사업으로 정리해 놓은 강변을 본격적으로 개발하겠다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천변지역의 지자체들은 이미 이번 지구 지정을 강변 개발의 호재로 생각해 각종 개발 사업을 건의하는 등 난개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해 앞으로 정치적 쟁점으로 재부상 할 것으로 보인다.

환경단체 관계자도 "정부가 지역경제와 관광 활성화라는 명분으로 자치단체와 같이 난개발을 부추기고 있다"면서 "이런 5대강 개발사업 추진은 다시 한번 국토를 실신시키는 짓"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