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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희 반가음식대가-➋편] 이성희 전통음식연구가의 반가음식 ‘맛’ 그리고 ‘멋’
조경렬 기자  |  herald@herald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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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3.08  17: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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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班家음식은 宗家의 종부들에 의해 생명력 이어 와”

 

   
 △이성희 전통음식연구가는 경복궁 궁궐행사에 초청되어 제조상궁 역으로 참여했다

 

[헤럴드저널] 조경렬 편집국장= 우리나라 조선시대 반가음식의 뿌리는 궁중음식에서 찾는 게 일반적 입니다. 그래서 국립무형유산원은 조선왕조궁중음식을 ‘고려왕조의 전통을 이어 온 조선시대 궁궐에서 차리던 음식’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반가음식의 뿌리인 조선왕조는 500년의 유구한 유교문화 역사 속에서 민족의 삶이 가꾸어져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한국의 음식문화는 양반들의 반가음식에서부터 궁중의 궁궐음식까지 조상들의 지혜와 맛과 멋이 고스란히 이어져 왔습니다.

유교문화에 뿌리를 둔 조선시대에는 혈족 결혼을 엄격히 금지했기 때문에 왕족과 사대부 반가(班家)의 혼인을 통해 궁중과 민간의 음식문화 교류가 이루어졌던 것입니다. 혼례를 통해 궁에서 음식을 하사하고, 반가의 음식을 궁에 진상함으로써 음식의 교류가 이루어진 셈이지요.

따라서 반가음식은 궁중음식과 유사해 화려하면서도 그 특유의 미적 감각이 더 잘 드러납니다. 오천년의 역사를 통해 혈연과 도의를 중요시 해 온 한국 사회에서 한 가문의 뿌리와 상징이 되는 '종가(宗家)'는 가문의 구심체이자 정신적인 상징이었습니다. 또 종부는 한 가문의 의식주 생활 문화의 책임자로서 지위를 지켜왔습니다.

이런 연유로 일 년에 수십 차례의 제례를 비롯해 명절과 여러 행사를 치르는 종가에서 선보이는 음식은 아낌없이 나누는 정(情) 문화가 담겨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성희 전통음식연구가가 경복궁 궁중음식 차림 행사에서 돌상 차림을 진설하고 있다

 

종가음식은 그 집안의 전통과 종부의 솜씨 그리고 지역 특산물이 어우러져 가문마다 특성 있는 음식을 이어왔지요. 그래서 종가음식은 그 지역에서 나는 신선한 농수산물을 사용한 향토음식이며, 지역 공동체의 구성원이 함께 모여 음식을 만들고, 손님에게 아낌없이 나누었습니다. 그 사례는 관혼상제(冠婚喪祭)를 통한 상차림에서 볼 수 있습니다.

궁중음식이 수라간 나인들의 손에서 손으로 대를 이어 전승되어 왔다면 반가음식은 대를 이은 종부들의 손끝으로 이어져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국립무형유산원에 따르면 현재 전하는 궁중음식의 실제 조리법은 조선의 마지막 수라간 상궁인 한희순(韓熙順)에게서 전수받은 제자들에 의해 재현되고 있는 것입니다.

왕궁에서 음식을 직접 만드는 사람은 숙수(熟手: 음식을 만드는 남자 조리사)와 차비(差備: 각 궁사宮司의 최하위 직으로 궁중식 마련의 실무자)로서, 이 직업은 세습되었으므로 그들이 소유하고 있던 우수한 조리법은 대대로 후대들에게 물려줄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궁중음식은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여러 조리법 가운데서 가장 우수한 기법으로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흑임자다식

 

이에 정부는 우리나라 음식문화의 정수라 할 수 있는 궁중음식 조리기능 및 음식문화를 전승하기 위하여 1971년 1월 6일 ‘조선왕조궁중음식’을 국가무형문화재 제38호로 지정하고, 한희순 상궁을 제1대 기능보유자로 인정했습니다. 한희순 상궁의 뒤를 이어 1973년에는 황혜성을 제2대 기능보유자로, 2007년에는 한복려[궁중음식]와 정길자[궁중병과]를 각각 보유자로 인정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여기에 이성희 반가음식연구가는 이런 한국 전통음식의 정수를 배우려고 전국의 유수한 반가와 종부들을 찾아 나섰고 남도 영·호남은 물론 충청, 강원 지역까지 우리 음식의 기법을 연구해 왔습니다.

그는 일반 한식요리를 먼저 공부한 후, 우리 전통음식의 정수라 할 수 있는 궁중음식과 반가음식을 배워야 진정한 한국 전통음식을 알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한복려 무형문화재 궁중음식 기능보유자와 정길자 무형문화재 궁중병과 기능보유자를 찾아 사사(師事) 받으면서 전통음식연구의 깊이를 더하게 되었습니다.

 

   
△어화漁花

 

이 연구가는 이렇게 전통음식을 배우고 연구한 지 26년째로, 정조대왕 능행차 행사를 비롯하여 국립민속박물관 남아 돌 상차림 재현, 부산 국립국악원 칠태부인경수연도(조선 숙종의 명과 보조를 받아 70세 이상 모친을 모시고 있는 신하 7명이 1691년 8월 경수연(慶壽宴)을 치른 후 기념으로 제작하였던 그림으로 보물 제1809호) 재현 등 큰 행사에서 직접 음식을 만들어 재현하는 일을 참여해 왔습니다.

이제 전국의 수많은 제자들에게 반가음식의 진수를 가르치는 일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이에 지난해부터 강원도 평창 대관령의 살바토레 카페에서 실시하고 있는 반가음식 강습에는 강원지역의 교습자들은 물론 수도권에서도 참가하는 연구자들이 많습니다. 다음은 지난 호에 이어서 이성희 반가음식연구가의 인터뷰를 정리했습니다.

 

   
△이성희 반가요리연구가의 인터뷰가 강원도 대관령 살바토레 카페에서 진행됐다.

 

[이성희 반가음식대가 인터뷰]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궁중음식에 대한 연구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나요?

-대부분의 무형문화재 음식 장인들이 궁중음식을 연구하고 전승해 가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입니다. 무형문화재 전수조교로 지정되어도 생계를 버텨나가기가 힘들어서 거의 그만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부기관의 연구비 지원으로는 생활하기 어렵고, 더군다나 그 수많은 궁중음식을 다 전수 받기 전에는 다른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더욱 어려운 상황입니다.

 

   
△섭전

 

△소그룹 단위의 음식 강좌를 계속하고 있는 이유가 따로 있나요?

-그동안 제가 공들여 배운 시간과 돈이 (저만 알기에는) 너무 아까운 거예요. 그리고 우리 음식을 알리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해 보는 겁니다. 한 명이 배우더라도 내가 그동안 공부했던 음식기법을 전수하고 싶은 거지요. 저는 많은 사람을 원하지 않아요. 왜, 감동을 주고 싶으니까요. 놀라운 사실은 (딸을 둔) 엄마들이 폐백음식을 잘 몰라요. 그리고 (우리 전통 예법에) 폐백할 때 시부모가 받는 음식이 각각 다릅니다. 시아버지는 자손을 의미하는 대추고임을 받아야 하고요,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예쁘게 봐달라고 소고기 육포를 올렸어요. 또 대추는 시아버지만 던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시어머니도 던지고 할머니도 던지고, 시아주버니까지 던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는 잘못된 경우입니다.

 

   
△두텁병

 

△우리 전통음식의 기본적인 원칙이나 기법이 있을 텐데요.

-우리 전통음식은 여러 기본적인 원칙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화전의 경우에는 (자연산 꽃을 재료로 이용하는데) 꽃의 수술을 제거하고 사용해야 합니다. 혹시 독성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제거 해야합니다. 모 방송에서 꽃 수술까지 그대로 재료로 사용한 경우를 봤는데 그 경우는 전통음식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경우입니다. 따라서 수술을 제거하고 요리 하는 게 원칙이고, 모든 재료의 꽃에서 수술은 제거하는 게 상식입니다. 진달래 화전이나 화채의 경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오미자화채

 

△누구나 전통음식을 만들 수 있도록 책을 낸다고 했는데 그 방향을 어떻게 잡고 있는가요?

-우선 한국 전통음식에 대한 각각의 구성 재료와 방법에 대한 내용을 상세히 쓸 계획입니다. 여러 전통음식 전문가들이 분야별로 나눠서 쓰기로 했고요, 같이 참여할 분들이 책을 발간하면서 의견을 모은 것은 책을 구입하지 않고서는 내용을 볼 수 없도록 하기로 했습니다. 왜냐하면 서점에서 책을 보면서 조리법을 중심으로 사진을 찍어가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여 철저히 독자 위주로 보호할 겁니다. 창작품인 조리법을 불특정 다수의 모든 이들에게 무료 제공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래서 누구나 쉽게 전통음식을 조리할 수 있도록 쓰겠지만 허접한 책은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전통기법에 대하여 정확한 레스피를 구성하여 전달할 생각입니다. 이유는 많은 전통음식에 대한 책을 보고 그 레스피대로 조리를 하면 전통의 맛이 안 나와요. 레스피가 모두 틀렸기 때문에 그런 거예요. 저는 그걸 바로 잡고 싶습니다. 그래서 처음 입문하는 초보자들에게도 길잡이가 되는 전통음식 책을 만들고 싶습니다.

 

   
△동아정과설기

 

△이제 중요한 것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지가 중요하지 않을까요. 미래에 대한 비전은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우선 교육적인 측면에서 학교 정규 교과서에 전통음식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중·고등학교의 가정 교과서에는 서양 음식 위주의 편성이 전부입니다. 그래서 한국의 전통음식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깍두기나 김치를 담그는 실습 교육이 필요합니다. 특히 장이나 된장 담그는 방법을 교육하고 실습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급식 식단도 전반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요. 튀김류의 기름진 음식보다는 환경식품 위주의 웰빙식으로 바꿔가야 한다는 것이죠.

 

   
△인산통정과와 감자꽃정과

 

△이제 마지막으로 정리를 해 보겠습니다. 앞으로 전통음식 수업은 어떻게 계속 진행해 나가는 건가요?

-음식 강의를 계속해 나가고 싶은 이유는 많은 제자들이 있어서 인데요. 이들에게 한식이 아니더라도 자신에게 맞는 시그니처 음식을 정하라고 말하고 있어요. 그렇게 해서라도 전통음식을 포기하지 않도록 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이들을 전국의 각 도에 전통음식 명인으로 발전시키는 것도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전국 어디서든지 원하는 곳이 있다면 전통음식 수업을 계속 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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