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군이 무너지고 있다…기강확립 필요

칼럼 조경렬 편집장

조경렬 편집장

대한민국의 군(軍)이 무너지고 있다. 최고위급 장성들의 방산비리가 잇따라 사정당국의 수사로 속속 밝혀지고 있고, 장성의 별을 떼고 이미 영어의 몸이 되어 있는 장성이 몇인가.

한마디로 지금 대한민국은 뭇별들이 떨어지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군 기강 헤이는 다반사고, 군 조직 가장의 근본이고 엄중해야 할 상명하복의 철칙은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다.

명예와 신뢰를 가장 큰 미덕으로 삼아야 할 군이 언제 부터 이렇게 추락하게 되었을까? 이는 비단 가까운 시대의 일이 아니다. 국가 기강의 제1 기조인 군대 조직이 무너지면 국가 안위를 헤치는 결과를 초래한다.

군(軍) 하극상의 뿌리는 깊다. 지금으로부터 37년 전인 1979년 12월 12일 오후 7시15분, 일개 상사가 별 넷 육군참모총장의 가슴에 총구를 겨눈 '군사반란'은 당시 별 두개 전두환 소장을 필두로 한 일부 군부의 하극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물론 그 이전의 5.16 군사 쿠데타 역시도 하극상의 반란이었다.

이런 대한민국 군 역사의 비극이 깔려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대화된 군의 조직이 최근엔 상층의 하극상에서 하층 병(兵)으로 이동하여 군 조직의 하극상이 전반적으로 만연해 지고 있는 실정이다.

상관 때리고 욕하고…상명하복이 무색하다

10월 8일을 기준으로 종합 국정감사를 제외한 2015년 국정감사가 끝나가면서 국회 국방위 소속 손인춘(새누리당) 의원이 군 당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발생한 군 내 하극상은 187건에 달했다. 연도별로는 2012년과 2013년에 각각 50건, 57건에 그쳤던 하극상은 2014년 80건으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죄목별로는 상관 모욕이 71건으로 가장 많았고, 상관 폭행과 항명이 각각 27건에 이르고 상관 상해도 23건이나 됐다. 계급별로는 간부가 68건, 병사가 114건으로 병사들 간 하극상이 두 배 가까이 많았고, 특히 일병과 상병의 하극상은 86건으로 전체의 75%를 차지해 일병·상병의 기강 확립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는 곧 하층 병사 계급에서 급격한 하극상이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군 기강의 해이가 도를 넘고 있음을 말해주는 자료이다. 여는 조직이나 기강이 무너지면 조직 자체가 무너진다.

이를 방치하고 있는 군 수뇌부와 정부 당국은 국민으로부터 비판 받아 마땅하다. 막대한 국민의 세금으로 유지되고 있는 군대가 자기 책임을 다하지 못해 조직의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는데도 군 상층 수뇌부는 방산비리의 온상이 되어 자신들의 배를 채우는데 혈안이 되어 가고 있다. 물론 군인으로서 사명을 다 하고 있는 참 군인들에게는 가슴 아픈 질책이 아닐 수 없지만 소수의 미꾸라지가 강을 흐리게 하고 있다.

방산비리로 줄줄이 쇠고랑 찬 잔별들

최근 전역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 시켰던 최윤희 전 합참의장은 군복 벗자마자 비리 수사가 시작됐다. 해상 작전헬기 '와일드캣' 도입 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최윤희 전 의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퇴임으로 본격화 되었다. 검찰은 2012년 와일드캣의 시험평가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당시 해군 참모총장이던 최 의장의 직접 지시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은 최 의장 가족 등 주변 인물에 대한 계좌 추적을 벌이며 수상한 자금 내역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이렇게 국방 비리의 온상이 되어 버린 방위시압청이 또 '美 KF-X'의 기술 이전이 어렵다는 내용을 인지하고도 수 개월간 대통령에 보고를 하지 않아 늦장 보고로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방위사업청이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사업에 필요한 4개의 핵심기술을 이전할 수 없다는 미국의 통보를 받고도 청와대에 늦장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장명진 방사청장은 10월 8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윤후덕 의원이 '미국의 기술이전 불가 통보를 언제 받았고 청와대에 언제 보고했느냐'고 묻자 "4월 21일 기술이전 불가 정보를 입수하고 6월 8일 청와대에 보고했다"고 답변했다.

이렇게 대한민국 군 장성은 숫한 방산비리에 연루되어 별들이 줄줄이 구속되거나 조사를 받고 있고, 하층 병(兵)들은 하극상으로 상관을 폭행하거나 모욕으로 군 조직의 근간을 흔들고 있어 대대적인 조직 정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상하를 막론하고 비리를 척결하고, 군 기강을 바로 세워 국민의 사랑받는 군대로 다시 거듭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