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마지막 분단국의 질곡 이산가족
"이념을 넘어 가족이 왕래하는 시대 왔으면"

이한준 기자

제20차 이산가족 상봉이 금강산 호텔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KBS화면

분단 70년의 아픈 역사를 가직한 한반도 남북한은 서로 정치적인 이념의 굴레에 갇혀 가족이 서로 떨어져 이산가족으로 살아야 하는 지구촌의 마지막 남은 분단국이다. 지구촌의 대부분의 국가가 단일민족이 아니면서도 같은 이념으로 국가와 사회를 구성하며 살고 있다.

하지만 세계에 몇 안 되는 단일민족으로 구성된 국가지만 이념의 틀에 갇혀 분단국으로 살아온 지 70년을 넘고 있다. 이산가족은 대한제국이 남과 북으로 갈리면서 전쟁 속에 서로 흩어져 소식을 알 길 없는 가족들이다. 1950년 6.25전쟁으로 휴전선이 그어지면서 남과 북에는 1000만이 넘는 가족과 헤어져 이산가족이 되었다.

1985년 최초 이산가족 상봉, 최초의 이산가족 고향방문단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공식적으로 진행된 것은 1985년이다. 최초 이산가족 상봉은 <남북이산가족 고향방문단 및 예술공연단>이란 이름으로 진행되었다. 휴전된 이후 35년이 흘러서야 최초 이산가족 상봉을 통해 가족들을 만날 수 있었다.

사실 1971년부터 대한적십자사는 북한적십자중앙위원회에 제의하여 한국전쟁이나 분단으로 인한 이산가족의 실태를 파악하고 소식 전달 및 상봉을 목적으로 한 <이산가족찾기 운동>을 시작했다. 이때부터 남북 고위급 회담이 열릴 때마다 이산가족 상봉은 단골 메뉴로 등장하곤 했지만 그 때마다 북한은 남측에 그에 대한 대가를 요구해 왔다.

드디어 1985년 5월에 열린 적십자 회담에서 남북은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리고 바로 그 해 9월 20~23일에 이산가족 고향 방문단으로 65가족이 최초 이산가족 상봉의 감격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최초 이산가족 상봉 이후 다시 기적적인 만남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 후 2000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의 남북 첫 정성회담이 열리면서부터 더욱 빠르게 기대감을 키웠다. 2000년, 6.15 공동선언을 통해 남북은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을 합의했다.

그 후 방문단 교환과 이산가족 수차례 상봉들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호의적인 분위기 속에 2002년 9월 적십자회담에서는 납북자, 국군포로를 이산가족의 이름으로 해결할 실마리를 만들기도 했다. 2003년에는 화상상봉으로 300여명의 이산가족이 끊어진 소식을 이을 수 있었다.

9월 30일 현재 대한적십자사 이산가족 신청자 통계를 보면 130,409명으로 8월 대비 581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1988년 이산가족을 신청 받아 누적 통계를 낸 자료이다. 이중 사망자가 63,921명으로 50%에 육박하고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90세 이상 고령자가 7,781명으로 전체의 11.7%를 차지했고, 80~89세가 28,291명으로 42.2%를 차지해 가장 많은 분포를 이루고 있다. 또 부부와 부모, 자녀의 이산가족이 3만 여명으로 생존자의 45%를 넘고 있고, 거주지별로는 서울과 경기가 57.8%로 단연 가장 많이 분포한다.    
 

이산가족 상봉 자료화면

사망자수가 50%에 가까운 것은 상봉을 기다리다 사망하는 비율이 매우 높다는 반증이다. 이별의 한을 풀지 못하고 사망하는 이산가족 1세대만 한 해에 3000~4000명 정도이다. 매일 열 분 정도가 만나지 못한 가족을 가슴에 품은 채 사망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산가족 상봉이 '하루 빨리' 지속적으로 진행되어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제 가족끼리 오가는 남북관계 되었으면

이산가족은 누구나 남북을 초월하여 상호방문으로 오가는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남북의 이념적 이해와 정치적 상관관계로 인하여 그 뜻은 희망으로 남아 있다.

특히 북한의 사회주의 체제유지와 정권 세습의 야욕으로 이산가족의 희망을 저버리는 결과로 귀결되어 오고 있다. 이번 10월 제20차 남북이산가족 상봉은 8·25 합의 직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정부가 이산가족의 생사 확인과 상봉 행사 정례화까지 이끌어 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그러나 북한은 이산가족 문제 해결 전제 조건으로 금강산 관광 재개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이산가족 문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는 별개의 사안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