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특집]

고려시대 성곽문화의 향기 배인 담양 금성산성
산행객의 발끝에 성곽이 무너지고 있어 아쉬움 커

조경렬 편집장

금성산성과 담양호의 풍경(사진=헤럴드저널)

신록이 짙어 가는 5월의 여행으로 남도의 성곽을 찾아 역사의 향기와 신록의 향연을 동시에 만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는 봄여행이 될 듯 싶다. 담양은 예부터 절의와 충절의 고장으로 내려와 소쇄원을 비롯해 많은 정자와 선비들의 채취가 아직도 남아 있는 고장으로 가사문학의 본산이다.

우리 민족의 숨 가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며 면면히 이어져 내려온 금산산성. 이 산성은 나라를 지키며 이 땅을 풍요롭고 융성한 국가로 만들기 위한 민초들의 삶과 애환이 담겨져 있는 그런 곳이다.

산성으로 오르는 길에는 이제 짙어가는 신록의 싱그러움이 탐사객을 반갑게 맞는다. 그러나 오월로 접어드는 햇살은 따갑게 이마에 떨어지고 있었다. 간간히 불어오는 산들바람이 옷깃을 시원하게 스치며 산성 언저리를 스치고 지났다. 천년의 세월동안 저 바람은 저렇게 산성을 감싸고돌았을 것이다. 수많은 백성들과 함께 숨 쉬던 그 인고의 역사를 저 바람은 알게다.

산성 아래로 담양호가 내려다 보인다

산성의 많은 부분에서 보존을 소홀히 하고 있는 점이 엿보인다. 겨우 산성 석축 위에 무성히 자라는 잡목들만 베어내 자연 훼손은 물론 산행객과 탐방객의 발길에 노출돼 있다. 국가지정 사적급 문화재는 특별보호 해야 함에도 방치되고 있다. 사진은 산행객들의 발길에 훼손되고 있는 성곽의 속살 모습이다(사진=헤럴드저널)

금성산성(사적 제353호)은 전라남도 담양군 용면 도림리와 금성면 금성리, 전라북도 순창군의 도계를 이루는 산정에 위치해 높이 605m로 담양읍에서 북동쪽으로 약 6km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동쪽으로 마주한 광덕산을 포함한 일대의 산성산은 사방이 깎아지른 암벽과 가파른 경사로 되어 있는데 특히 주봉인 철마봉의 형세는 주위가 험준한 암석으로 둘러싸이고 중앙은 분지로 되어 있어 예로부터 요새지로 이용되어 왔다.

금성산성은 고려시대에 쌓은 것으로 전해오는데 산성의 둘레가 7,345m이고 성 안에는 곡식 2만3천석이 해마다 비축되었다고 전한다. 특이한 점은 금성산성 밖에는 높은 산이 없어 성안을 엿볼 수 없는 형세를 잘 이용해 지은 성으로 평가되고 있다. 금성산성은 1597년 정유재란과 동학혁명, 한국 전쟁 때 난리를 겪으면서도 이 나라의 어느 성처럼 크게 부서지지 않아 지금도 동, 서, 남, 북의 성문과 성벽이 거의 원형대로 보존되고 있다.

산성 위로 등산로가 개설돼 훼손되고 있어 안타깝다

산성은 산행객들의 발부리에 채이고 탐사 객들의 부주의로 훼손되고 있었다. 사적 제353호인 국가지정문화재임에도 불구하고 관리가 안 되고 있으며, 성곽 위로 등산로가 나 있어 누구나 아무 거리낌 없이 성곽 위를 누비며 훼손을 거들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일단 산성 안으로 들어가면 아직도 곳곳에 우물이나 절구통 같은 유물들을 찾아 볼 수 있으며, 산성의 동문 밖은 전라북도 순창군의 강천사 등 관광명소와 바로 연결되는 산길이 있어서 관광코스나 호반유원지로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이마에 땀을 닦으며 망루에 올라앉으니 온 산이 신록으로 덮였다.

금성산성을 탐사하고 있는 필자

연록의 나뭇잎들, 멀리 내려다보이는 담양호가 수채화처럼 아름다움을 연출하고 있다. 나무와 나무 사이를 연결하며 숲을 이루는 저 싱그러운 나뭇잎들. 그 아름다움이야 어디 계절을 가릴 수 있겠는가마는 특히 오월의 신록은 새롭게 돋아나는 나뭇잎이 일생의 가장 화려한 시기가 아인가 싶다.

이렇게 나뭇잎이 숲을 이루는 산정에 금성산성이 있다. 우리 민족은 천연의 요새와도 같은 이 산성을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고 석축을 쌓아올려 성을 만드는 지혜를 가졌다. 천년의 세월에도 변함없는 성으로 남아 당시의 성곽문화와 삶을 가늠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봄여행은 신록을 찾아 떠나는 여행에다 신록의 숲 안에 녹아 있는 우리 역사의 흔적과 조상들의 애환을 함께 엿보는 여정이면 더욱 좋지 않을까? 금성산성은 빼어난 전망과 이제 피어나기 시작하는 봄 숲의 정취, 역사유적의 흔적들을 두루 만날 수 있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