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특집]

"세조 금부도사 왕방연을 시켜 단종에 사약 내려"
강원 영월 장릉…단종의 애환과 비애 서려

조경렬 편집장

단종의 어소가 있는 강원도 영월 청령포에는 단종이 소나무 가지에 앉아 유배생활의 애환을 달랬다는 관음송(천연기념물)과 소나무 숲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한다.

조선왕조 500년 사직중 가장 슬픈 역사의 주인공인 6대 임금 단종(1441∼1457)은 일찍 세상을 떠난 문종의 뒤를 이어 12살의 어린 나이에 임금의 자리에 오른다. 허나 3년 만에 숙부인 수양대군(세조)에 의해 왕위를 빼앗기고, 그 이듬해 15세의 나이로 노산군으로 강등되어 영월 청령포로 유배되었다. 그후 집현전 학사들의 단종 복위운동이 발각되어 17살에 영월 관풍헌에서 사약을 받고 꽃다운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영월 시민들은 애석하게 생을 마친 단종대왕의 고혼과 충신들의 넋을 위로하는 단종문화제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1967년 시작되어 올해로 43번째를 맞는다. 사록에 따르면 단종이 유배되던 그 해 초가을 홍수로 서강이 범람하여 영월읍내의 관풍헌으로 처소를 옮겨 기거하고 있던 중 경상도 순흥에서 금성대군이 일으킨 단종 복위 계획이 탄로나자 세조는 금부도사 왕방연을 시켜 단종에게 사약을 내린다.

1457년 10월 24일 사약을 가지고 온 왕방연이 감히 사약을 진어하지 못하고 오열하고 있을 때 단종을 모시던 공생(향교의 심부름꾼)이 활시위로 목을 졸라 17세의 어린 나이로 세상을 뜨게 했다.

이때 갑자기 먹구름이 모여 들더니 강풍이 몰아치면서 뇌성벽력이 진동하다가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반역죄인을 죽인 나의 功을 알아 달라'고 외치면서 뜰 앞을 걸어가던 공생은 눈과 코, 귀와 입으로 피를 토하고 즉사했다고 전한다. 노산군을 모시던 시녀들이 푸른 서강물에 몸을 던져 순절하니 후세 사람들이 이곳을 낙화암이라고 했다.

설화에 따르면 노산군이 변을 당한 후 충신 추익한이 단종을 뵈려고 산머루를 가지고 관풍헌을 향해 가던 중 곤룡포에다 익선관으로 단장을 하고 백마를 탄 단종의 모습을 보고 '어디로 가십니까'하고 물으니 '나는 태백산으로 간다'고 하면서 홀연히 사라졌다고 하여 후세 사람들은 단종대왕이 태백산의 산신령이 되었다고 믿고 해마다 태백산신제를 지내는 관습이 전해지고 있다.

단종이 승하한 후 그가 역적으로 몰려 사약을 받았기 때문에 임금의 시신을 거두려는 사람이 없었고 또 거두려고 해도 관의 눈이 두려워 감히 용기를 낼 수 없었다.

절명한 단종의 시신은 나졸들에 의하여 강물에 던져졌는데, 이때 엄흥도라는 사람은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옮은 일을 하다가 화를 입는 것은 달게 받겠다'면서 시신을 찾아 헤매다가 동·서강이 합쳐지는 합수머리에서 시신을 찾아내고 둘째 아들 광순을 데리고 자신의 어머니를 위하여 준비해 두었던 수의와 관으로 염습을 하여 영월 엄씨의 선산인 동을지산에 몰래 암장하였다.

그러나 당시 사람들은 누구도 이 사실을 몰랐었는데, 그 후 중종 11년(1516년)에 단종 묘를 찾으라는 왕명이 내려졌고, 1580년(선조13)에는 어명으로서 노산 묘를 수축하고 상석, 표석, 향좌아, 장명등, 망주석 등을 만들어 세우고 능전사청을 건립하였다.

단종제에 대한 제향은 1516년(중종11)에 우승지 申 常이 진향한 이래 계속되었으며, 1967년부터 영월군에서는 단종제 행사를 만들어 4월 초순경 단종을 비롯한 충신들의 넋을 위로하는 제향은 물론 각종의 민속문화 행사를 진행함으로써 단종문화제는 영월을 대표하는 종합예술마당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단종의 무덤인 영월의 장릉 모습

△장릉莊陵

숙부인 수양대군에게 왕의 자리를 빼앗기고 청령포에 유배되어 사약을 받고 죽은 단종의 주검이 동강에 버려졌으나 영월호장 엄흥도가 시신을 거두어 지게에 지고 동을지산으로 향했다.

시신을 지게에 진 엄흥도 일행이 잠깐 쉴 장소를 찾는데 다행히 언덕 위 소나무 밑에 숨어있던 노루 한마리가 놀라 달아났는데 그 자리를 보니 눈이 녹아 있었다. 그 자리에 지게를 내려놓은 채 잠시 쉬다가 더 깊은 산골로 가려 하였으나 지게가 움직이지 않자 이곳이 명당인가 보다 하여 노루가 있던 자리에 시신을 암장했다.

역사적으로 슬프고도 애환이 담긴 단종대왕의 능은 다른 능에 비해 많이 다르다. 당시 한양 백리 안에 능을 만드는 것이 관례였지만 지방에 모셔진 유일한 왕릉이며, 낮은 구릉에 안장한 다른 왕릉에 비해 높은 곳에 있으며 대부분의 왕릉이 봉문, 정자각, 참도홍살문이 일직선으로 조성 되지만 단종릉의 봉분은 신좌을향이다. 또 정자각은 북쪽을 향하고 있어 능의 옆구리를 향해 절을 할 수밖에 없다.

△단종의 죽음 함께한 관풍헌과 자규루

관풍헌은 영월 객사의 동헌 건물로 단종이 청령포에 유배되었다가 홍수 때문에 이곳으로 거처를 옮겨와 머물던 중에 세조의 명으로 사약을 받고 승하한 곳이다. 자규루子規樓는 관퐁헌 동쪽에 세워진 누각으로 계단을 통하여 루로 오를 수 있고 1431년(세종13년) 영월군수 신권근이 건립하여 매죽루라 불렀으나 관풍헌에서 유배생활을 하던 단종이 저녁만 되면 누각에 올라 자규시子規詩를 읊었다고 하여 ‘자규루’라고 부른다.

   자규시子規詩

한 마리 원한 맺힌 새가 궁중을 떠난 뒤로                  一自寃禽出帝宮
외로운 몸 짝 없는 그림자가 푸른 산속을 헤맨다          孤身隻影碧山中
밤이 가고 밤이 와도 잠을 못 이루고                         假面夜夜眠無假
해가 가고 해가 와도 한은 끝이 없구나                      窮恨年年恨不窮
두견 소리 끊어진 새벽 멧부리에 지새는 달빛만 희고    聲斷曉岑殘月白
피를 뿌린 듯한 봄 골짜기에 지는 꽃만 붉구나            血流春谷落花紅
하늘은 귀머거린가 애달픈 하소연 어이 듣지 못하는지  天聾尙未聞哀訴
어찌하여 슬픔 많은 이 사람의 귀만 홀로 밝은고.         何奈愁人耳獨聽
 

영월 장릉의 제실

△청령포

청령포는 영월군 남면 광천리 남한강 상류에 위치한 단종의 유배지로 2008년 명승 제50호로 지정되었다. 조선 6대 왕인 단종이 숙부인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상왕으로 있다가, 그 다음해인 1446년 성삼문 등 사육신들의 단종 복위의 움직임이 사전에 누설되어 상왕은 노산군으로 강등되어 유배된 장소가 청령포이다.

동남북 3면이 서강으로 둘러 싸이고 서쪽으로 육육봉이라는 험준한 암벽이 솟아 있어 배를 이용하지 않고서는 뭍으로 출입을 할 수 없는 섬과도 같은 곳이다. 솔 숲 가운데 자리 잡은 관음송은 높이30m, 수령 600년으로 단종이 유배생활 할 때 이 소나무에 걸터앉아 애환을 달랬다고 전한다. 관음송은 단종이 생존할 때부터 자란 유일한 소나무다.

단종은 이 적막한 곳에서 외부와 두절된 유배생활을 했으며, 당시에는 이곳에 거처할 수 있는 집이 있어 호장 엄흥도는 남몰래 밤이면 이곳을 찾아 문안을 드렸다고 한다.

1457년 여름 뜻밖의 큰 홍수로 강물이 범람하여 청령포가 물에 잠기게 되자 단종은 영월 동헌의 객사로 처소를 옮겼다. 지금 청령포에는 단종 유배 시에 세운 금표비禁標碑와 영조때 세운 단묘유지비端廟遺址碑가 서 있어 옛일을 전하고 있다. 또한 망향탑과 노산대가 있다.

2000년 4월 5일 단종문화제와 때를 맞춰 건립된 단종어가는 승정원일지의 기록에 따라 기와집으로 그 당시의 모습을 나름대로 재연했다. 어가에는 당시 단종이 머물던 본채와 궁녀 및 관노들이 기거하던 사랑채가 있으며 밀납인형으로 당시의 모습을 재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