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기적으로 일어선 한국, ‘안전불감증’에 추락하다

글 조경렬 편집국장

▲ 조경렬 편집국장

한국 세계무역규모 영국에 이은 8위, GDP 기준 멕시코에 이어 세계 15위로 명실상부한 세계 경제대국에 속한다. 한국은 60년의 짧은 기간 경제개발 역사로 일궈낸 독보적 신흥 경제부국임에 틀림없다. OECD 선진국들이 인정한 신흥 경제부국이다. 그럼에도 한국은 한강의 기적으로 일어선 경제 신흥국의 이미지가 안전불감증이 팽배한 나라로 추락하고 있다.

한국은 빠른 경제 발전에 걸맞은 안전 로드맵이 형성되어 있는가. 한마디로 ‘아니다’로 귀결된다. 세월호 여객선 사고가 단적으로 보여준 인재(人災)의 전형이다. 경제 발전을 뒤따르지 못한 사회적 안전과 사회안전망 구축은 뒷걸음질을 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1993년 서해페리호 사고 때도 똑같은 안전에 대한 사회 전반에 깔린 불감증. ‘설마 사고가 나겠나. 지금까지 다 그렇게 해 왔는데 괜찮겠지.’하는 식의 우리 사회 저변에 깔려 있는 안전불감증.

사회의 변혁은 갑자기 일어날 수도 있지만 서서히 그 사회 구성원들 간에 공동체적 의식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이런 근본적인 사회의 안전의식이 고취되지 않는다면 보다 강력한 법으로 규정하고 법적 책임을 넓게 적용하는 방법밖에 없다.

지금 국민적 정서는 정신적 패닉상태에 놓여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누구의 아들, 딸이나 가족을 떠나 전 국민이 느끼는 정서는 매우 심각한 공항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차제에 사회 각 분야에 걸친 안전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 이 시스템을 통한 주기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한 달에 한 번씩 훈련을 해 오던 민방위 훈련도 최근 들어 형식적으로 흉내만 내는 꼴로 변질되고 있다. 그러나 원칙대로 법에서 규정한 대로 정확히 실행해야 한다. 이번 세월호 사고도 안전시스템이 명확하고 훈련이 평소 몸에 배여 있었더라면 그렇게 큰 피해를 입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정황상 선장의 직무유기가 가장 큰 피해의 원인으로 밝혀지고 있다. 선상에서는 막대한 권한을 가진 선장이 승객들의 안전과 생명 보호에 만전을 기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자신만 살기위해 가장 먼저 탈출하는 비신사적이고 비인도적인 행위를 하고 말았다.

선원법을 따지지 않더라도 선장의 임무는 마지막까지 승객들의 탈출을 지휘하는 것이 직업윤리로서도 타당한 처사이다. 모든 선원들도 위기가 발생했을 때 매뉴얼대로 대응해야 했다.

그러나 평소 승객들의 안전을 위한 훈련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고, 심지어 화물차량을 통해 승선한 무임 승객을 파악하지 않아 정확한 승객 수조차 파악이 안 되었다. 또 화물 무게도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화물이 파도 등에 흔들리지 않도록 고정돼 있는 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

이런 업무들은 여객 업무의 기본 중에 기본이다. 승객이 몇 명이 승선했으며, 어떤 화물과 그 적재량은 얼마인가, 안전장치는 잘 되었는가 등이 모두 선장이 종합하여 챙겨야할 책무이다. 그럼에도 거의 모든 것을 무시했고, 조타실에서 이탈해 있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게 선장인가 할 정도로 황당한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또한 정부의 대응도 매우 미흡하고 미숙하다는 사실이다. 박근혜 정부의 출범과 함께 안전을 최우선시 한다는 명분으로 당시의 해당 부처인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명칭까지 바꾸지 않았던가. 부처의 명칭만 바꾸면 된다면 무엇을 못하겠는가. 그에 따른 행동과 실천이 필요하지 않는가 말이다.

이런 국가 재난대응체제의 총체적 부실을 반면교사로 삼아 실질적인 실현체제로의 안전시스템 구축과 함께 국민들도 국가의 안전시스템을 이해하고 실현하는데 모두 동참해야 할 때다. 그래야만 선진국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