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집 > 길위의 인문학
케냐 나이로비에서 마사이마라 마라 강까지
조경렬 기자  |  herald@heraldjournal.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4.06.13  14:43:37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동아프리카 케냐의 마사이마라 동물보호구의 누 떼로 순한 초식동물이다

케냐 나이로비에서 마사이마라 마라 강까지 
동물의 왕국 찾아 1000km 탐사

글 조경렬 기자ㅣ사진 송영배 사진가

 

   
마사이마라 동물보호구 '동물의 왕국' 관리초소

아프리카 동물의 왕국 탐사취재팀은 8월 하순 한여름 가나에서 카냐의 나이로비로 향했다. 미개발지로 지구의 마지막 남은 대륙 아프리카로 여행을 떠나는 게 한편으론 설레지만 한편으론 여러 의구심을 갖게 한다.

그 곳 그 땅에 가서 그들을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러나 그 땅에서 수십 만년 동안 살아 온 검은 진주 아프리카 부족들을 만나면 생각이 확 달라진다. 아직도 그들에게는 미개발의 순수함이 온 몸에 배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상식으로 생각하는 '아프리카는 열대 지방이라서 매우 더울 것이다. 전염병에 온갖 질병이 난무할 것이다.'라는 상식 아닌 상식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현지에 가서 보지 않고서야 어찌 현지의 삶과 생활을 말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아프리카라고 해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전염병이 극심한 게 아니다.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는 해발 1600m 고지대에 도시가 건설돼 낮에는 덥지만 밤이 되면 기온이 급격히 떨어져 매우 춥다. 밤에는 두꺼운 겨울 옷을 입어야 외출할 수 있다는 사실. 습도가 낮기 때문에 낮에도 그늘은 매우 시원하다. 이게 아프리카에 맞는 상식이다.

현지시각 새벽 4시 30분(한국 오후 10시 30분) 사파리용 특수차량에 몸을 실고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를 출발했다. 새벽에 일어나 마사이마라 동물보호구로 가는 500여km의 긴 여정을 준비하면서 호기심과 기대에 벅차 있었다. 아침과 점심을 도시락으로 정성껏 준비해 준 현지 교민의 배려에 여간 고마운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새벽에 일어나 사파리 투어 전용 차량에 탑승하면서 기대감은 더욱 부풀어 오르고 호기심도 동하여 차안에서 잠도 오질 않았다. 아직 어두운 새벽이라서 차창 밖으로 간간이 보이는 불빛을 쫓아 시선을 옮기며 도시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얼마쯤 가다가 잠깐 선잠이 든 사이 투어 차량은 나이로비 시내를 벗어나 산악지대로 오르고 있었고 약간은 한기가 느껴졌다.

긴팔 아웃도어를 입고 있었는데도 싸늘한 느낌이 들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아프리카는 적도 지역이라서 매우 더울 것으로 생각하기 십상이다.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의 경우 해발고도가 높다보니 연중 서늘한 날씨가 계속된다. 다만 적도가 가까워 장렬하는 태양은 이마가 까지도록 매우 따갑다. 이 뜨거운 햇빛만 피할 그늘이 있다면 시원함을 즐긴다.

   
마사이마라의 평원에서 만난 기린 가족

세계 최대의 지구대 동아프리카 리프트 밸리
    
차량은 언덕을 올라 산정 부근에 이르니 수십 킬로미터 저 멀리 드넓은 평원이 눈에 들어온다. 이 평원이 바로 아프리카 대지구대의 시작이다. 북으로는 서아시아의 요르단협곡으로부터 남으로는 모잠비크의 델라고아만(灣)에 이르는 세계 최대의 지구(地溝) 동아프리카 대지구대, 리프트 밸리[Rift Valley]이다.

이 리프트 밸리는 동대(東帶)와 서대(西帶)로 나누어지는데, 동대는 요르단협곡에서부터 홍해, 아비시니아고원의 아파르 함몰지역, 루돌프호(湖) ·나트론호 ·마냐라호 ·니아사호를 거쳐 델라고아만까지 장장 7,000km에 이른다. 서대의 앨버트호로부터는 북으로 앨버트 나일강이 흐르고, 남으로는 시레강(江)이 베이라에서 인도양으로 흘러 들어간다.

함몰의 영향으로 아비시니아의 용암대지, 케냐산(5,199m)·킬리만자로산(5,895m)·메루산·엠베야산의 동대, 루웨조리산과 므하브라산의 서대 등의 화산이 분출해 일대 광활한 화산대를 이루었다.
 
형성 시기는 백악기 이후에 시작되어 마이오세와 플라이오세 또는 홍적세 때 지각활동에 의한 맨틀현상으로 형성됐다. 지구물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대지구대는 천발지진(淺發地震)의 다발지인 동시에 열류량이 많아 지금도 활동하고 있다.

   
평원에서 만난 얼룩말 가족

리프트 밸리가 시작되는 산정에서 내려다 본 대평원의 풍경은 언어로 형용할 수 없는 장관을 이루어 평원 끝이 하늘 끝으로 지평선을 만들고 있다. 기온이 4~6도 정도로 낮아 두꺼운 자켓을 입어야 했다. 탐사팀은 아프리카에서 추위를 느끼며 지구대 초입으로 들어섰다.

산정을 내려가는 길목에 아프리카 선인장과의 아프리카 아카시아가 고목을 이루며 우람하게 자라고 있다. 아프리카의 나무들 대부분은 가시를 달고 자란다. 이유는 오랜 건기의 가뭄을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 수분을 비축하기 위해 줄기가 가시로 진화했다.

지구대 입구로 들어서자 마을이 나오고 이곳 원주민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대부분 옥수수나 밀을 재배하며 살고 있다. 길은 십 수 년 전에 겨우 겉만 포장한 아스팔트가 반은 패여 있고 반은 작은 웅덩이로 변해 있다. 패인 곳에는 황토 흙으로 메우지만 물류를 수송하는 대형 차량으로 인해 남아나질 않는다.

사람이 그리워 적막한 땅 아프리카 평원

황토 먼지를 뒤집어 쓰고 달리는 차창 밖으로 가끔씩 만나는 마사이족이나 원주민들이 반가워 손을 흔들면 그들도 반갑게 손을 흔들어 준다. 사람이 그리운 것이다. 적막한 평원에 간간이 보이는 마사이족이 왜 이렇게 애절하고, 절실하게 반가울까?

모래 먼지 속으로 달리던 창가로 가젤과 산토끼가 보인다. 적막강산에 야생 토끼도 이토록 반가움으로 다가오는 경험을 맛보는 순간이다. 기자는 순간 2억 만리 이국 땅에서 야릇한 현기증으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현기증이 일었다. 야생 동물도 반가움으로 다가오는 그리운 땅 아프리카.

탐사팀은 이렇게 대평원을 달리다 쉬어 가기로 하고 차에서 내리니 뒤 따라온 차량이 흙먼지를 뒤덮어 놓고 지나간다. 간단하게 음료수를 나눠 마시고 기념촬영을 했다. 초원에 텁석 주저 앉으니 보이는 것은 초원과 하늘의 뭉게구름 뿐. 하늘은 전형적인 한국의 가을 하늘. 새파란 하늘에 뭉게구름이 간간이 떠 흘러가고 있다. 하늘은 똑같은 하늘인데 한국과는 수만 킬로미터 떨어져 지구의 반 바퀴를 돌아 그 반대쪽에 서 있는 것이다.

   
마사이마라 마라강의 하마 가족이 한가로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동부 아프리카의 대표적인 관광국가인 케냐는 동물의 왕국으로 유명하다. 케냐는 수많은 부족들이 모여 집단을 이루고 국가를 형성하고 있다. 아프리카 부족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소수 종족인 마사이족(Maasai tribe)을 비롯하여 키쿠유(Kikuyu), 루야(Luhyha), 루오(Luo), 칼렌진(Kalenjin), 캄바(kamba)족 등 43개의 부족이 살고 있다. 케냐의 언어는 공용어인 영어와 통용어인 스와힐리어(Swahili)를 사용한다.

케냐의 종교는 기독교(70%), 이슬람교(20%)와 힌두교 그 외에 일부 토속 신앙을 믿는다. 여기에서 특이하게도 기독교 신앙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 이유에 대해 한 선교사는 동부 해안에 위치한 케냐는 중동 등 아시아 국가에서 아프리카로 들어오는 관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 보다 먼저 기독교 신앙을 받아 들였고 민족 구성 또한 아시아계의 영향도 있어 외국인에 개방적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로 새벽부터 5시간 이상을 달려 10시께 마사이마라로 들어가는 초입 나록(narok)에 도착했다. 나록은 마사이마라로 가는 외국 탐방객들이 쉬어가는 길목으로 이곳 한 카페에서 아침을 먹기로 하고 도시락을 풀었다. 아프리카의 오지에서 쌀밥에 김치를 먹을 수 있다는 축복에 감사했다.

아침을 늦게 먹는 탓도 있겠지만 이렇게 맛있는 식사는 일찍이 없었던 듯. 외국 관광객이 주로 찾는 카페는 아침 먹을 자리를 제공받는 대신 차를 시켜야 했다. 후식으로 커피 대신 홍차에 우유를 섞어 먹으니 그 맛이 괜찮았다. 케냐는 세계 최대의 홍차 생산지라는 사실을 여기 와서 알게 됐다.

동물의 왕국 탐사 차량은 다시 마사이마라 국립공원으로 달렸다. 아프리카 아카시아가 길 양옆을 뒤덮고 있는 곳곳에서 마사이족이 기르는 소 떼와 양 떼가 길을 막는 게 다반사다. 차량이 비켜가야 한다. 마사이 소년들은 손을 흔들며 웃음으로 이방인을 반긴다.

   
동물의 왕국으로 들어가는 어귀에서 만난 마사이족 아이들

석양의 수 만 마리 누 떼 행렬 장관

새벽부터 무려 8시간을 달리고 나서야 오후 1시께 드디어 '동물의 왕국' 마사이마라 동물보호구 입구에 도착했다. 물론 이전에 가끔씩 기린과 임펠러, 가젤 무리를 만날 수 있었지만 마사이마라까지는 몇 시간을 더 가야했다. 마사이마라 공원 입구에는 수많은 마사이족 여인네들이 자신들이 만들어 온 전통 수제품을 차창으로 손을 내밀며 사 달라고 아우성이었다. 투박한 솜씨의 가면과 그들의 민속 일상품들을 팔았다.

가도 가도 대평원의 연속인 마사이마라, 초원의 끝이 하늘의 끝이다. 사파리 차량은 하늘과 초원 그리고 동물뿐인 하늘과 땅 사이를 끝없이 달려가는 것이었다. 문명의 부스러기는 사방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문명에 때 묻은 인간은 사람이 그리워 어느새 가슴이 막막해지고 있었다.

만나는 톰슨가젤과 기린, 코끼리 가족, 임펠러, 누 떼가 반갑게 다가온다. 그러나 차량에서 하차는 절대 금물이다. 언제 맹수들의 공격이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사자나 치타, 표범이 바로 이곳에 서식하고 있다. 군데군데 누(gnu)나 물소 가젤의 뼈가 약육강식의 전설을 증명하고 있다.

1시간 이상을 차량으로 이동해 작은 개울과 구릉이 있는 곳에 도착하니 기린 가족이 높은 키를 자랑하며 성큼성큼 이동한다. 물웅덩이에 누 떼가 집단으로 물을 마시고 있었다. 아마도 작은 숲이 있는 것으로 보아 사자나 표범이 살기에 적당한 곳이다.

투어 차량은 초원 속으로 더 깊숙이 달려 탄자니아와 케냐의 국경지대에 다다랐다. 이곳이 세렝게티와 마사이마라가 구분되는 표지석이 서 있는 마라강 부근이다.

일단 차에서 조심스럽게 내려 주의를 살피면서 2인1조로 주의를 경계하며 표지석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감히 겁도없이 표지석을 만지며 사진 촬영을 했다. 물론 소총으로 무장한 안내원이 동행한다면 안전하다. 그러나 탐사 객만 이동할 때는 맹수로부터 공격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케냐의 마사이마라의 마라강을 취재하는 필자

드디어 마라강에 이르러 하마 가족과 악어 떼를 만날 수 있었다. 저 강을 건너야 세렝게티로 갈 수 있다. 마라강은 길게 한 달을 흘러야 빅토리아 호수에 이른다. 누 떼와 가젤들은 악어에게 목숨을 걸고 저 강을 건넌다.

강을 건너다 가끔은 악어 밥이 되지만 건기에 초원이 말라버리면 먹을 풀이 없다. 누는 살기 위해 죽음의 강을 건너야 한다. 우기(雨期)의 초원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이렇게 수십 만년 동안 이어져 내려왔다. 이게 지구의 생존법칙이자 자연생태이다.

M1소총으로 실탄까지 장전한 현지 가이드가 간단한 설명을 했다. 대한민국에서 왔다고 말을 건네자 '코레아 굿!'을 연발한다. 한국을 안다는 의미다. 같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얼마 간의 가이드 머니를 지불해야 하는데도 탐사팀에게 호의를 베풀었다. 여기에서 한국의 위상을 읽을 수 있었다. 이들은 국립공원을 관리하는 요원들이다.

오후 3시가 넘은 시각에 마라강 바로 옆 탐방 안내 캠프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운전사 겸 현지 가이드 마사이족 출신 피터(Peter, 40)도 이때는 쌀밥을 같이 먹었다. 그는 특히 김을 먹으며 굿(good)을 연발했다. 식사를 하고 나니 시간은 4시가 되었다. 탐사 팀은 다시 마사이마라 대평원의 누 떼를 만나러 황톳길을 달렸다. 지는 해와 함께 대평원 저쪽 어디론가로 이동하는 수만 마리의 누 떼를 만나러 가는 것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누 떼의 행렬은 어디에서 시작돼 어디로 가는지 모를 일이다. 오직 앞선 무리를 따라 묵묵히 걷고 있는 누(gnu) 떼. 바로 이 모습 자체가 대자연이다. 어떻게 언어로 형용할 수 있겠는가. 대자연의 숭고함을 느끼는 순간이다. 중간에 하이에나, 아프리카 흑돼지, 검은머리독수리, 얼룩말, 타조 등 많은 동물들을 만났다.

   
코끼리 가족은 무리를 지어 이동하며 어린 새끼들을 보호하는 본능이 강하다

마지막 하이라이트는 동물보호구 밖으로 나와 작은 숲에서 사자 가족을 만났다. 가이드들이 서로 정보를 주고 받으며, 사자가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소형 경비행기가 뜨고 투어 전문 차량들이 그곳으로 몰리고 있었다. 오염 없는 밀림에 난데없이 인간으로 오염되고 있다. 바로 내 자신이 저 사자 가족에게는 오염원이 되고 있는 셈이다.

단 며칠에 마사이마라를 모두 탐사한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대부분 사파리 투어는 1주일 코스 정도로 잡아야 어느 정도 구경이 가능하다. 그래야 새벽에 일러난 맹수들의 사냥하는 광경과 먹이를 먹는 장면을 구경할 수 있다. 그리고 보호구 안에 위치한 롯지(호텔급 숙식시설로 1박에 100~200불 정도)에서 숙박을 해봐야 이마 위로 쏟아지는 아프리카의 별빛을 구경할 수 있다.
 
탐사팀은 다음날 마사이마라 서쪽에 있는 미고리 마을로 나가기로 했다. 미고리는 케냐의 북서쪽 탄자니아 국경에 인접한 오지마을이다. 이 마을에는 주로 루오족이 집단으로 살고 있으며, 대부분이 사탕수수 재배 등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또 다른 부족은 꾸리아(Kuria)족이 일부 살고 있는데, 이들은 마사이족과 루오족 중간에서 생활하는 케냐의 10대 부족의 하나다.

미고리로 가는 비포장 도로가 좋지 않아 차량이 빨리 달리 수가 없다. 마사이마라의 서쪽 하늘로 지는 붉은 태양 속에 누 떼가 나타났다 사라지고 또 나타났다 사라진다.  
 

조경렬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여백
여백
헤럴드시사영상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회대로72길 22  |  대표전화 : 02-783-6677  |  긴급전화 : 010-7620-2777  |  팩스 : 02-6008-2566
서울특별시 중구 충무로2길 8 중앙빌딩 305(편집국)
등록번호 : 영등포 라 00389  |  사업자번호 : 107-20-37674  |  발행·편집인 : 조경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조준기
Copyright © 2016 헤럴드저널.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