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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량도 지리산…남도 통영의 아름다운 섬
조경렬 기자  |  herald@herald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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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6.13  17: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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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통영의 물이 좋은 사량도 지리산

명산기행_사량도 지리망산


바위와 여자와 떠남의 미학이 있는 산
사량도 지리산…남도 통영의 아름다운 섬

글 사진 : 조경렬 기자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
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
그 여자 울면서 돌 속에서 떠나갔네
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이끌어 주었네
남해 금산 푸른 하늘가에 나 혼자 있네
남해 금산 푸른 바닷물 속에 나 혼자 잠기네

 

이성복의 시 '남해 금산' 전문이다. 바위와 여자와 떠남의 미학이 시 속에 설화처럼 녹아 있다. 바로 이 '남해 금산'의 詩에 서려 있는 바위와 여자와 떠남의 미학이 사량도 옥녀봉 전설에도 배어 있으니 이성복 시인이 이 옥녀봉의 전설을 희화한 것일까.

   
산릉에서 바라보는 작은 어항이 안개 속에 전설처럼 묻혀있다.

오늘 우리가 탐사할 지리망산 암릉의 하나인 옥녀봉 전설은 산행을 하면서 이야기 하기로 하고 산행 코스부터 잡아 보기로 하자.

우리가 새벽에 도착한 곳은 고성군 상족암 유람선 선착장이었다. 이곳에서 유람선을 타고 사량도에 이르기 위해서다. 새벽바람은 상큼했다. 짭조름한 갯냄새가 이방인의 코를 찌른다. 새벽안개가 바다를 뒤덮고 있다. 아침 6시가 되자 날이 밝아 유람선에 오르면서도 포구의 조망은 해무로 힘든 터이다. 통영의 사량도 내지항으로 향하는 뱃길이다.

오늘 트레킹 코스는 내지항의 금북개에서 출발해 지리망산(398), 불모산(달바위), 연지봉, 옥녀봉을 거쳐 사량도 대항으로 하산하는 코스다. 약 5.5km의 비교적 짧은 코스지만 소 공룡능선으로 불릴 만큼 난코스가 있는 험산이다.

아침 바다 안개가 자욱해 조금만 떨어져 가도 앞사람의 뒤통수가 희뿌옇게 보였다. 또 길은 어제 내린 비로 질펀하기 짝이 없었다. 남도의 통영과 고성에는 무수히 많은 섬들이 존재한다. 이 섬들은 큰 섬들의 이름을 따 크게 사량면, 한산면, 욕지면으로 나뉜다. 이 중 아름다운 지리산이 있는 사량도를 찾은 것은 빼어난 풍광과 어우러진 양쪽의 바다를 함께 조망하면서 트레킹을 즐길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뱀이 기어가는 형상이라 해서 붙은 이름 사량도(蛇梁島). 3개의 유인도와 8개의 무인도로 이뤄져 있다. 사량도는 크게 상도와 하도로 구분된다. 상도는 중앙을 가로지르는 지리망산과 옥녀봉이 능선으로 연결되어 있어 산행객들의 사랑을 받는 섬이다.

사량도에서 가장 유명한 옥녀봉은 바다와 산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산행 코스지만, 암봉과 기암괴석의 암릉으로 이어지는 능선 길은 꽤 험준하다. 철사다리, 밧줄타고 오르기, 수직로프 사다리 등 다양한 코스가 있어 소 공룡능선이라 불릴만하다.

작은 공룡능선 사량도 지리산은 설악산 공룡능선처럼 크고 웅장하지 않지만 하늘로 타오르는 석화성의 장관은 그에 못지않다. 특히 쪽빛 바다를 끼고 있는 것은 내륙 산이 부러워하는 아름다움이다. 하늘이 바다 같고 바다가 하늘같은 그 공간에 날이 선 공룡의 등뼈처럼 긴 에스(S)자를 그려내고 있어 소치의 붓끝이 이 보다 더할까 싶었다.

   
지리망산은 바다와 육지의 해수면에서부터 산행을 하기 때문에 그리 쉬운 산행은 아니다.

산이 있는 곳은 한려해상공원에서 쑥 들어온 통영과 남해 사이 절묘한 곳에 점을 찍듯 솟아나 바람 맛이 고운 고성과 통영 앞바다다. 그렇다보니 새봄이 서둘러 오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 고성은 해마다 남풍이 가장 먼저와 닿아 사량도의 허리를 어루만져 애무하면 '우지끈 우두둑' 등뼈 꺾고 일어서는 공룡의 모습으로 지리망산이 윗녘의 봄을 재촉한다.

통영 앞바다는 눈이 시리게 푸른 쪽빛바다 그대로였다. 머리를 감으면 금방이라도 쪽빛으로 물들 것 같은 통영의 푸른 바다. 그 바다를 뱀이 똬리를 휘감아 틀며 머리를 우뚝 세우듯 솟은 옥녀봉과 달바위 암릉은 말 그대로 절경이다.

아름다운 산과 바다의 절경에 취해 트레킹을 하다 보니 어느덧 커다란 암릉이 앞을 막는다. 산행 길에 길을 막는 암릉이 어디 한둘 이었겠는가 마는 바로 앞을 막고 길을 내놓지 않고 있는 봉우리가 바로 옥녀봉이다.

바위와 여자와 떠남의 미학이 있는 옥녀봉

   
 달바위 능선에 선 필자

옥녀봉의 전설은 이러했다. 상도와 하도의 두개의 섬으로 이뤄진 사량도에 한 어부가 살고 있었다. 바다의 풍랑에 어미가 먼저 죽고 딸인 옥녀가 아비와 고기잡이를 하며 살았다.

그러던 어느 해부턴가 딸이 성숙해져 처녀가 다 되었다. 그때부터 아비의 행동이 변해갔다. 바다의 풍랑과 싸우며 살아가는 아비의 심신은 외로움으로 지쳐갔다. 이 때 딸인 옥녀가 여자로 보이기 시작한 것.

그러나 아름답고 현명했던 옥녀는 지혜롭게 아비의 욕정을 피해 왔다. 그러던 어느 날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딸이 산으로 도망쳐 오르기 시작했다. 아비도 딸을 필사적으로 붙잡기 위해 산을 올랐다.

산꼭대기에 오른 옥녀는 더 이상 오를 수 없는 커다란 바위 밑에 이르러 허겁지겁 달려 온 아비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만약 저 절벽 같은 바위산을 등으로 기어오르면 아버지가 원하는 걸 다 드리겠다고. 욕정에 미친 아비는 온몸에 피투성이가 되어 바위를 올랐다.

그러나 거의 다 오르는 순간 옥녀는 바위 아래 절벽으로 뛰어내리고 말았다. 옥녀가 떨어지다 저고리가 나뭇가지에 걸려 저고리 모양의 바위가 되었다 한다. 바로 이 바위가 옥녀봉이 되었다는 게 사량도 옥녀봉의 아득하고 가련한 전설이다.

지극히 인간적인 욕망에 사로잡힌 아비의 비정함과 인륜적 고뇌를, 몸을 던져 끝까지 지킨 옥녀의 애처로움이 배여 있는 바위와 여자와 떠남의 미학이 노정된 전설이 아닐까 싶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지체되고 있었다. 발길을 돌려 잠시 휴식을 취하고 대항 선착장으로 하산할 준비를 했다.

   
지리망산에서 채취한 산나물

이 지리산은 원래 지리망(望)산이었다. 맑은 날 지리산을 조망할 수 있다는 데서 이름 붙었다. 하지만 요즘은 지리산으로 그냥 통용된다. 산행 코스는 외길로 단출하지만 그 산세가 험해 릿지를 즐기는 스릴로 능선 잇기가 여간 황홀하지 않다.

특히 상봉인 달바위와 가마봉, 연지봉, 옥녀봉으로 이어지는 석화성의 암릉은 보는 것 자체가 신비롭다. 그 암릉을 공룡의 등을 타듯 넘어 발로 걸어본다면 그 재미 또한 여간한 게 아니다.

그러나 지리산은 마냥 황홀한 산행 길만은 아니다.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특히 석화성의 능선은 큰 위험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안전시설이 설치돼 그렇게 위험하지 않지만 몇몇 구간은 여간 신경 쓰이지 않는 곳이다. 특히 수직으로 떨어지는 철계단 지점과 직벽로프를 타고 오르거나 내려가야 하는 경우 초보자라면 등줄기에 땀이 송글송글 맺힐 지경이다.

코스는 고성 사량도 내지항~금북개~지리산~불모산(달바위)~가마봉~연지봉~옥녀봉~대항선착장 순이었다. 산행 시간은 5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혹시 산행객이 많아 난코스에서 지체된다면 훨씬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됨을 감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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