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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압축성장이 빚은 비극의 현장
윤성필  |  yeon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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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6.19  18: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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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눈]

세월호 참사, 압축성장이 빚은 비극의 현장

   
독자의 눈-윤성필 애독자

비극의 '세월호' 대참사가 일어난 지 두 달이 넘고 있다. 유사 이래 그 어떤 사고도 이번처럼 국민들을 참혹하게 절망시킨 적은 없었다. 충격도 충격이고 분노도 분노지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답답함 때문이다.

이보다 더 끔찍한 사고라 해도 그 원인이 일단 상식적으로 설명되고 납득이 되어야만 분노도 하고 체념도 하련만 그게 안 되다 보니 희생자 유가족의 통한은 말할 것도 없고 국가 전체가 공황상태에 빠지는 형국이었다.

세월호 침몰의 원인과 사후 대책의 미숙함이 속속 밝혀지고 있고 해외의 전문가들까지 나서 이 전대미문의 사고에 대해 이런저런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모두 원론적인 얘기의 반복일 뿐, 누구도 이 사건에 대한 명쾌한 설명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고는 충돌이나 폭발로 인해 <천안함>처럼 배가 두 동강이 나거나 폭풍을 만나 순식간에 배가 뒤집어진 것도 아니다. 모든 인재(人災)가 그렇듯 이런저런 태만과 실수의 직렬로 인해 배가 순간적으로 기울긴 했지만 그로 인한 직접적인 사상자는 없었다. 거기까지는 승무원들의 실수라 해도 어차피 일어난 사고, 수칙대로 승객을 대피시켰으면 놀란 가슴 쓸어내리고 고물 배 한 척 잃고 한 이틀 뉴스거리 정도로 끝났을 것이다.

연안인데다 바다 상태도 평온했고 관계기관의 대처가 다소 미숙했다 하더라도 그 정도의 시간이면 아무리 경험 없는 왕초보 선장과 선원이라 해도 승객 전원을 무탈하게 탈출시킬 수 있는 상황이었다.

설사 평소 조난대비 훈련을 하지 않아 구명보트를 내리는 장비가 녹슬고 줄로 묶어 놓았다 해도 선내 여기저기 걸려있는 빨간 도끼 하나만 들고 나와도 웬만한 쇠줄이나 철판을 찍어낼 수 있다. 해서 어떤 배든 구명정 부근에 반드시 도끼가 비치되어 있다.

그러니 아무리 훈련이 덜 된 승무원들이라도 마음만 먹었으면 승객들과 함께 힘을 합쳐 구조선들이 도착하기 전에 구명보트와 장비를 바다에 내리고 전원이 안전하게 탈출하고도 시간이 남았을 것이다. 최악의 경우 전원이 갑판에 나와 난간을 잡고서라도 구조를 기다릴 수 있었다. 헌데 밝혀진 대로 수백의 어린 생명들을 선내에 가두어 놓고 두 눈 멀쩡히 뜨고 수장시킨 꼴이 되었으니 이 기막힘을 어이 받아들이겠는가.

<세월호>의 청해진해운은 ‘구원파’라는 종교단체와 관련된 회사라고 한다. 그렇다면 본사 직원들을 비롯하여 선장과 승무원 중 상당수가 그 교파 교인들일 것으로 짐작된다. 물론 검찰수사로 부실한 운영 작태가 밝혀지고는 있지만 그런다고 선장의 태도를 설명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한데  하필 '구원파'라니 사건이 너무 공교롭다.

배가 침몰할 위기에 처하면 그 어떤 사람이 선장을 맡았더라도 승객을 구하기 위해 애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건 선장이 아니라 배를 처음 타는 사람이라도 그 정도는 상식이고 인간의 기본적인 심성이겠다. 헌데 <세월호> 선장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승객들을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선내에서 기다려라 해놓고 구조선이 도착하자 승무원들과 함께 맨 먼저 탈출해버렸다.

왜 그랬을까? 실수였을까? 실수라고 하기엔 뭔가 석연찮다. 승무원들을 조타실에 다 모아 놓고 그런 실수를 할 리가 없다. 아무리 절체절명의 순간이라도 정상인이라면 승객 구명에 최선을 다하다 함께 숨진 사무장이나 여승무원처럼 마땅히 ‘구명매뉴얼’이 돌아가야 하는데, 그의 뇌는 엉뚱하게 ‘구원매뉴얼’을 돌렸나 보다. 하여 형제들을 모아놓고 구원을 기도하다가 무사히 탈출한 것이 아닐까.

자신의 실수나 승객 구명을 도외시 한 범죄행위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도 않고 변명을 하고 있는 선장의 태도에서 보통인의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 불가능한 파렴치한 이기심 이상의 그 무엇, 광신도적 강박증 같은 것이 느껴진다.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그 상황에서 결코 자신들만 유유히 빠져나올 수가 없다.

아무렴 <세월호> 침몰은 ‘사고’지만 선장과 승무원들이 승객을 방치한 것은 ‘사건’이다. 학생들의 죽음은 사고사가 아니라 그 이상한 '구원매뉴얼'에 희생당한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물론 그게 아니라고 승무원들끼리 입 맞추고 우기면 그만이지만 그렇지 않고서야 어느 누구도 이 괴이하기 짝이 없는 사고 아닌 사건을 설명할 길이 없다.

이런 사태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국가적 차원의 구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선박은 물론 모든 분야에 기본적인 매뉴얼을 구축하여 재난사고에 대비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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