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선진화법, 한 달 전과 극과 극…野 "개정" vs 與 "아직"
더민주 "예산안 자동부의 개정", 새누리 "시간 필요"

조경렬 기자

19대 국회 마지막 임시국회를 위한 여야 대표 회동

20대 국회가 4.13 총선으로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으로 개편되자 19대 국회에서 쟁점이 됐던 국회선진화법을 둘러싼 여야 간 입장과 지위가 극과 극으로 갈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입장을 공세로 바꿨고 새누리당은 수세에 몰리는 형국이다.

즉 막바지 19대 국회인 지난 해 노동개혁법과 테러방지법 등을 놓고 여야가 힘겨루기를 이어가며 사상 초유의 필리버스터(filibuster)를 행사하며 국회 본회의 상정을 막았던 야당이 이제는 다수당이 되자 개정을 요구하고, 새누리당은 20대 국회 소수당이 되자 법 개정은 시간을 두고 보자는 입장이다.

당초 새누리당은 총선 전까지만 해도 국회선진화법에 대해 권한쟁의 심판까지 제기하며 개정에 강 드라이브로 국회 운영위를 단독으로 열고 국회선진화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자동 부의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꼼수'까지 동원했다.

반면,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국회선진화법 개정을 적극 반대했다. 국회선진화법은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대표 시절 직접 추진한 법안인 만큼 개정의 설득력이 떨어지고 국회를 다시 싸움터로 바꾸자는 의도 밖에 안 된다는 이유에서 였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20대 총선 결과 과반은커녕 122석으로 원내 2당으로 전락하자 공수가 뒤바뀌고 있다. 각각 123석과 38석을 차지한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먼저 개정 카드를 꺼내들었다.

뉴스1 보도에 따르면 가장 적극적인 쪽은 국민의당이다. 20대 국회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자신들을 부각해야 하는 국민의당의 입장에서는 국회선진화법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원내 1, 2당 누구도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는 만큼 쟁점 법안 의결 요건 60%를 50%로 낮출 경우 가장 실리를 챙기는 정당은 국민의당이 될 수 있다.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20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 "양당제에서는 국회선진화법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다"며 "그러나 다당제에서는 국회선진화법은 불필요 하다"고 잘라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에서 헌법재판소에 위헌 소송도 제기했고 국회의장의 중재안도 나와 있다"면서 "최근 3당 원내대표가 모였을 때 의장이 중재안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검토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기 때문에 마지막 임시국회에서 논의를 해 볼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더민주도 개정에 적극적이다. 다만 포커스가 조금 다르다. 더민주는 일단 국회선진화법에 포함된 예산안 자동 부의 규정은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더민주 지도부는 "예산안과 예산 부수법안이 회계연도 개시 1개월 전에 자동 상정 되도록 돼 있어 세법에 대한 국회 통제권이 완전히 상실될 우려가 있다"며 "가장 심각한 문제가 국회 예산심사권으로 조세법률주의에 대한 심각한 침해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떨떠름한 입장이다. 당 지도부 공백사태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현재로서는 국회선진화법 개정에 대한 공식 입장을 정할 수도 없는 상태다. 국회선진화법 개정에 나섰던 대다수 의원들은 새 원내대표가 결정할 사안이라며 한 발 빼는 모습이다.

이런 사태를 지켜보는 유권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정치권이 여전히 선거가 끝나자 아전인수(我田引水)의 제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자당과 자파에 유리하게 판단하면서 정작 국민들의 입장은 안중에도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