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폐기물 소각업체 '갑질?'…"수거비 인상․이관 거부"
대한의원협회, 불공정거래행위 의혹으로 공정위 제소

양병수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전국의 의료폐기물 수집운반업체와 소각업체를 대상으로 불공정거래행위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대한의원협회(회장 윤용선)는 지난 2일 전국의 의료폐기물 수집운반업체와 소각업체들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협회에 따르면 최근 여러 수집운반업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수거비를 일방적으로 인상시켰으며 다른 업체로의 이관 신청도 거부하고 있어 전국 병의원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다.

윤용선 회장은 "의원급 의료기관들은 의료폐기물 처리업체들의 과도한 위약금 약정과 청구, 일방적인 용역비 인상 등 불공정 행위로 오랫동안 고통을 호소해 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02년과 2009년에도 일부 소각업체들이 담합, 시장할당 등의 불공정행위로 과징금 부과와 검찰고발을 당한 바 있다. 이에 의원협회는 업체들의 횡포로부터 의료기관의 이익을 보호하고자 지난 2012년부터 수집운반업체 중 비교적 비용이 저렴하고 믿을 수 있는 업체를 선정해 협약을 맺고 거래해왔다.

하지만 협회 회원이 아닌 의사들이 개별적으로 업체들과 거래하는 과정에서 업체들이 수거 비용을 70~300% 인상했고 이에 의사들이 민원을 제기했다.

뿐만 아니라 일부 병의원이 협회 추천 업체로 옮기려고 하자 소각업체가 수거업체로 하여금 병의원의 신규신청은 받되 다른 수집운반업체를 이용하던 병의원의 이관 신청은 거부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3일 대한의원협회 관계자는 "전국 병의원에서 이러한 민원제기가 지속되면서 공정위에 전국 의료폐기물 수집운반업체와 소각업체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조사를 요청하게 됐다"며 "일방적 수거비 인상과 이관 신청 거부가 소각업체들의 행위인지 수반업체들이 가담한 공동행위인지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국의 의료폐기물 수집운반업체 수는 총 158개소이며, 소각업체는 15개소다. 의료폐기물 처리 관련 계약의 당사자는 병의원, 수집운반업체, 소각업체 3자인데 수집운반업체는 소각업체를 대리해 병의원과 계약을 체결한다.

즉 수집운반업체가 소각업체의 사용인감을 대신 날인하기 때문에 소각업체가 계약을 거부할 경우 수집운반업체도 자동으로 계약을 하지 못하게 된다. 협회 측에서는 소각업체가 이러한 시장 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이관 신청을 불가능하게 하고 소각비를 인상시켜 병의원에게 업체 선정이나 가격에 대한 선택권을 박탈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대한의원협회 관계자는 "이관 신청 거부에 대해 소각 업체측과 직접 문의한 결과 소각 물량이 모두 차서 이관 신청을 받을 수 없다고 했다"며 "물량이 다 찼다면서 신규 신청은 받고 이관 신청만 받지 않는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동길 법제이사는 "현재 다수의 수거운반업체가 동시다발적으로 수거비를 인상하겠다고 하는 정황상 업체들의 가격 담합이 의심되고 이관 신청을 거부하는 상황은 시장할당 행위가 의심된다"며 "이것이 사실인 경우 수집운반업체들은 부당한 공동행위로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의료폐기물 수거업체 관계자는 "수거비는 회사 내 자재값 인상이나 폐기물 양 증가로 인해 수시로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조건적으로 이관 신청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이 너무 멀거나 폐기물 양이 적정량을 초과할 경우에는 신청을 받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오히려 병원 측에서 무리한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여러 업체들을 대상으로 가격 비교를 하는 탓에 거래에 어려움이 많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