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의 내막
영유아 36명 포함한 239명 사망으로 조사돼

조준기 기자

가습기 살균제 피해 가족 대표가 영국 현지 본사를 항의방문했다(사진=YTN 뉴스화면)

가습기 사망사건이 한국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고 있다. 제품 생산의 본사가 있는 영국 런던에서도 국제 환경단체들의 도움으로 이사회에 항의와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왜 5년이 된 지금에 와서 이렇게 문제화 되는 것일까? 기업의 사회적 책임 회피와 우리 사회의 무딘 정서적 감각이 이런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이다.

문제의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은 국내 일반 가정에서 가습기를 쓰면서 가습기 살균제를 분무 액에 첨가해 사용한 사람들이 사망하거나 폐질환에 걸린 사건이다. 2016년 5월 기준 집계에 의하면 영유아 36명을 포함한 239명이 사망했다. 2011년 당초 원인불명 폐질환으로 알려져 임산부나 영아의 폐에 문제가 생겨 폐를 이식받는 경우가 나타났다. 역학 조사결과 가습기 살균제에 의한 것으로 밝혀져 2011년 11월 11일 가습기 살균제 6종이 회수되는 사건으로 비화됐다.

문제의 가습기 살균제의 제조는 1991년 동양화학그룹(현 OCI)의 계열사로 설립된 '옥시'를 2001년 4월 영국계 다국적 기업인 '레킷벤키저'가 매입하여 국내 생산으로 유통했다.

가습기 살균제의 살균제 성분은 주로 폴리헥사메틸렌 구아니딘(PHMG)과 염화 올리고 혹은 에톡시에틸 구아니딘(PGH)이고, 클로로메칠 이소티아졸리논(CMIT)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 물질은 피부독성이 다른 살균제에 비해 5~10분의 1 정도에 불과해서 가습기 살균제 뿐 아니라, 샴푸, 물티슈 등 여러 가지 제품에 이용된다. 하지만 이들 성분이 호흡기로 흡입될 때 발생하는 독성에 대해서는 연구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자가 발생할 때까지 아무런 제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특히, 가습기 살균제는 공산품으로 분류되었기 때문에 식품위생법이나 약사법이 아닌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에 따른 일반적인 안전 기준만이 적용되어 피해를 예방하지 못했다.

인체에 유해한 가습기 살균제에는 PHMG계열에 옥시싹싹(옥시레킷벤키저), 와이즐렉(롯데마트), 홈플러스(홈플러스)가 있고, PGH계열에는 세퓨(버터플라이이펙트) 그리고 CMIT계열에는 애경가습기메이트(애경), 이플러스(이마트) 등이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경과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처음 발생한 것은 2011년 4월 원인 모를 급성 호흡부전 임산부 환자가 잇따라 병원에 입원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5월 10일 입원 환자중 34세 임산부가 처음 사망했다. 그리고 6월 여성 3명이 또 사망했다.

이에 따라 8월 31일 질병관리본부가 가습기 살균제를 폐질환 원인으로 추정하고 역학조사를 시작했다. 9월 30일 한국소비자원이 가습기 살균제 사용 자제를 권고하고 나선다. 11월 11일 질병관리본부가 가습기 살균제 수거 명령을 내린다.

다음 해인 2012년 1월 17일 피해자 4명이 가습기살균제업체와 국가상대 손해배상소송제기을 제기한다. 같은 해 2월 3일 질병관리본부, 가습기살균제를 폐 손상 원인으로 최종 발표한다. 그리고 7월 23일 공정거래위원회가 가습기 살균제 판매업체 4곳을 검찰에 고발하고, 과징금을 부과한다.

이 당시 질병관리본부 수거 명령된 가습기 살균제 제품은 △옥시싹싹 가습기 당번 '액체'(한빛화학) △세퓨 가습기 살균제(㈜버터플라이이펙트)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롯데마트 PB상품:용마산업사) △홈플러스 가습기청정제(홈플러스 PB상품:용마산업사) △가습기 클린업(코스트코 PB상품:글로엔엠) 등 이다.

한편 '옥시싹삭'을 제조한 옥시레킷벤키저는 대형 로펌 '김앤장'을 통해 정부가 실시한 동물실험 및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타당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사건 당시 법률에 따르면 자사의 행위에 위법성이 없다는 주장을 했다. 이런 사태에 우리 시회는 큰 관심을 갖지 않았고, 언론도 주목하지 않았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2016년 4월 28일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국내 가습기 제조업체 세퓨의 대표 오 모 씨를 소환조사 했다. 지난 2009년 세퓨는 자사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하면서 제품 하단에 '인체에 무해하며, 흡입 시에도 안전'이라고 표기해 판매했다. 그러나 살균제의 주원료로 사용된 PGH(살균제 용도의 화학물질)는 폐손상을 일으키는 독성을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 결과 밝혀졌다.

그리고 옥시가 유해성 실험보고서를 조작하고 대학 교수들에게 뒷돈을 줬다는 의혹이 발생하자 서울대학교와 호서대학교를 압수수색 했고, 그 중 서울대의 조 모교수가 뇌물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5일 현재 검찰은 이 사건에 대하여 전반적으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한편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족인 김덕종 씨와 환경보건시민연대 최예종 소장이 5월 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옥시 영국 본사 레킷벤키저(RB) 주주총회에 항의 서한을 전달하고 사죄와 배상을 요구했다.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5일(현지시간) "레킷벤키저의 최고경영자가 살균제 문제에 대해 한국에 사과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