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프를 쓴 엔자(천경자 작, 사진=서울시립미술관)

자유로운 여자 천경자의 아프리카 색채
영원한 나르시시스트, 천경자展

조경렬 기자

"내 그림들이 흩어지지 않고 시민들에게 영원히 남겨지길 바란다."

1998년, 한국 화단의 대표적인 화가 천경자(千鏡子: 1924~2015) 화백은 시민과 후학들이 자신의 작품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194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60여년에 걸쳐 제작한 작품 93점을 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했다. 그의 작품이 십수 억원을 호가하는 것에 비추어 가히 천문학적 가치를 서울시민과 국민에 선물을 안긴 것이다.

한국화의 채색화 분야에서 독자적인 화풍을 이루어 온 작가의 독특한 작품세계와 그 기증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한 천경자 상설전시는 '영원한 나르시시스트, 천경자'라는 새로운 테마로 최근 몇 년간의 미공개작을 중심으로 한 30여점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꽃무리 속의 여인(천경자 작)

여인들(천경자 작)

'영원한 나르시시스트, 천경자', 그는 꿈과 사랑, 환상에서 비롯된 정한(情恨)어린 스스로의 모습을 끊임없이 작품에 투영하는 작품 세계를 펼치고 있다. "그것이 사람의 모습이거나 동식물로 표현되거나 상관없이, 그림은 나의 분신"이라고 말하는 천경자 화백의 작품 세계는 마치 자신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다.

전시는 이처럼 자전적(自傳的)인 성격을 가지는 작가의 작품 전반에 대한 자기고백적 측면에서 접근하여, '내 슬픈 전설의 이야기', '환상의 드라마', '드로잉', '자유로운 여자'라는 네 개의 섹션으로 구성하어 전시되고 있다.

새로운 주제로 구성된 이번 전시를 통해 고 천경자 화백의 작품 기증이 지닌 참뜻이 무엇인가를 생각케 한다. 전시 관계자는 "지속적 연구를 통해 다각도로 재조명 될 천경자 상설전시에 대한 관람객 여러분의 변함없는 관심과 사랑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의 서소문 본관의 상설전시로 입장은 무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