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개원…박 대통령, 국회와 '협치' 중요성 강조
정세균 의장, 개헌론 공식 공론화로 새 쟁점 부각

조경렬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오전 국회 본회장에서 제20대 국회 개원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청와대 공공누리)

드디어 20대 국회가 개원국회를 열고 공식 출발을 알렸다. 여소야대(與小野大)의 20대 국회가 본격 막을 올린 13일 오전 개원식에서 야(野) 3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개원국회 연설을 위해 입장에 기립해 맞이했다. 박 대통령은 국회와의 협력을 강조하는 국회와의 '협치'를 강조하는 내용의 연설을 했다.

이날 오전 10시 시작된 20대 국회 개원식은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국회는 이날 국회의원 300명 전원의 개원 선서와 정세균 국회의장의 개원사, 박근혜 대통령의 개원 연설로 첫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개원연설에서 "앞으로 3당 대표와의 회담을 정례화 하고 국정 운영 동반자로서 국회를 존중하며 국민과 함께 선진 대한민국으로 가는 길을 마련하겠다"며 "국민을 위한 일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고, 20대 국회는 상생과 화합의 전당으로 오로지 국민 입장에서 서서 나서 줄 것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오전 국회 본회장에서 열린 제20대 국회 개원 연설을 마친 뒤 퇴장하고 있다(사진=청와대)

박 대통령은 또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 국민이 20대 국회에 바라는 것은 화합과 '협치'였다"면서 "국민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저는 안타깝고 송구한 마음이 든다. 정쟁을 거둘 수 있는 정치문화의 변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조선·해운업 구조조정과 관련해서 "우리 조선 산업의 역량과 기술력이 위축되지 않게 선제적으로 원칙에 입각한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며 "기업과 채권단은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주목할 발언은 "청년은 일자리 때문에 힘들어하고 부모세대들은 은퇴 후 노후 때문에 불안해한다. 중소 자영업자들은 장사가 안 돼 애타고 있다"며 "국민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저는 안타깝고 송구한 마음이 든다"고 강조했다. 지난 임기 동안 경제 실정을 스스로 인정하는 발언으로 국민 앞에 사과의 뜻을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오전 국회를 방문, 정세균 국회의장 등 여야 대표 등과 대화하고 있다(사진=청와대 공공누리)

정세균 의장은 앞선 개원사에서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정치가 국민을 걱정하기에 앞서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는 상황이다"라며 "다원성을 존중하되 국민통합을 이끌어 내는 것이 정치의 역할인데, 그동안 우리 국회는 갈등을 통합하기보다 방조하거나 심지어 부추겨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 의장은 "남북대결, 좌우갈등, 동서갈등, 빈부격차를 부추겨 왔다. 이래서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며 "20대 국회는 여기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해야 한다. 갈등과 차별, 분열, 불공정의 고리를 끊고 국민통합의 용광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세균 의장은 20대 국회에서 개헌론을 공식 제기해 눈길을 끌었다. 정 의장은 "개헌은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라고 전제 한 뒤 "개헌은 결코 가볍게 꺼낼 사안은 아니다. 그러나 언제까지 외면하고 있을 문제도 아니다. 개헌의 기준과 주체는 권력이 아니라 국민이며, 목표는 국민통합과 더 큰 대한민국"이라고 힘주어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국회의장으로서 20대 국회가 변화된 시대, 새로운 시대정신을 담아내는 헌정사의 주역이 되도록 주춧돌을 놓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의장이 20대 국회를 여는 개원사에서 개헌론을 화두에 올림으로써 앞으로 박 대통령의 임기 후반으로 가면서 개헌에 대한 목소리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