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박영선 원내대표를 비롯한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가 7월 30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상임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있다. 사진=새정치민주연합

7·30 재보선…與 대승, 野 참패로 끝나
'선거참패' 책임, 김한길·안철수 오늘 동반퇴진

사상 최대의 7·30 재·보궐선거를 치른 정치권은 선거 후폭풍이 매섭게 몰아칠 전망이다. 특히 완승을 거둔 새누리당에 비하여 유리한 여건 속에서도 참패를 당한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우 수누뇌부의 책임론을 떠나 당의 체질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요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김한길·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7월 31일 7·30 재·보선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전격 사퇴할 것으로 예상돼 당은 사실상 비상대책위를 구성해 '비상체제'로 전환이 불가피해 보인다.

김·안 공동대표는 이날 오전 비공개 긴급회동을 갖는데 이어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거취 문제를 논의한 뒤, 사퇴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지도부 총사퇴로 번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새정치연합 유기홍 수석대변인은 30일 총 15곳 지역구 중 11곳에서 패한 선거 결과와 관련해, 국회 브리핑에서 "저희가 여러 가지 부족함을 보여 정부·여당을 견제하고자 하는 국민의 뜻을 받아 안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두 대표의 퇴진이 현실화된다면 김·안 대표 체제는 내년 3월로 예정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창당 4개월여 만에 당권을 내려놓게 된다. 따라서 내년 3월로 예정됐던 전당대회도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다.

만약 지도부 총사퇴로 이어질 경우 당헌에 따라 박영선 원내대표가 대표 직무대행을 맡게 된다. 이럴 경우 박 원내대표는 대표직무대행을 수행하면서 선거 참패 후 당을 추스르고 재건 작업을 지휘하는 초유의 비상체제 가능성이 높다.

두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비판은 선거일 저녁 개표가 진행되면서 극에 달했다. 두 대표는 아침 회의 이후 하루 종일 두문불출했고, 개표상황실엔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개표 초반부터 새정치연합 후보들의 패색이 짙어지자 국회 대표실에 마련된 상황실에서 개표 상황을 지켜보던 당직자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

당초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현상유지선인 5석에 더해 1~2석을 더 얻길 기대했지만, 이마저도 못 미치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 들자 충격에 휩싸였다. 특히 야당의 안방인 전남 순천곡성까지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에게 넘겨준 것은 야권 지지층에서조차 두 대표에 대해 불신임 평가를 내렸다는 점에서 현 지도부 체제를 불신임했다는 평가다.

그동안 불만은 많았지만 말을 아꼈던 친노계나 486그룹 등의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질 전망이다. 당내에선 일찍부터 "이번 선거 패배는 김한길 안철수 대표의 원칙도, 전략도 없는 공천 탓"이라는 원성의 목소리가 자자했다. 당장 박근혜 대통령의 잇단 인사 실패와 유병언 사건으로 정부 무능론이 재점화 되는 등 야권에 유리한 국면이었는데도 두 대표가 주도한 서울 동작을과 광주 광산을 전략공천 파동이 불거지면서 호재를 다 말아 먹었기 때문이다.

당장 당내 다수의 반발을 무릅쓰고 전략공천 한 광주 광산을 권은희 후보의 경우 남편의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도덕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수도권 선거까지 악재를 미쳤다는 분석이다. 기동민 후보를 전략공천한 서울 동작을의 경우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 두 대표가 "당 대 당 연대는 없다"고 선을 그으며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다 결국에는 제1야당이 후보를 양보하는 굴욕을 맞기도 했다.

당내 기류를 무시한 채 두 대표가 독단으로 결정한 승부수가 모두 발목을 잡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특히 전남 순천곡성의 경우 두 대표가 선거운동기간 이례적으로 두 차례나 찾아 지원유세를 펼쳤지만 이정현 후보의 기세를 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야권에선 두 대표가 퇴진하면 이를 계기로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 승리를 위해서라도 근본적으로 야권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을 전망이다. 지난 총선과 대선, 지방선거에 이어 이번 재보선까지 연거푸 패배를 하면서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김무성 대표최고위원과 당 지도부는 재보궐 선거 날인 7월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중진연석회의를 열고 있다. 사진=새누리당

김무성 "새누리당 대승은 자력 아니다" 각성 촉구

한편 재보선 사실상 완승을 거둔 새누리당은 느긋한 표정이다. 하지만 김무성 대표는 7월 31일 예상 밖의 압승을 거둔 7·30 재·보궐선거 결과와 관련해 "우리 새누리당은 이번 대승이 자력으로 이룬 게 아니란 것을 잘 깨달아야 한다"고 자성과 함께 표정관리 모드가 역력했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정부·여당이 잘했다고 표를 준 게 아니라 지금까지 잘못한 것을 거울삼아 지금부터 잘하라고 표를 준 것"이라며 분발을 주문했다.

또 "국민이 새누리당 손을 들어준 것은 국가 혁신과 경제 활성화가 절실했기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의 이런 간절한 바람을 우리 새누리당은 절대 잊지 않겠다"는 말로 자세를 더욱 낮췄다. 그리고 그는 "선거 승리에 연연하지 않고 혁신에 매진하고 무엇보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는 당내 혁신부터 하겠다"고 강조했다. 당 개혁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김 대표는 또 이정현 의원이 영남권 기반 보수정당 후보로 26년 만에 처음 광주·전남 지역에서 당선된 데 대해 "한국 정치사의 큰 획을 긋는 일"이라며 "호남민들이 마음의 문을 열어준 데 대해 정말 가슴 깊이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아울러 "이정현 의원의 승리를 계기로 호남인들에게 더욱 열린 마음과 자세로 다가가겠다"면서 "앞으로 지역 갈등을 조장하거나 편 가르기 하는 정치를 단호히 배격하고 박근혜대통령이 주창하는 국민 대통합을 이루고자 총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