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광객 1천4백만 시대를 뛰어 넘어라
전경련, '외국인 관광객 3천만 시대를 위한 제언' 눈길

양병수 기자

대만인 A씨는 3박 4일간의 한국 여행 중 황당한 일을 겪었다. 일출을 보기 위해 서울에서 동해로 가는 고속버스를 예매하려 했지만, 고속버스 중국어 페이지 어디를 봐도 버스 운행정보만을 제공할 뿐 정작 있어야 할 예매 버튼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어를 읽을 수 없었던 A씨는 결국 한국 친구에게 버스 티켓 예매를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

인구 7억 명 대 15억 명. 우리나라와 인구가 비슷한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관광선진국은 약 7억 명의 유럽 인구를 중심으로 관광객을 성공적으로 유치하여 내수시장 이용인구 1억 명(자국인구+외국인관광객)을 확보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중국·일본 등 주변국 인구가 15억 명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외국 관광객 유치가 프랑스 대비 1/6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또 지난해 기준 중국의 해외 관광객 1억 2천명 중 5%인 598만 명만이 한국을 방문하는 실정이다.

2015년 기준 유럽의 대표적인 관광국가 프랑스는 자국민 대비 관광인구가 1억 5천만명(인구 6,600만명, 외국인관광객 8,400만명), 스페인은 1억 1,600만명(4,800+6,800), 이탈리아는 1억 1,100만명(6,100+5,000)으로 인구보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거나 비슷함을 알 수 있다. 여기에 비해 우리나라는 관광시장 인구 6,300만명으로 인구 4,900만명에 외국인관광객 1,400만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런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현실을 인식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내수활성화를 위해서는 관광산업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하고, 관광산업의 기초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주요 정책과제를 정부에 제안해 눈길을 끌고 있다.

전국 고속버스의 외국인 온라인 예약서비스 시스템 구축

연간 3,500만 명이 이용하는 고속버스는 국내 관광을 위한 대표적 교통시설이다. 그러나 정작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이 이용하기는 쉽지 않다. 외국어 예매 시스템이 구축돼있지 않기 때문이다. 고속버스 온라인 사이트에서는 영문·중문으로 운행정보만 조회가 가능하고, 예매를 위해서는 다시 한국어 페이지에서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어를 모르는 외국인들은 지인에게 부탁하거나, 버스터미널로 가서 직접 예매해야 한다. 영어, 중국어, 한국어 총 3개 국어로 예약 가능한 고속버스 네트워크 사이트를 구축한 일본과는 대조적이다.

일본보다 뒤쳐진 크루즈·쇼핑·개별 관광

크루즈 관광의 경우 불편한 입국 제도로 일본에 비해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일본은 중국인 크루즈 관광객에 대해 무비자로 7일간 자유롭게 개인·단체 관광을 허용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지정된 중국 여행사가 모집한 관광객에 대해서 3일간 단체관광만이 가능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올해 도입된 외국인 상품 구매 시 부가세를 바로 환급해 주는 사후면세점은 즉시환급제도의 활용도 미흡하다. 현재 이 제도를 실시하는 업체 수는 전국 561개로, 3만 5천여 점포에 이르는 일본의 1.6% 수준에 그치고 있다. 1인당 쇼핑 면세 한도도 일본에 비해 낮아, 인당 50만 엔(약 554만원)까지 면세되는 일본과 달리 100만원까지만 가능한 상황이다.

새로운 관광 직업을 막는 제도가 발목을 잡기도 한다. 관광시장 성숙에 따라 맞춤형 개별 관광이 증가하는 추세이지만, 1인 관광 가이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1인 관광통역사 업종이 따로 등록되어 있지 않아 자본금 2억 원 이상, 사무실 구비 등의 일반여행업 기준에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일본은 국가자격증을 소지하지 않은 사람도 관광 안내가 가능하도록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만의 리그, 외국인은 모르는 연 700건의 지역축제

해외에 비해 국가대표 축제가 부족한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맥주 축제인 옥토버페스트의 경우 매년 600만 명 관광객이 방문하며, 경제적 효과는 1조 3천억 원에 이르는 독일 대표 축제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1년에 700여 건의 지역축제가 난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에 인기 있는 축제는 많지 않다. 1,400만 외국인 관광객 중 문화관광축제로 방문한 비중은 2014년 기준 고작 4%인 55만 명에 그친다.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보령 머드축제조차 옥토버페스트에 비하면 외국인 방문객 수는 1/3, 경제적 효과는 1/20 수준이다.

이처럼 관광산업의 증진으로 3,000만 외국인 관광객 시대를 위해서는 기본적인 관광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라는 게 전경련의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