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과 카카오가 만나 통합되면서 IT업계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다음카카오, IT업계 별로 떠오르다”
다음과 카카오 합병으로 IT업계 재편 예고

글 조준기 기자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카카오의 통합법인인 ‘다음카카오’가 오는 10월 1일 출범한다. 다음은 카카오를 흡수 합병한다고 5월 26일 공시했다. 다음 측은 “이번 합병은 핵심사업 강화 및 시너지 효과 창출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양사의 합병 발표에 대해 ‘시너지 효과’ 기대 등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다음의 인터넷 포털 영향력 상승 기대와 카카오의 모바일 서비스의 강화 등이 맞물려 상당히 긍정적인 시너지가 기대되며, 다음의 인터넷 포털 시장에서의 성장 둔화와 모바일 시장을 상당히 장악한 카카오가 전반적인 인터넷 서비스 시장으로 활로를 넓히고 싶은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고 배경을 분석했다.

코스닥시장의 시가총액 상위그룹의 지각변동도 예상된다. 합병은 기준주가에 따라 산출된 약 1(다음)대1.556(카카오)의 비율로 피합병법인인 카카오의 주식을 합병법인인 다음커뮤니케이션의 발행 신주와 교환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다음의 시가총액은 1조591억 원, 카카오 2조3500억 원(장외 9만원 기준)으로 양사 합병이 이뤄지면 시가총액 3조원 4,000억 원의 거대 기업이 탄생하는 것으로, 이는 제약업계의 황제주 셀트리온(시가총액 5조 690억 원)에 이은 코스닥시장 2위 규모에 해당한다.

이는 현재 카카오가 장외시장에서 11만 원선에 거래되고 있음을 감안한 가치가 약 3조 원가량이며, 다음의 시총 규모는 1조 원가량으로 이를 합산할 시 4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돼 현재 코스닥 시총 1위인 셀트리온의 약 5조원 규모 다음으로 큰 규모가 된다. 단, 지분구조를 고려할 때 합병으로 인한 최대주주 변동과 같은 민감한 사항도 관심대상이다. 일단 합병 이후의 최대주주는 현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이름을 올리게 된다.

이날 현재 합병회사 다음의 최대주주는 13.67%의 이재웅 전 대표(창업자)이며, 피합병회사 카카오의 최대주주는 29.24%의 김범수 이사회 의장이다. 이날 (주)다음커뮤니케이션은 공시를 통해 “합병이 완료되면 다음의 최대주주는 이재웅에서 김범수로 변동되고 그의 지분율은 22.23%가 된다”고 밝혔다. 통합법인의 대표이사는 다음과 카카오 양사에서 한명씩 선임한 대표, 즉 2명이서 공동대표를 수행하게 된다.

서울대 동기’ 이해진-김범수, 네이버-다음카카오로 재대결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다시 정면으로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다음과 카카오가 합병하면서 정보기술(IT)업계에서는 두 라이벌의 승부에 벌써부터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합병은 카카오의 우회 상장을 위해 형식적으로는 다음이 카카오를 합병하는 형태이지만,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통합법인인 다음카카오의 최대주주가 되는 등 사실상 카카오가 다음을 인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에 따라 국내 1위 포털인 네이버의 이해진 의장이 국내 2위 포털인 다음을 기반으로 한 신생법인 ‘다음카카오’의 김범수 의장과 정면으로 대결을 펼치게 됐다. 이해진 의장과 김범수 의장은 둘 다 서울대 86학번 동기 출신이다. 이 의장은 컴퓨터공학을, 김 의장은 산업공학을 전공했으며 1990년 졸업 후 각각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와 서울대에서 석사 과정을 거친다.

두 사람은 1992년 나란히 삼성SDS에 입사하면서 본격적인 인연을 맺게 된다. 둘 중 먼저 창업 전선에 나선 것은 김범수 의장이었다. 김범수 의장은 1998년 삼성SDS에서 나와 게임업체 한게임을 창업했고, 이해진 의장은 이듬해 포털 네이버를 설립했다. 그러나 2000년 네이버와 한게임이 합병하면서 한동안 다시 한배를 타게 된다. 김범수 의장은 2007년 NHN 대표에서 물러나 사업을 구상하다 2010년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출시하고 이른바 대박을 치게 된다.

PC 인터넷에 안주했던 네이버도 뒤늦게 모바일의 중요성을 깨닫고 라인을 출시하는 등 맞섰으나 카카오톡이 이미 시장을 선점하고 있던 터라 국내 시장에서는 카카오에 밀렸다. ‘어제의 동지’가 적이 돼 만난 첫 맞대결에서 김범수 의장이 이해진 의장에게 판정승을 거둔 셈이다.

그러나 결국 김범수 의장의 카카오톡은 해외 시장에 빠르게 눈을 돌리지 못한 데다 자금 여력도 여의치 않아 해외 시장 진출에는 다소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 사이 이해진 의장의 라인은 풍부한 자금력과 해외 사업망을 이용해 해외 시장 개척에 성공하면서 전세가 역전됐다.

김범수 의장이 이번에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을 결정한 것도 카카오톡의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IT업계에서는 나오고 있다. 우회 상장을 통해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자금과 인지도를 얻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사실상 카카오톡으로 해외 시장에서 라인과 격돌을 벌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시장에서도 2위 포털 다음의 체질을 개선해 네이버와 정면 승부를 벌이고, 카카오가 다소 어려움을 겪은 모바일 콘텐츠 시장에서도 다음 웹툰 등을 활용해 시장 판도를 바꾸려고 시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동지에서 숙명의 라이벌로 바뀐 두 사람의 2차 라이벌 대결은 벌써부터 흥미와 기대를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