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빌리 브란트 총리가 폴란드 홀로코스트 위령탑 앞에 독일이 2차대전에서 유대인 등 학살에 사죄하며 무릎을 꿇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사죄는 커녕 거의 매일 망언과 독설을 일삼고 있다.

국제이슈_아베 신조 극우화

우경화로 치닫는 일본 아베 총리의 고립외교
"일본군'위인부' 강제 동원 증거 없어 책임 없다"

조경렬 기자

일본 아베 신조 총리

광복 69주년을 맞은 지난 8월 15일 일본은 패전 69주년이었다. 일본 아베 총리는 패전일인 이날 내각 각료 2명을 보내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케 했다.

아베 총리는 직접 참배하는 대신 공물을 보냈다. 일본 신토 요시타카(新藤義孝) 총무성과 후루야 게이지(古屋圭司) 국가공안위원장 겸 납치문제담당상은 지난해에 이어 이날 종전기념일을 맞아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참배한 것이다.

지지통신 보도에 따르면, 후루야 국가공안위원장은 참배가 끝난 후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을 애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신사 참배는 개인 자격이 아니라 국무대신으로서 참배한 것"이라고 밝혔다. 신토 총무상도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고귀한 영령에 존숭의 뜻을 담아 참배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해마다 단골 메뉴 자민당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정조회장도 '모두 다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의원들과 함께 집단 참배했다. 2013년 12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던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는 이번에는 직접 야스쿠니를 찾지 않고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자민당 총재 특별보좌관을 통해 ‘자민당 총재’ 명의로 공물을 납부했다.

이것은 아베 내각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아베 총리가 공물을 보냈다는 것은 자신은 차마 국내외 이목 때문에 참배하지 못하지만 마음은 간 것이나 진배없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유은혜 원내대변인,홍익표 의원을 비롯한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가 13일 종로구 중학동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2차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세계연대집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새정치연합

"강제 동원 증거 없다"…조선인의 자발적인 참여다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입장 표명 과정을 알기 위해서는 '고노담화'를 보면 한 눈에 알 수 있다. 1993년 8월4일 고노 요헤이 당시 관방장관이 발표한 이 담화는 한동안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이었다.

그러나 최근 아베 정부의 검증 논란은 한국은 물론 국제사회에서 '고노담화 수정하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아베 총리는 우경화를 강화하여 정권을 연장하려는 의도에서 '강제 연행 증거' 운운하며 고노담화 발표 이전으로 되돌아가 문제의 본질을 오도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그럼 노고담화의 내용에는 어떤 것들이 담겨져 있었는가. 가장 핵심적인 이슈는 '강제성이 있었느냐 자발적 이었는냐'가 포인트이다. 고노 담화의 세 번째 항에 "위안부의 모집에 관해서는 군의 요청을 받은 업자가 주로 이를 담당했는데, 이 경우에도 감언·강압 등에 의해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모집된 사례가 많았으며, 더욱이 관헌 등이 직접 이에 가담한 일도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위안소에서의 생활은 강제적인 상황 하에서 처참한 것이었다."라고 적고 있다. 또 여덟 번째 항에는 "우리는 역사 연구, 역사 교육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오랫동안 기억하면서 동일한 과오를 결코 반복하지 않는다는 굳은 결의를 다시금 표명한다."고 적고 있다.

아베의 끝없는 우경화 망언

이것은 일본군의 불법적인 강제동원을 인정하고 책임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했던 담화이다. 그리고 후세에 역사적인 사실 교육을 통하여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의나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이를 무시하고 "강제 동원 한 적이 없다. 역사 교과서에서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빼야 한다"는 등의 반인륜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어, 국제 사회의 질타와 비난을 받고 있음에도 멈추지 않고 있다.

고노 담화의 '관헌의 직접 개입'에 대해 아베 총리는 2007년 3월5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관헌이 집에 들이닥쳐 사람을 납치하듯이 연행했다는 강제성, 즉 협의의 강제성을 뒷받침할 증거는 없었다"고 말한 이후 지금껏 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이 불법 납치와 강제성에 대하여 전쟁이 끝난 후 위안부 강제동원 사실을 법원 판결에서 인정한 사례가 있다. 1944년 일본군이 인도네시아에서 네덜란드 여성 35명을 납치·감금해 위안부로 삼은 일명 '스마랑 사건'으로, 종전 후 열린 BC급 전범 군사재판에서 사형 1명을 포함해 일본군 장교 7명과 군속 4명이 유죄판결을 받았다.

1988년 위안부 피해자들이 제기한 소송의 1심 판결문에서 일본 야마구치 지방법원은 "식민지·점령지의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감언, 강압 등에 의해 개인의 의사해 반해 위안소에 연행되어…(중략)…군인과의 성교를 강요했던 것으로, 매우 반인도적이고 추악한 행위였다는 것은 명백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국제사회는 동원 당시의 '강제 연행' 문제뿐 아니라 위안소에서의 '강제 매춘'의 심각성을 아베 총리를 비롯한 일본 우익 세력들이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부 일본 우익은 위안소 제도를 공창제도라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일본군'위안부' 문제의 본질은 국가나 군이 여성을 전쟁의 도구로 사용하고, 인권을 유린했다는 점에 있다.

2차대전 A급 전범들이 합사되어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는 아베 신조와 그 일행.

日아베의 '성노예 위장전술'…'고노 담화는 계승하지만 강제동원 증거 없다'

일본 아베 신조(安倍晉三) 총리의 일본군'위안부' 문제 전략은 반복된 거짓말로 가장한 고도의 위장전술이다. 그가 총리 취임 이후 일본군'위안부'의 강제동원이 근거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고노(河野)' 담화를 계승한다는 아베 신조의 모순된 '이중 전술'로 자신을 포장하고 있다.

2006년 9월 처음 총리에 취임한 아베 신조의 궁극적인 목표는 일본의 재무장을 위한 헌법 개정이었고, 그 방편은 일본의 과거 역사 지우기였다. 한 가지 아킬레스 건은 일본군이 강제동원한 일본군'위안부' 문제였기 때문에 그는 2007년 초부터 미 연방 하원에서 추진된 「일본군'위안부' 결의안」이 눈엣가시였을 것이다.

고노 담화는 1993년 8월 일본 정부 대변인격인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당시 관방장관이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 동원을 처음으로 인정하고 사죄한 내용의 담화로 이후 일본의 총리들은 일관되게 고노 담화를 승계한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다.

아베는 그동안 일본군'위안부' 강제 동원을 부정하다가 불리한 입장이 되면 슬그머니 '고노 담화를 계승할 것'이라는 말로 한국과 미국의 반발을 피해가는 전략을 쓰고 있다. 이것이 군국주의로 회귀하려는 일본 아베 총리의 전략이고 정권 연장의 계략이라는 사실을 많은 전문가들의 일치된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