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르라미가 울면 가을 오는 입추(立秋)인데…폭염이 계속돼 
말복 앞두고 가을이 오는 문턱의 절기
'입추'에도 폭염 기승, 오늘 오후 곳곳 소나기

김승도 기자

입추인 7일 북한산 둘레길 우이령에서 바라 본 도봉산의 오봉 풍경(사진=헤럴드저널)

삼복염천(三伏炎天)이라 했던가. 8월 들어 날마다 폭염이 전국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가을은 멀어만 보인다. 하지만 계절은 늘 우리를 앞서간다. 여름은 끝으로 가고 가을의 냄새가 묻어난다. 밤낮으로 계속되는 폭염 속에서 우리는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쉽게 짐작하지 못한다. 그러나 가을은 어느새 슬그머니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우리 속담에 '어정 7월, 건들 8월'이란 말이 있다. 여름은 금새 지나간다는 의미일 게다. 그러나 무더운 여름이 어디 빠르다는 사람이 있는가. 아마도 방학 때 쉬는 직업이거나 학생들 빼고는 없을 듯 하다. 바로 어제 8월 7일이 입추다. 그러나 여전히 무더운 날씨가 그 꼬리를 보이주지 않고 있다.

아마도 입추가 지나고 있으니 이젠 여름도 어쩔 수 없이 가을의 문턱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는 일이다. 동양의 역에서는 입추부터 입동 전까지의 석 달을 가을로 본다.

옛 사람들은 "입추 15일간을 5일씩 3후(候)로 나눠서, 초후(初候)에는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고, 중후(中候)에는 이슬이 진하게 내리며, 말후(末候)에는 쓰르라미가 운다"고 표현했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에 접어들었다는 뜻으로, 화성은 서쪽으로 흘러 있고 미성(尾星)은 중천에 떠 있다.

몇 주째 폭염으로 모두 지쳤지만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간간히 불어오고 있다. 폭염은 절정이고 도저히 여름이 떠나지 않을 것처럼 보이지만 가을은 우리 그렇게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입추가 시작되면 서늘한 바람이 불고 이슬이 내리고 가을의 전령사 '쓰르라미'가 운다고 했다. 계절의 변화는 농촌과 산촌, 어촌에서 먼저 나타난다.

농촌에서는 옥수수와 깨를 수확하고 김장용 배추와 무를 심는다. 원래 이 무렵 태풍과 장마로 인한 재해 수습을 하기도 하지만 올해는 큰 비도 장마도 짧았다. 산촌에서는 산들바람이 조석으로 창을 넘어드는 것을 느끼고, 어촌에서는 입추 무렵부터, 전어구이 냄새에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전어 잡이가 시작된다.

연일 폭염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견디기 힘든 무더위가 전국을 가마솥으로 만들고 있다. 주말인 어제 경북 의성 지방의 수은주가 체온보다도 높은 36.7도까지 올랐다.

절기상 입추인 오늘은 서울이 34도까지 오르는 등 입추가 무색하게 덥겠다. 오후에는 곳곳에 소나기가 오겠지만 폭염을 식혀주지는 못할 전망이다. 또 오늘 밤사이에도 서울 등 대도시 지방에서는 열대야가 이어지겠다.

경기 동부와 영서, 충청과 남부 지방에서는 오후부터 밤사이에 소나기가 올 수 있겠다. 낮 기온은 광주가 35도까지 오르겠으니 폭염에 노약자들이나 어린이들은 바깥출입을 자제하는 게 좋겠다고 기상청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