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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학이 속살 드러내고 군무 펼치는 듯 온통 하얀 山단풍이 든 원대리 자작나무숲에서
조경렬 기자  |  herald@herald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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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22  22:5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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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학이 속살 드러내고 군무 펼치는 듯 온통 하얀 山
단풍이 든 원대리 자작나무숲에서

[헤럴드저널] 조경렬 기자= 백학이 하얀 속살을 드러낸 듯 백설같이 하얀 피부로 치장하고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자작나무들은 보이는 그대로 백학의 군무 같다. 추운 북쪽지방에서 더 잘 자라는 자작나무는 우리 문학의 소재로도 많아 쓰여 왔다.

   
강원도 인제읍 원대리 자작나무숲의 초입에 서 있는 자작나무(사진=헤럴드저널)

시인 백석이 1938년 함경남도 함주에서 쓴 〈백화白樺〉라는 시의 주제가 바로 자작나무다.

산골 집은 대들보도 기둥도 문살도 자작나무다
밤이면 캥캥 여우가 우는 山도 자작나무다
그 맛있는 메밀국수를 삶는 장작도 자작나무다
그리고 감로甘露같이 단샘이 솟는 박우물도 자작나무다
山너머는 평안도平安道 땅이 뵈인다는 이 山골은 온통 자작나무다

이렇게 북한의 산악지방에서 시작한 자작나무는 만주를 지나 시베리아 벌판으로 연결된다. 다시 유럽 북부까지 북반구의 추운 지방은 온통 그들의 차지다. 북한이 자작나무가 자라는 남방한계선이다. 남한에서는 자연 상태로 자라는 자작나무 숲이 없다.

따뜻한 남쪽나라를 마다하고 삭풍이 몰아치는 한대지방을 선택한 자작나무는 자기들만의 터를 잡는데 성공한 셈이다. 백석의 시에서처럼 추운 땅에서는 다른 나무들을 제치고 숲을 이루어 자기들 세상을 만든다.

한대지방을 배경으로 한 영화나 사진을 보면 눈밭 속에 처연하게 서 있는 하얀 나무들은 대부분 자작나무다. 박상진 교수는 그의 저서 〈우리의 나무 세계〉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원대리 자작나무숲

자작나무는 영하 20~30도의 혹한을 그리 두꺼워 보이지 않는 새하얀 껍질 하나로 버틴다. 종이처럼 얇은 껍질이 겹겹이 쌓여 있는데, 마치 하얀 가루가 묻어날 것만 같다.

보온을 위하여 껍질을 겹겹으로 만들고 풍부한 기름 성분까지 넣어 두었다. 살아 있는 나무의 근원인 부름켜가 얼지 않도록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대책을 세운 것이다. 나무에게는 생존의 설계일 뿐이지만 사람들에게는 껍질의 쓰임이 너무 많다.

두께 0.1~0.2밀리미터 남짓한 흰 껍질은 매끄럽고 잘 벗겨지므로 종이를 대신하여 불경을 새기거나 그림을 그리는 데 쓰였다. 경주 천마총에서 나온 천마도를 비롯하여 서조도(瑞鳥圖) 등은 자작나무 종류의 껍질에 그린 그림이다.

북부지방의 일반 백성들도 자작나무 껍질 없이는 살아갈 수가 없었다. 껍질은 기름기가 많아 잘 썩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불을 붙이면 잘 붙고 오래간다. 불쏘시개로 부엌 한구석을 차지했다.

탈 때 나는 ‘자작자작’ 하는 소리를 듣고 자작나무란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한자 표기는 지금과 다르지만 결혼식에 불을 켤 수 있는 나무란 뜻으로 ‘화혼(華婚)’이라 했고, ‘화촉을 밝힌다’라는 말도 자작나무 껍질에서 온 말이다.

   
원대리 자작나무숲에도 단풍이 들고 있다.

옛사람들은 자작나무를 ‘화(樺)’라 하고 껍질은 ‘화피(樺皮)’라 했는데, 벚나무도 같은 글자를 사용했다. 전혀 다른 나무임에도 같은 글자로 표기한 것은 껍질로 활을 감는 등 쓰임이 같았기 때문이다.
 
여기 강원도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숲은 1974년부터 경제림조성단지로 특별히 관리 되어 온 곳이다. 수령은 보통 20~30년생의 자작나무가 무려 70만 그루에 이르러 숲을 찾는 탕방 객에게 최고의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바람이라도 불면 자작나무가 서로 부딪히며 내는 소리는 아이들이 속삭이는 것 같아서 일명 '속삭이는 자작나무숲'이라고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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