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이 초청한 김정은이 5월 러시아를 방문해 만날 수 있을까? 사진=SBS뉴스 화면

국제-동북아 외교정세

'김정은-푸틴' 5월 만날까?…동북아 정치지형 급변조짐
다자외교, 남-북정상회담과 미국 입장이 변수

조준기 기자

북한 김정은이 국제외교의 시동을 걸고 있다. 그 시발은 북한 최룡해 노동당 비서의 러시아 방문으로 북·러 관계가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5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정상회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국제사회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과 미국 등 국제사회에서 입지가 극도로 좁아지면서 미국과 최극 대착 점에 있는 북한을 우군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푸틴·김정은 동병상련, 국제사회 고립 탈출구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러시아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행사를 계기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김정은의 방러가 실현되면 이는 북한의 대외관계와 전략에 상당한 변화가 생겼다는 것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 정치 지형도 급변할 가능성이 크다.

핵과 인권문제로 국제적 고립에 처한 북한과,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국가들과 관계가 악화돼 마찬가지로 국제적 고립 위기에 처한 러시아가 상황타개를 위해 서로 손을 맞잡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북전문가들의 의견은 대체적으로 김정은이 푸틴의 초청에 응하리라는 분석이다.

김정은이 행사에 참석하면 직접적인 순방을 통해 만나기 어려운 국가 정상들을 만날 수 있고, 외국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외교무대에서 나설 수 있기 때문에 러시아의 초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그것이다.

우선 김정은 집권 4년차로서 아직 국제외교 무대에 나서지 못했다는 것이 지도자로서 위상과 지위가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지적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다. 또 김정은의 첫 국제무대로의 데뷔로 북한정권이 수립된 이래 다자외교에 나선 첫 최고지도자라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또 유학파인 김정은은 대외활동에 적극적인 새로운 지도자상을 대내적으로 알림과 동시에 대북제재를 강화하고 있는 미국의 대북정책에도 수정을 압박하는 포석도 깔려 있다. 북한이 러시아를 외교적 돌파구로 삼을 경우 미국의 전략에 차질을 빚기 때문이다.

북한 김정은, 5월 러시아 방문 이유 있다

만약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북한의 핵문제, 인권 문제와 관련해 북한을 지원하게 되고, 여기에 북한에 우호적인 중국이 참여하면 미국의 대북압박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북·러 간 경제관계가 가까워지는 것도 미국의 대북제재 영향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이 때문에 이번 전승 기념식과 관련해 가장 주목해야할 변수는 미국이 어떤 입장을 보이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일단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기념식을 초청받았으나 참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이다. 박 대통령도 전승기념식에 초청장을 받았지만 아직 응답하지 않은 상태다. 유길재 통일부 장관은 다보스포럼에 참석차 유럽 방문 중 일부 언론의 박대통령의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주관하는 전승 기념식에 참석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모든 상황을 살펴 본 뒤 결정할 문제라며 즉답을 비껴갔다.

미국의 동맹국인 우리나라가 러시아의 요청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2005년 노무현 대통령이 우리나라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기념행사에 참석했을 때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도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이 행사에 자리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 이번 ‘러시아 카드’를 적극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반면 남북 간 만남이 전쟁승리를 기념하는 행사장에서 이뤄져 굳이 러시아에 힘을 실어줄 필요는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김정은은 러시아 방문 잃을 게 없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오는 5월 9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행사에 초청받은 북한 측이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고 밝혔다. 이타르타스 통신은 아예 단정적으로 김정은 제1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러 초청을 승낙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의 방러가 그로서는 잃을 게 없다. 오히려 득이 더 많다는 분석이다. 국제외교 무대에서 다자외교의 시동과 함께 지난 3년간의 국내 통치에 전념하던 것을 국제사회에 눈을 돌림으로써 그의 위상과 입지를 더욱 강화할 수 있는 기회기 때문이다.

미국은 소니 픽처스 영화 해킹 이후 대북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또 북핵 대화와 관련해서는 '전략적 인내' 정책을 펴고 있다. 북한이 대화할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미국의 전략적 인내 정책은 사실상 북한에 대한 철저한 경제·금융제재를 통해 북한이 두 손 들고 협상 테이블에 나오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러시아를 외교적 돌파구로 삼을 경우 미국의 전략은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하다.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가진 상임이사국이다. 인권이나 핵 문제 등에서 러시아가 중국과 더불어 북한의 든든한 지원군이 된다면 미국의 대북 압박은 지금보다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북한이 중국이 아닌 러시아의 품에 들어간다면 중국의 대북 영향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이는 북한을 미국과의 전략적 완충지대로 설정하고 있는 중국의 한반도 전략에도 차질을 가져 올수 있다.

러시아와 중국의 대북 정책 변화 조짐은 우리 정부에게도 유연하고 다각적인 대외정책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무엇보다 김정은의 방러가 확실할 경우 박근혜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의 초청에 응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통일 준비'를 슬로건으로 내건 현 정부 입장에서 주변국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통일 여건 조성 외교를 벌여야 하는 상황이라면 초청을 기피할 이유나 명분도 없다. 김정은과의 조우나 정상회담 가능성까지를 고려할 경우 한반도 정세의 급격한 변화를 염두에 둔 큰 틀의 대외전략이 필요할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런 국제정세를 박근혜 대통령이 어떤 판단으로 어떤 카드를 들고 국제외교를 헤쳐 나갈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