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총리 아베의 방미가 남긴 것들

조경렬 편집장

조경렬 편집장

5월 3일을 끝으로 미국 방문을 마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남긴 것들은 한국 입장에서 보면 한미 관계의 위축과 한일 관계의 이완지속이다.

아베 총리로서는 미국 방문 기간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을 통해 미군과 자위대의 '일체화' 수준을 한 단계 높이고, 자위대의 대 미군 후방지원 활동반경을 일본 주변에서 전 세계로 확대함으로써 대(對) 중국 억지력 향상과 미일동맹 강화를 얻어냈다.

그러면서도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한 사죄와 반성은 없었다. 미국의 방조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베는 미국을 방문하는 첫 일정으로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연설을 했다. 질문자로 나선 하버드대 최민우 학생은 아베 총리에게 "수 만, 수십 만 명의 여성을 성노예(sexual slavery)로 만드는 일에 일본 정부가 직접 관여한 명백한 증거들이 계속 발견되고 있는데도 총리는 이를 부인하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아베는 "위안부 문제에 관해서라면 인신매매에 희생당해 형용할 수 없는 고통과 아픔을 겪은 분들을 생각할 때마다 내 마음이 아프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과거 총리들의 생각과 내 생각이 다른 게 없다"고 답했다.

아베는 일본군'위안부'에 대하여 인정하지 않고 단순한 인신매매로 자국의 위신을 감쌌다.

이렇게 아베의 방미 기간 동안 일부 의원들의 날선 비판에도 국빈 대접을 받으며 미일 관계를 격상시킨 이면에는 돈의 잔치가 숨어 있다. 돈을 좋아하는 미국에 대해 일본은 막대한 예산을 편성해 지속적으로 미 의회와 각급 기관의 환심을 사기 위해 갖은 공작을 다해 왔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관리대상 미 상하 의원들을 일본으로 초청해 온갖 혜택과 편의를 제공하는가 하면 실 경비는 물론 용돈까지 두둑이 지급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범국가라는 낙인에서 벗어나고, 반인륜국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한 국가 차원의 공작이다. 한마디로 국격 세탁이다.

이번 아베의 방미를 위해 미국의 환심을 사기 위해 4100만 달러(약 443억 원)를 퍼 부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서울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미 대학·박물관 등에 엄청난 자금을 썼다. 미국에서 일본 관련 연구를 확대해 일본에 우호적인 ‘지일파’를 키우고, 일본 문화 홍보를 강화하는 등 미국을 상대로 반일 기조를 세탁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방미 기간인 지난 4월 29일 워싱턴 스미스소니언박물관의 아시아 전문 프리어·새클러 미술관에서 미·일 관계자들을 초청, 만찬을 개최한 뒤 이 미술관에 100만 달러(약 10억 7500만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이 자리에서 오는 10월 일본 특별전에 앞서 줄리안 라비 관장에게 민간인 대상 최고 영예인 '욱일장'을 수여한 뒤 "일본 예술 홍보를 위한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대학과 싱크탱크, 의회 등을 상대로 한 일본의 자금 지원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워싱턴 최고 명문 조지타운대는 외교스쿨(SFS) 내 아시아학 프로그램에 500만 달러를 지원, 일본 근현대 정치·외교정책을 연구하는 '재팬 체어'(일본 석좌연구직)를 신설했다.

일본 정부는 또 조지타운대와 함께 컬럼비아대·매사추세츠공과대(MIT) 등에도 500만 달러씩을 지원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최근 미·일 인적 교류 프로그램인 '가케하시 이니셔티브'에도 30억 엔(약 2500만 달러)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학생 교류와 연구원 지원, 의원 초청 행사, 일본어 교육 제공, 주일미군 네트워크 구축 등이 포함된다.

이렇게 일본은 돈을 좋아하는 미국을 막대한 자금으로 사로잡고 있다. 명분은 연구비 지원이지만 실질적으로 학문의 식민화를 꾀하는 것이다. 연구비 줄 테니 일본에 대해 좋은 점만 부각시켜다오 이런 취지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가장 시금한 문제가 역사왜곡과 일본군'위안부'에 대한 진정한 사죄와 반성, 국제법에 의한 정당한 보상의 실현이다. 정부는 이런 현실을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해결의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도 노력하고 있다고 하지만 어떤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런 일본에 대하여 비판과 지적만 했지, 외교적 노력의 결과물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일본은 주도면밀하게 국격을 세탁하여 마치 도덕국가인양 행세하고 있다.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외교적 노력을 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 일본의 비열하고 비도덕적인 아베 정부를 극복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