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日 전후 70주년 담화 발표…정부 외교의 한계 
아베 담화 한계를 드러내, 중국 매우 실망

조준기 기자

아베 신조 일본국 총리. 자료사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 8월 14일 오후 도쿄 총리관저에서 일본의 전후 70주년에 관한 담화(일명 아베 담화)를 발표했다.

아베 담화가 향후 한·일 관계에 또 다른 과제를 부여했다는 평가가 나온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은 일단 제한적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된다.

이날 중국은 이에 실망스러운 담화라는 외교부 논평을 내고 아베 신조의 진정성 없는 담화를 비판했다. 이에 따라 하반기 외교 무대에서 정부에 주어진 외교적 활동 공간은 녹록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단 지난 14일 아베 담화가 한·일 관계에 새로운 추진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했던 모멘텀은 사라진 상태다. 아베 신조는 과거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한 현재의 사죄를 끝내 비켜감으로써 현 일본 정부의 '변함없는' 역사인식이 재확인된 셈이다.

우리 정부도 다음날인 15일 외교부 대변인 논평에서 "담화는 지금의 일본 정부가 식민지배와 침략의 과거를 어떠한 역사관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를 국제사회에 여실히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며 일본 정부의 역사 인식에 변화가 없음을 우회적으로 시사 한 발언이다.

담화 내용이 새로운 도발은 아니지만, 6월 국교정상화 50주년을 계기로 만들어진 관계 개선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으려면 또 다른 모멘텀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아베 담화가 '어정쩡한' 사죄에 그치면서 다음 달 중국 항일 승전 기념식 참석을 둘러싼 우리 정부의 입장정리도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아베 담화가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에서 전면적인 부정이었다면 정부로서도 중국 항일 승전 기념식에 참석할 명분이 더 크겠지만, 미적지근한 아베 담화로 그렇지 않게 되었다.

아베 담화는 전쟁의 고통을 겪은 중국과 적으로 싸웠던 미국 등에는 관용에 감사를 표했으나 한국이 피해 당사자인 식민지배에 대해서는 제3자적 입장에서 언급하는 등 한국을 배제하려는 의도까지 엿보였다.

더욱이 반성의 주체가 누구인지 없다는 점도 아주 교묘하고 간사한 화법으로 핵심을 피해가는 아베 신조의 속내에 한국 정부만 배타당하는 느낌마저 들 정도이다. 그래서 한국 외교의 한계가 드러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일본군‘위안부’에 대한 언급 한마디 없다는 사실로도 아베 신조가 어떤 속내를 갖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전쟁과 전쟁으로 인한 피해에 대한 진정한 사과나 반성은 하지 않는 식으로 어물쩍 넘어가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