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회 본회의장(자료사진)

선거구 획정안 '불발'…획정위 "국민 약속 못 지켜 송구"
국회로 넘어 온 공 어떤 결론 나올지 주목

헤럴드저널 조경렬 기자
 

중앙선관위가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치르게 될 선거구를 확정 짓지 못한 채 기한을 넘기고 말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는 10월 13일 내년 총선 선거구 획정안의 법정기한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서 공식 사과했다.

김대년 획정위원장 겸 중앙선관위 사무차장은 이날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 통해 "선거구획정위원회가 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해야할 법정기한인 10월13일까지 그 소임을 다하지 못한 데 대해 안타까운 심정으로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선거구획정을 위한 인구산정기준일과 지역선거구수의 범위를 결정하였지만 위원 간 의견 불일치에 따라 합의점을 찾아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면서 "국민의 여망을 담아내지 못하고 정치개혁이 나아갈 길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해야 할 역할을 다하지 못한 데 대해 거듭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선거구획정위원회가 법정기한을 지키지 못하였지만, 내년 국회의원선거가 차질 없이 치러지도록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정치적 결단을 발휘해 줄 것을 국민과 함께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당초 선거구 획정위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이날까지 내년 총선 지역구 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했지만, 전날 농어촌 지역구 획정 등 쟁점에 대한 획정위원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해 최종적으로 획정안 제출 불가를 공식 발표한 바 있다.

선거구 획정의 '공'을 넘겨받은 여야는 논의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각기 이해관계에 따라 뚜렷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어 논의는 장기전으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여야가 여전히 지역구·비례대표 수, 권역별 의석 배분, 농어촌 지역구 배려 방안 등 핵심 쟁점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선거구 획정에 대한 시나리오가 나올 때마다 축소 대상으로 거론되는 지역에서 강하게 반발하는 등 '권역별 생존게임'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또 당내 주류, 비주류 간 의견 조율도 이뤄지지 않아 선거구 획정 논의가 지지부진하게 전개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정국경색이 심화되는 상황도 여야의 대화를 막는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국회 본회의 표결 장면(자료사진)

이에 획정안 도출에 실패한 상황에 '공'은 이제 국회로 넘어왔다. 그러나 농어촌 지역구 배려 문제와 비례대표 의석수, 공천제도 등을 놓고 여야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최종적으로 지역구 획정을 포함한 '총선 규칙'을 정하는데 빨간불이 켜졌다.

이에 앞서 고 모씨 등 6명은 지난해(2014년) 현행 선거법 25조 2항에 의한 선거구 구역표에 대해 "최소 선거구인 경북 영천시 선거구의 인구수는 서울 강남구 갑의 3분의 1, 서울 강서구 갑의 2.95분의 1, 인천 남동구 갑의 2.97분의 1에 불과하다"면서 "투표 가치에 차이가 나서 평등선거의 원칙에 반한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제기했다.

또 이와 별도로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도 충청권이 호남권보다 인구는 많은데 국회의원 수는 적다며 같은 취지의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정 의원 등 다른 이들이 제기한 사건 6건을 고 씨 등 사건과 병합 심리했다.

이에 따라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0월 30일 현행 국회의원 지역 선거구를 획정한 법 조항에 대해 "최대 선거구와 최소 선거구의 인구 편차가 3대1에 달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재판관 6대3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선거구별 인구 편차를 현행 3대1에서 2대1 이하로 바꾸라며 입법 기준을 제시했다.

헌재는 그러면서 그 시한을 20대 국회의원 선거 실시 3개월 여 전인 2015년 12월 31일까지로 못 박았다. 하지만 법적기구로 활동했던 선거구획정위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다시 국회로 넘겨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주게 된 꼴이 되고 말았다.

국회도 딜레마에 빠졌다. 농촌지역구를 축소 합병하자니 현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이 거세고, 비례대표 의석을 줄이자니 군소정당이 반발하고, 의석수를 늘리자니 헌법을 개정해야 하는 까다로운 절차와 무엇보다 국민들의 여론이 따가운 실정이다.

이 '뜨거운 감자' 선거구획정이 앞으로 정치권에 어떤 파장과 어떤 결과로 국민들을 설득할지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