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11월 2일 오전 청와대에서 확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공공누리

지극히 의례적인 한·일 정상회담
첫 정상회담…朴·아베, 무엇을 얻었나?

조경렬 기자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이 지난 11월 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렸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1월 1일 한·중·일 정상회담을 통해 동북아 3국 간 대화채널을 복원시키는 리더십을 대내외적으로 발휘했다. 그동안 미·일 간 밀월관계로 자위대법을 묵인하면서 한국과 중국을 약간 거리두기를 했던 것과 달리 균형을 이뤄가는 형국을 만들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 처음 열린 한·일 정상회담은 달랐다. 그동안 일본군위안부 문제의 해결 없이는 한일 정성회담은 없다던 박 대통령이 먼저 한일 정상회담을 제안하여 이뤄진 이 번 만남은 큰 성과 없이 끝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3일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박 대통령은 한일관계 경색국면을 부드럽게 탈피해 경제에 집중할 수 있는 여유의 수확을 거둔 것으로 분석했다. 안보와 경제를 구분해 접근하는 투트랙 외교기조가 빛났다는 평가이다.

특히 액화천연가스(LNG) 협력이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문제에 있어 일본 측과 협력을 공고히 한 것 등이 그 사례다. 아울러 대일관계가 호전될 기미를 보이면서 일본 관련 기업들의 기대감을 갖게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11월 1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한·일·중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공공누리

하지만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있어선 평가가 엇갈린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에 대한 이야기를 기회 있을 때마다 거론하며 한일 외교정상화의 기조로 삼았다. 그러나 성과를 내지는 못했지만 일본 아베 신조 총리의 앞으로 해결하는 길을 열겠다는 답변으로 일정 부분 체면은 살렸다는 평가다.

아베 총리 입장에선 잃은 게 없는 만남이었다는 분석이다.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하여 그 어떤 정권보다도 완강한 아베 정권이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외교적 접근으로 다가 서려는 시도로 정상회담에 임했다는 평가다.
 
이런 점에서 역사문제를 조건으로 취임 후 3년 가까이 정상 간 대화를 거부해온 박 대통령을 끈질기게 설득해, 결국 한·미·일 3각 공조를 굳건히 했다는 성과를 아베 총리는 국내 정치 현장에서 십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두 정상이 잃은 것은 기대되는 성과가 현실화 되지 못할 경우 받게 되는 정치적 타격이다. 박 대통령은 일본과의 추후 협상 결과에 따라 희비가 갈릴 수 있다.

아베 총리는 2일 일본으로 돌아가자마자 "위안부 법적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완전히 해결됐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새 합의가 이런 원칙을 깨면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란 의미이며, 협상 결렬 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겠다는 속내도 읽힌다.

박 대통령은 향후 협상에서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 및 보상'이라는 대전제가 실현되지 못할 경우 지도력과 신뢰성에 타격을 입게 된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역사 문제에서나 경제적 측면에서나 어느 누가 승리했다고 할 수 없는 결과다.

앞으로 일본과 어떤 협상으로 일본군위안부 문제 등 역사 문제를 풀어 갈지가 박근혜 정부 후반의 한·일외교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