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장소집회…서로 딴 소리 왜?
새누리 '불법시위' VS 새정치 '과잉진압'

조경렬 기자
 

11월 16일 오전 새누리당은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지난 주말 광화문 집회를 붑법집회로 규정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사진=YTN뉴스)

지난 11월 14일 주말을 맞아 광화문에서 전국 각지에서 모인 10만 여명의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비가 오는 가운데도 대규모 집회가 열려 부상자들이 속출한 가운데, 정치권이 책임공방을 벌였다.

새누리당은 불법 폭력시위로 규정하고 시위참가자들의 위법성을 강조한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정부의 과잉대응을 사고의 원인으로 꼽았다.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열린 집회를 놓고 서로 다른 쟁점을 내세워 대립의 날을 세웠다.

11월 16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를 주재한 김무성 대표는 "민주총궐기대회라는 이름으로 민주노총과 전교조, 진보연대와 심지어 이적단체까지 53개 단체 10만 여명이 광화문 일대를 무법천지로 만들었다"며 "우리 사회를 혼란하게 만드는 전문 시위꾼이 가담해 경찰 113명 부상하고, 버스 50여대가 파손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무성 대표는 "노동자 민중이 분노하면 이 나라 전체를 마비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고 말했다. 이들의 의도가 나라를 마비시키겠다는 것이 분명해졌다"면서 "경찰청장을 비롯해 관계당국이 엄격한 법 집행에 직을 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도 "지난 주말 서울도심에서 쇠파이프가 난무하는 불법 폭력시위로 국민의 불안과 걱정을 키웠다"면서 "합법적 시위는 보장되어야 하지만, 불법폭력시위는 공권력에 대한 도전이고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어서 강력한 조치를 촉구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새정치연합은 경찰의 테러에 가까운 과잉진압이 사고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새정치연합은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경찰의 물대포에 중상을 입은 백남기(서울대병원 입원 중)씨 경찰 대응 영상을 함께 보며 정부를 질타했다.

이 자리에서 이종걸 원내대표는 "경찰관이 폭행을 당할 시 (살수차로) 직사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사 시 가슴 이하로 쏴야한다고 규정돼 있는데, 칠순이 넘은 백남기 선생을 향한 직사는 머리였다"면서 "쌀값 정책과 일방적 노동개혁을 반대하는 민중 집회에 경찰의 테러에 가까운 방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백남기 선생을 중환자실에서 접견했다. 매우 심각하고 위독하다"면서 "경찰의 살인적 폭력을 규탄하고 책임자 처벌을 촉구한다"고 비판했다.

11월 16일 새정치민주연합도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정부 당국의 강경진압이 사고를 키웠다며 정부 당국을 강하게 질타했다.(사진=YTN뉴스)

왜 서로 다른 목소리로 질타할까?

수도 서울 중심부인 광화문 일대가 비가 오는 주말 저녁 시위대의 함성과 쇠파이프, 경찰의 방패와 물대포가 뒤섞이며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경찰이 세운 차벽에 길이 막히자 일부 시위대가 폭력적인 행동으로 변해 충돌이 격화됐다. 많은 사람이 부상을 당하고 수십 명이 연행됐다.

이날 저녁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혁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등을 내걸고 열린 민중총궐기 대회에는 10만 명 안팎의 인원이 참가한 대규모 집회였다.

집회 참가자들은 서울광장에서 광화문 방향으로 행진을 시도하다 경찰 차벽에 길이 막히자 과격한 양상을 보였다. 일부 참가자들이 쇠파이프 등을 휘두르고 미리 준비한 밧줄로 경찰버스를 끌어내 파손시켰다.

이런 집회를 두고 여야가 서로 다른 입장을 대변하면서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불법시위여서 단호하게 대처하는 정부 당국을 옹호하는 새누리당, 과잉진압을 하면서 과격 시위로 변했다는 새정치연합의 주장.

그 근본의 메시지는 노동시장의 개혁에 대한 반발과, 역사교과서 반대에 대한 의사표현, 쌀값 하락에 대한 농민의 반발, 실업률 상승에 대한 고용악화의 불만이 박근혜 정부를 향해 표출된 집회였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